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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간장게장에 젓갈까지! 한국의 다양한 식료품을 파는 '한국 상품전'

  • 2023.10.18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타이베이의 백화점 신광산위에(新光三越) 난시점(南西店)에서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한국상품전(韓國商品展) 10월 11일부터 22일까지 진행중이다. - 사진: 신광산위에 홈페이지

벌써 타이베이 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이든지 외국 살이를 할 때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로 사람들은 ‘음식’을 꼽습니다. 타이완도 예외는 아니죠. 처음 타이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야시장을 구경하다 맡는 취두부 냄새, 이곳 특유의 장 냄새 등 한국에서는 도무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향취가 코를 찌릅니다. 그러다보면 이곳만의 로컬 음식에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서는 잘 먹지 않는 식재료, 이를테면 한국의 선지처럼 오리의 피를 응고시킨 야시에(鴨血)나 쌀로 만든 면을 넣고 푹 끓인 미펀탕(米粉湯), 전분이 많이 들어간 끈적한 탕을 보면 쉽게 수저를 들지 못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죠. 그리고 덥고 습한 날씨에 길거리나 야외의 조리대에서 음식을 하는 장면을 직접 보면서 이를 그다지 청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타이완이 미식의 나라로 알려져있지만 말입니다.

제가 5년 전 타이완 유학 와 이곳 현지 음식을 먹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한 여름 야시장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는 싫진 않았지만 꽤나 낯설었고, 취두부를 파는 가게에는 한동안 근처에 가지도 못했었죠. 그렇게 5년이 흘렀고, 저는 이제 아침 운동을 마치고 나면 타이완어를 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로 애용하는 오래된 노포에 가서 돼지의 부속고기인 간롄(肝連, 돼지고기의 횡경막과 횡경근에 붙어있는 살코기, 퍽퍽한 살코기와 쫀득한 식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과 대창(大腸)을 시켜 마늘소스가 맛있는 간미엔(乾麵)에 곁들여 먹는가 하면, 기력이 떨어졌다 싶을 땐 야시에를 찾아 먹습니다. 가장 취약한 취두부도 이제는 먹을 수 있죠. 

사실 타이베이에는 다양한 한국 음식점들이 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는 순두부찌개와 삼계탕, 해물파전과 삼겹살이죠. 저는 타이완의 현지음식을 5년씩이나 걸려 적응한 반면, 이곳 타이완 사람들은 한국음식을 꽤나 잘 드시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간혹 한국에 계신 지인들은 타이베이에 있는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 묻지만, 20여 년간 한국 음식만 먹은 저로서는 약간의 타이완 맛이 나는 한국음식이 타이완 현지 음식보다 맛없게 느껴졌습니다. 김치찌개가 찌개가 아닌 김치국으로 나온다던지, 비빔밥에 한국의 시금치가 없는 것, 돼지국밥에 돼지고기와 내장이 별로 없는 것 등을 용납할 수 없었죠. 그럴 바에는 내가 직접 만들어먹지 하며 그렇게 저는 타이베이의 한식당과는 거리를 둔 채 이곳 타이완의 음식을 즐겨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타이완에서 한국 음식과 한국 식품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상당합니다. 타이완에 수입되는 한국 식품들도 그 범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어졌죠. 현재  신광산위에(新光三越, 미츠코시) 백화점 타이베이 난시점(南西店)에서 열리는 ‘한국 상품전’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중산역(中山) 바로 옆에 위치해있는 신광산위에 난시점 1관 9층에서는 ‘한국 상품전’이 한창 진행중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예전부터 해외에서도 유명한 한식인 삼계탕, 김치, 죽, 소주 외에도 ‘이런 음식까지 소개된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요리와 간식, 심지어 식재료들까지 판매하고 있습니다. 간장게장과 각종 젓갈도 있고요, 여기에 김부각이나 곤약젤리와 같은 한국 특유의 간식거리도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는 김수미표 간장게장과 한국인들이 음식할 때 자주 사용하는 기본 장류인 고추장, 된장, 쌈장 등은 물론 비빔밥용 비빔장, 떡볶이용 소스, 닭강정 소스 등까지 소개하고요, 제주비즈니스에이전시(JBA)에서는 제주도 특산품인 제주도 차 시리즈와 유자차, 한라산 소주, 그리고 제주감귤과 한라봉 맛 막걸리를 판매합니다. 

올해로 7회차를 맞이하는 신광산위에 백화점의 ‘한국 상품전’은 매년 이렇게 다채로운 한국의 식료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경기도음식’과 ‘포장마차 메뉴’를 주제로 했다면 올해는 ‘김수미표 시리즈’가 가장 눈길을 끕니다. 타이완에서 유명한 한국음식인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비빔밥 등의 레시피를 가져와 타이완 현지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한국인인 제 입맛은 만족시킬 수 없었는데요. 한국에서 현재 유통되는 젓갈, 게장 등을 직접 맛보는 순간 잠시 잊고 있었던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올라왔습니다. 순간 울컥하더군요. 

한국의 식문화가 타이완 시장에 깊숙하게 들어올 수 있는데는 k-드라마와 k-예능의 공헌이 상당합니다. ‘어떻게 이런 음식까지 알아?’라고 제가 물어보면 타이완 지인들은 하나같이 ‘ooo 드라마에 나오잖아! 너무 맛있게 먹어서 먹고보고 싶었어’라고 대답합니다. 신광산위에 백화점에서 진행중인 ‘한국 상품전’을 홍보하는 문구가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타이완에서 한국으로 직접 날아가지 않고도 제대로 된 ‘한국여자(韓妞)’가 될 수 있습니다! 기본부터 깊이있는 문화까지 차근차근 한국인이 필수로 먹고, 사고, 마시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한국여자’라면 필수로 알아야하는 체크리스트를  완성해 0%에서 100% ‘한국여자’로 업그레이드 해 드립니다!”

무려 3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타이완의 ‘한국여자(韓妞)’, 유튜버 요찡(有璟嘿喲)이 올해 한국 상품전에 모델로 등장해 상품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타이완에 사는 한국여자가 추천하는 한국 상품전”이란 문구를 덧붙여 엄선된 식료품이란 것을 강조합니다. 

 

제대로된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에서 직수입한 식재료로 음식을 하면 ‘한국여자’가 될 수 있고 ‘한국여자’가 되는 것이 마치 타이완 젊은이들의 로망인 것처럼 묘사하는 광고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물론 광고 그 자체가 갖고 있는 과장된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국여자’가 왜 이렇게 까지 타이완 문화에서 상징성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한 문화 연구가 필요해보입니다. 

10월 중순 타이베이 난시점을 시작으로 시작된 산광산위에 백화점의 ‘한국 상품전’은 10월 말에는 타이중, 11월 초에는 가오슝 점, 11월 중순에는 다시 타이베이 신이취 신천지 A11 점 마지막으로 내년 1월 타이난 점까지 올 하반기 타이완 전국의 신광산위에 백화점은 한국 먹거리로 가득 채워질 예정입니다. 

엔딩곡으로는 타이완의 유명 기타리스트 천옌홍(陳彥宏)의 ‘一點爵士’를 띄워드립니다. 1987년생에 가오슝 출신인 천옌홍은 대학시절부터 수준급의 기타 실력으로 타이완 전국의 경연대회를 휩쓸었는데요. 2008년 3월에 열린 한 공연에서 국제 무대에서 유명 기타 거장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보다 성장한 연주자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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