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5일 간의 청명절 연휴가 끝나고 타이베이 사람들은 하나둘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개신교나 천주교이신 분들은 지난 9일 부활절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을 텐데요. 이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휴가 끝나자 잠시 쉼을 가졌던 타이베이 도시도 다시 북적거리기 시작합니다. 영업을 청명절 연휴 기간동안 영업을 하지 않던 상점들도 정상영업을 하기 시작했고, 등교 시간이면 초등학교 주변으로 학부모들이 어린 학생들을 등원시키며 정문 앞에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눕니다. 중고등학생들은 친구들과 손을 잡고 함께 등교하기도 하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도 더러 있습니다. 대학교 캠퍼스도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타이베이 골목길 시리즈 네번째 시간. 오늘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밀집해있고, 대학교 캠퍼스와 국가과학및기술위원회(國家科學及技術委員會)가 가까이 있는 다안취(大安區)의 루이안제(瑞安街)를 소개합니다.
루이안제는 지하철 홍색선 다안(大安)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해 푸싱난루 2단(復興南路二段)을 가로질러 허핑동루 2단(和平東路二段)까지 남서쪽 방향을 관통하는 골목길로 그 길이는 약 1킬로미터 정도에 이릅니다. 중국 저장성 루이안현에서 유래된 이 거리는 청나라 시대부터 안동제(安東街)의 일부로 이미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1930년대 후반, 일제시대 말기에는 루이안제 남단과 허핑동루 부근에 민간인들이 일본식 주택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해 이 일대를 미카사마치(三笠町)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특히 루이안제 중 현재 264샹(巷) 16, 18호(號)에 소재한 건물은 1937년 타이베이제국대학 교수들이 거주했던 기숙사였다고 합니다. 이후 도시개발로 대부분의 주택은 철거되고 재건축되었으나, 이 기숙사는 전후에도 국립대만대학교 교사 기숙사로 사용되면서 현재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2014년 타이베이시 문화자산으로도 등재되었습니다. 지난 번 골목길 시리즈 2에서 칭티엔제(青田街)를 소개할 때 언급한 청전칠육 건물과 유사한 역사를 갖고 있죠. 아무튼 루이안제 골목길은 그 역사가 꽤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재 루이안제 골목길을 걸으면 앞서 소개한 일본식 기숙사 건물 두 채를 제외하고는 이곳이 그렇게 역사가 깊은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축 건물들이 많고, 골목길은 정갈하며, 작은 맛집들도 즐비해있습니다. 구글맵에서 루이안제(瑞安街) 세 글자를 검색하면 그 주변으로 상당히 많은 학교들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타이베이교육대학 부설 실험 초등학교, 롱먼중학교, 북쪽으로는 타이베이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까지, 양질의 교육을 선사하는 학교들이 루이안제 주변으로 모여있습니다. 게다가 이 골목길 양 옆으로는 네댓개의 작은 공원들이 있어 하교를 한 어린 학생들이 친구들과 미끄럼틀이나 시소를 타며 휴식을 갖기 좋져.
루이안제를 대표하는 스팟(장소)을 꼽으라면 그 첫 번째로 신룽공원(新龍公園)을 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 도로 폭이 6~8미터의 좁은 일방통행 길로 이루어진 루이안제 골목길에서 유일하게 사방이 뚫려 있는 공간감을 가진 작은 회전교차로에 위치해있는 신룽공원은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일상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특히 5시즈음이면 정시에 퇴근한 부모님들 손에 유치원에서 하교한 아이들이 저녁 식사 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신나게 노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미끄럼 방지와 탄력성을 가진 소재가 깔린 공원 바닥 위에서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신나게 뛰어 놉니다. 부모님들은 높은 미끄럼틀 옆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도와주기도 하고, 주변 벤치에 앉아 쉼을 갖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그새 다칠세라 부모님들의 눈은 늘 아이들을 향해있죠. 백발의 할머님이 벤치 주변으로 걸어오시더니 제가 앉아 있는 벤치 옆에 앉아도 되냐며 정중하게 물어보십니다. 저는 “물론이죠, 편하게 앉으세요"라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할머님과 나란히 벤치에 앉아 공원의 활기를 함께 느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어린 아이들이 노는 모습만 보아도 흐뭇하다"며 연일 미소를 띄고 계셨습니다.
루이안제를 대표하는 두 번째 장소로는 바로 안동시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24시간 영업하는 루이안도우장 가게 맞은 편에 위치해있는 안동시장 1층은 타이완 요리부터 일식까지 미식의 천국입니다. 작년 4월 중순 주말 오후에는 안동시장 정문 앞에서 대규모의 베이관(北管) 악단들이 사자춤을 선보이며 안동시장의 안녕과 재물운을 빌어주는 큰 종교행사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타이완식 전통악기인 북과 꽹과리가 연이어 리듬을 연주하고 때로는 태평소와 같은 관악기가 선율을 연주하기도 하는데, 연주하는 음악 소리가 상당히 커서 비단 안동시장 주변 뿐만 아니라 반경 1~2키로까지 그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립니다. 때로는 요란한 폭죽소리도 함께 들리죠. 이 의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굉장한 소음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주말 오후 루이안제 일대를 떠들썩하게 만듭니다. 도교 의식 때 사용하는 타이완 한족 전통음악의 하나인 베이관은 보통 직접 절에 가서나 볼 수 있는데, 타이베이 도심 한복판에서도 생생하게 듣고 볼 수 있는 건 아마도 안동시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주요 교육시설과 공원, 주택들이 모여있는 이곳 루이안제에 관련한 한 기사에 따르면 루이안제는 소위 ‘다안취의 노른자 지역’으로 오랫동안 타이완의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하더군요. 게다가 집값은 싸게는 평당 60만 뉴타이완달러(약 2600만원)에서부터 150만 뉴타이완달러(약 65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까지 고가의 주택들이 모여있다고 합니다. 주변 도로는 주로 일방통행의 골목길이어서 운전이 불편하고 자전거 이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주차공간 부족 문제가 있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안제 골목길을 선호하는 타이베이 시민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교육, 주거, 생활, 교통 방면에서 중요한 인프라 시설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죠.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 환경인 것 같습니다.
루이안제 골목길은 타이베이 시민들의 질 높은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신룽공원을 중심으로 앞뒤 골목길에 괜찮은 식당과 카페도 많이 있습니다. 작은 카페나 혹은 공원에 앉아 쉼을 즐기면서 타이베이 시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루이안제 골목길, 산책해보시는 거 어떨까요?
엔딩곡으로는 1970년대 타이베이 도시를 생생하게 그려낸 영화 ‘굿모닝 타이베이’(早安台北, Good Morning, Taipei, 1979)의 주제곡 ‘굿모닝 타이베이’(早安台北)를 들려드립니다.
-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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