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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과 젊음의 공간, 타이베이 엑스포(臺北花博)

  • 2023.06.14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매주 주말 다른 테마로 타이베이 엑스포 야외 광장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花博農民市集)의 홈페이지

‘잘 먹는 것’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죠. 농수산물과 육류 등의 생산과 유통과정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어떻게 재배되고 유통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건강에 해로운 것은 없는지 그 어느때보다 주도면밀하게 살피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것은 이제 각 가정의 개인적인 일에 그치지 않고 정부에서 관여하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죠. 타이베이와 같은 메트로폴리스에서는 각종 나라의 이색적인 요리를 접하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습니다. 일본 요리, 태국 요리, 한국 요리, 이태리 요리, 포르투갈 요리, 영국 요리 등 대륙을 넘나드는 각종 나라의 음식을 취급하는 레스토랑들을 고작 시내 한 블록에서 모두 만날 수 있죠. 타이베이의 남과 북을 가르는 지룽허 근처에 위치한 이곳 타이베이 엑스포 공원에서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부터 각종 이색 요리 레스토랑까지 오늘날 타이베이의 먹을 거리에 관한 이슈와 트랜드를 한 눈에 만날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홍색선 위엔산(圓山)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도심 속 빽빽한 건물 숲이 나오는 여느 지하철 출구와 달리 그 주변이 뻥 뚫려 있어 작은 해방감을 가져다 줍니다. 특히 주말에 가면 넓게 펼쳐진 위엔산 공원(圓山公園)에는 작은 장터가 열려 작은 천막들이 나란히 펼쳐져 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입니다.

파머스 마켓 (花博農民市集)

위엔산공원의 한 광장에서 열리는 타이완 농부들의 장터, 파머스 마켓에는 매주 주말이면 타이완 각지에서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로 가득 찹니다. 타이베이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농산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2012년부터 타이베이 시정부에서 주관하기 시작한 파머스 마켓은 지난 10년 간 직거래 장터로 자리잡으면서 매주 다른 주제로 새로운 농산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입니다. 

전국의 특색있는 농산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다 한 번에 서로 다른 지역의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게 파머스 마켓의 가장 큰 장점인데요. 게다가 전국 각종 농업협회의 선별과정을 거치고 시정부에서 농약검사보고서 등 판매하는 농산품 관련 서류와 식품위생관리법 규정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니 음식의 원천인 식재료의 안전을 여느 시장에서보다 꼼꼼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직거래 장터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데 있죠. 농산물을 생산한 과정부터 보존이나 조리 과정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물어보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시장에서 현금 외에도 타이완의 교통카드, 요요카(悠游卡)로도 결제가능해 소비의 편리함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파머스 마켓은 매주 다른 주제의 농산품을 선보이는데요. 지난 주 주말인 6월 10일과 11일에는 타이완 동쪽 타이동현의 바옹옹파인애플(八嗡嗡鳳梨)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러 이곳 타이베이 엑스포의 파머스 마켓을 찾았습니다. 파인애플 이름이 독특한데요. 바옹옹파인애플의 ‘바옹옹(八嗡嗡)’은 타이둥현 해변가에 위치한 도시 청공진(成功鎮)의 한 마을에 위치한 원주민 아미족(阿美族) 부락의 이름으로, 이 부락의 이름을 아미족 언어로 ‘파옹옹(paong’ong)’이라고 부릅니다. 타이동현정부 농업지도과의 라이쥔난(賴俊男)과장에 따르면 “과거에 파인애플을 먹을 때 소금을 살짝 뿌려 먹는 문화가 있었는데  (바옹옹파인애플은) 태평양 바다 바람을 맞고 자란 파인애플이라 사실상 그럴 필요가 없다”며 “바옹옹파인애플은 약간의 소금기 있는 맛을 갖고 있으며 식감도 매우 좋다”고 소개했습니다. 바옹옹파인애플을 직접 생산하는 생산반 반장, 아미족  천전밍(陳振明)씨는 “(바옹옹파인애플이) 조직이 얇고 가운데 심은 부드러워서 입에 넣는 순간 녹는다”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무언가에 쫓긴듯이 긴박하게 지내왔던 평일의 시간이 주말 오전 장터를 구경하는 순간 만큼은 보다 느리고 여유롭게 흘러갑니다. 이렇게 주말 오전 위엔산 공원 초입에 펼쳐진 100여개 부스의 파머스 마켓을 구경하다보면 어느 새 시간은 훌쩍 흘러 점심을 지나 오후를 향해 갑니다.      

