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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첩제도 아래 여성들의 이야기 - 《귤이 익었다》

  • 2021.08.06
포르모사 문학관
봉건 시대 처첩제를 바탕으로 한 결혼제도 아래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소설《귤이 익었다(橘子紅了)》- 사진: '보커라이(博客來) 인터넷 서점' 사이트 페이지 캡쳐

타이완 여류 작가 치쥔(琦君)이 생전에 쓴 마지막 소설 《귤이 익었다(橘子紅了)》는 봉건 시대 처첩제를 바탕으로 한 결혼제도 아래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소설로 2001년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중국과 타이완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소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청나라 시기 강남 한 롱(容)씨 가족의 부인은 결혼 후 다년간 아이를 낳지 못해서 남편에게 냉대받게 됩니다. 남편의 마음을 잃은 부인은 집의 넓적한 귤밭을 지키면서 두번째 부인과 함께 도시에 사는 남편의 귀래를 기다립니다. 남편의 마음을 다시 잡으며 가족의 혈통도 이어가기 위해 부인은 500원 짜리의 은화로 18살 시골 소녀 슈펀(秀芬)를 사서 남편의 세번째 부인으로 삼게 됩니다. 부인은 수펀에게 아내로서 지켜야 하는 예의를 가르치며 남편의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남편이 결혼식에 참여하지 못해서 부인은 남편의 동생 야오훼이(耀輝)에게 자기 형 대신 슈펀과 함께 결혼식을 진행하라고 부탁을 합니다.

야오훼이는 서양 교육을 받고 중국 봉건적인 예법과 도덕에 불만해서 형과 슈펀의 결혼에 반대하지만 결국 동의를 하고 슈펀과 결혼식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슈펀 머리에 덮어쓰던 붉은 수건을 올리고 슈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야오훼이는 슈펀에게 반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슈펀과 야오훼이의 서로에 대한 호감이 짙어지나 이를 부인에게 들키게 됩니다. 부인의 함축적인 경고를 받은 야오훼이는 도시에 돌아갑니다. 이렇게 슈펀과 야오훼이의 금기의 사랑은 시작하지도 않고 끝나버립니다.  

가을철 귤이 익을 무렵 남편은 도시에서 돌아옵니다. 늘 코를 맞대고 사는 동안 슈펀은 그저 존경하는 손윗사람으로 생각하던 자신의 남편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나 남편은 돌아온 지 불과 15일에 또 다시 도시로 올라갑니다. 다행히도 슈펀은 짧은 시간에 임신에 성공합니다. 도시에 있는 두번째 부인은 이 소식을 알게 된 후 슈펀을 찾아가서 그를 돌봐주려는 명의로 함께 도시에 가자고 합니다. 슈펀은 두번째 부인이 사실은 악의를 품은 것을 알고 있어서 아직 날이 밝지 않을 때 친오빠를 찾아가서 그의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을 당합니다. 그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크게 넘어져서 유산됩니다. 아이를 잃은 슈펀은 하루종일 울적하고 몸이 약해져서 세상을 떠납니다.

《귤이 익었다》는 치쥔이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한 소설입니다. 그는 배역 ‘슈쥐안(秀娟)’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묘사했습니다. 소설 속의 첫번째 부인과 남편은 치쥔의 양부모를 원형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슈펀은 소설 속에서 유산된 후 너무 울울해서 결국 사망하지만 현실에서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남편이 죽은 후 바로 가문에 쫓겨나고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소설의 마지막이 왜 이런 식으로 막을 내렸는지는 치쥔은 슈펀이 너무 불쌍해서 소설 속이라고 그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후기를 통해 밝혔습니다. 

타이완 게이 문학 작가 바이셴융(白先勇)은 이 소설에 대해서 “치쥔 작품 속의 모든 사람은 다 착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진인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평론했습니다. 자비로운 마음씨를 지니지만 남편의 사랑을 갈망해서 어린 시골 소녀 슈펀을 산 첫번째 부인도, 처첩제도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만 본처와 슈펀을 냉대하고 심지어 슈펀이 몸이 아파도 집에 돌아오지 않은 남편은 모두 나쁜 사람이 아니지만 그들의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한 상처는 오히려 더 슈펀을 아프게 합니다.   

귤은 발음의 유사성으로 인해 불로장생의 길상(吉祥)적 성격을 지니지만 소설 속에서 귤이 익은 것은 비극의 시작입니다. 첫번째 부인은 두번째 부인이 알지 못하게 ‘귤이 익었다’라는 암호로 남편에게 “새 첩을 찾아주니까 빨리 집에 돌아오라”고 암시하는 겁니다. 그리고 귤의 성장과정은 슈펀의 인생을 상징합니다. 아직 다 성숙하지 않은 녹색빛깔의 귤은 순수하고 어린 슈펀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을 표현하고 귤이 익은 것은 슈펀이 남편의 사랑을 기대하고 있는것을 상징하고 귤이 떨어지고 썩은 것은 유산돼서 죄착감과 자기 의심에 빠져 결국 죽어버린 슈펀을 상징합니다.

소설 속 첫번째 부인, 두번째 부인, 슈펀 이3명 여자의 이야기를 보면 전통 봉건 사회의 틀에서 갇혀버린 여성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양 국가 사회는 남자를 높이고 여자를 낮추는 남녀불평등한 현상을 보여 왔는데요. 아내는 반드시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고 결혼 전 아버니가 하늘이고 결혼 후 남편과 아들은 여자 인생의 전부이란 생각은 전통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사상입니다. 처첩제도는 바로 이런 사상에서 태어난 산물입니다. 그리고 3명 여자, 특히 첫번째 부인과 슈펀은 바로 처첩제도의 희생자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치쥔의 작품은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은 공감을 쉽게 불러일으키는 이야이와 따스한 글쓰기 언어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이 익었다’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시면 소설이나 드라마를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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