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장터, 시장’을 뜻하는 마르쉐가 서울 대학로 한복판에 열렸을 때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 농부들이 손수 기른 채소와 과일들을 판다는 것이 꽤 솔깃하게 들렸기 때문이죠. 내가 사는 지역의 흙에서 직접 재배한 제철 채소들을 시장에서 사 천천히 요리를 해먹는 일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에 시달려 시간을 쪼개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 생활이라고 한 동안 생각했습니다. 마늘 까는 시간이 아까워 미리 다듬어 놓은 깐마늘을 대형마트에서 사는 삶이 오히려 익숙하죠. 마트에 가서 마늘이라도 사면 다행이게요. 편의점에서 한 끼를 뚝딱 떼우는 일도 적지 않죠. 그래서인지 흙이 묻어 있는 채소를 사러 간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젊은 농부들의 장터인 마르쉐에서 제철 채소가 주는 건강함, 여유로운 시간에서 느끼는 행복함이 어우러져 평소 쉽사리 느끼지 못했던 풍성한 삶을 만끽할 수 있었죠. 재료가 좋으면 간을 세게 하지 않아도 음식이 맛있다고 하잖아요. 그 날 손수 사온 채소들의 흙을 털어내 깨끗한 물에 씻어 요리를 할 때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손수 사온 이 예쁜 채소들의 맛을 흐트러트리고 싶지 않아 다른 조미료 대신 자연스럽게 재료 각각의 고유한 맛을 살리는 데 치중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에게 '잘 먹는 일'(好好吃飯)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신경쓰지 않으면 놓치기 쉽상이죠. 이 때 잘 먹는다는 건 결코 '많이' 먹는다는 게 아닙니다. '좋은' 식재료로 '건강'하게 조리한 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을 의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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