2023 酒肉好友慾 BAR 不能

오전에 열린 파머스 마켓이 슬슬 자리를 정리할 때 즈음이면 위엔산 공원의 다른 한 켠에서는 새로운 부스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켭니다. 파머스 마켓이 안전한 먹거리와 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장터였다면 오후에 열리는 장터는 요즘 타이베이시의 핫한 육류와 주류 가게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퓨전 요리와 독특한 레시피의 칵테일 등을 맛 볼 수 있는 일종의 야시장입니다. 파머스 마켓은 중장년층의 농업 종사자들이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면, 오후에 열린 장터는 식당의 젊은 자영업자들이 세련된 디자인과 조명, 그리고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는 요리로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철판에서 직접 구워주는 스테이크, 2cm 두께의 돼지고기 안심이 들어간 샌드위치, 마라장 양념 치킨과 마라맛 소시지, 치즈 듬뿍 올라간 양갈비, 타이완식 타코야끼와 멕시코 브리또 등 각종 육류를 사용한 새로운 요리는 물론이고, 새로 출시한 수제맥주와 타이완 현지 과일이나 타이완 차를 이용해 만든 각종 칵테일 등 오감을 자극하는 주류도 눈길을 끕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음식과 맥주 한 잔, 혹은 칵테일 한 잔을 부스나 트럭에서 사와 오크통으로 되어 있는 간이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맛봅니다. 한 테이블에 서서 음식을 나누다보면 서로 처음보는 사람들도 금방 친구가 됩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와 나누는 대화와는 또 다른 질의 대화를 나눌 수 있죠. 대학생부터 60대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맛있는 음식과 술 한 잔에 서로 친구가 되고, 각각 도심 속에서 바쁘게 자신의 시간을 달려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함께 웃으며 서로를 위안합니다. 

마지 광장(MAJI 集食行樂) 

파머스 마켓부터 술과 고기 친구를 테마로 한 오후 장터까지, 타이베이 엑스포의 야외 광장은 이번 주말에도 타이베이 시민들에게 ‘잘 먹을 것’을 이야기합니다. 꼭 주말의 야외 광장에서 열리는 장터가 아니더라도 타이베이 엑스포의 실내 마지 광장(MAJI集食行樂)에서는 평일에도 이국적인 요리와 소농민들의 농산품, 심지어 각종 예술 소품까지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 타이베이의 작은 이태원과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마지광장에 오면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부터 영국의 오이스터, 한국의 치킨 등 각종 나라의 미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즐비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인종과 국가도 매우 다양합니다. 

작년 가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기억하시나요? 한국과 일본이 각각 16강전을 치루는 그 날, 타이완 시간으로 밤 11시부터 이곳 마지 광장 안 대형 스크린 앞으로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과 크로아티아 경기에서 일본이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하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 젊은 일본 팬들은 직후에 열릴 한국과 브라질 16강전에서 한국의 건투를 빌었는데, 여기 시간으로 새벽 3시 시작된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브라질의 무서운 공세로 한국마저 크게 패하고 말았죠. 그렇게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젊은 한국과 일본 친구들은 마지 광장에 모여 서로를 응원했고, 패배로 쓰라린 아픔을 맥주 한 잔으로 달래며 응원하고 위로하면서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잘 먹는 것’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파머스 마켓을 관리하는 타이베이 시정부와 같이 꼼꼼한 관리와 점검으로 화학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섭취하는 것일 수도 있고, 오후에 열린 육류와 주류 장터와 같이 시각과 후각, 미각을 동시에 만족하는 감성있는 요리일 수도 있고, 또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의 맥주 한 잔일 수도 있습니다. 타이베이 엑스포의 위엔산 공원 야외 광장과 마지 광장은 주말의 슬로우 타임을 보내는 타이베이 시민들에게 ‘잘 먹는 것’이란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고 또 생각해보게 합니다. 여러분들에게 ‘잘 먹는 것’이란 무엇인가요?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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