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타이완에서 추석하면 유자, 월병에다 바비큐입니다. 듣기만 해도 칼로리 폭탄 그 자체죠. 게다가 이번 주말부터 타이완 국경일 연휴가 시작할 것인데 몇 주 동안 고열량 음식만 섭취하면 몸에 무리를 주기 쉽습니다. 건강을 위해 명절 음식의 유혹을 참고 적당하게 먹어야죠!
그런데 타이완에서 추석에 이 3가지 음식을 왜 먹어야 하나요? 우선 유자는 가을 제철 과일로 보통 추석 전에 수확하여 추석 선물로 친척과 친구에게 나눠줍니다. 할로윈데이에 호박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유자에 귀여운 얼굴을 그려주기도 합니다. 또한 유자의 중국어 이름(柚子)에 보우 ‘우(佑)’자와 같은 발음을 지닌 유자 ‘우(柚)’가 들어가 있어 상서로움의 상징입니다. 추가로 제 이름 우산의 ‘우’자가 바로 보우라는 뜻입니다. 다만 유자 하나의 칼로리는 밥 두 공기와 같으므로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찔 수도 있습니다.
타이완의 3대 유자 산지로는 중부 윈린(雲林) 더우류(斗六), 남부 타이난(台南) 마더우(麻豆), 그리고 동부 화롄(花蓮) 허강(鶴岡)입니다. 인지도 측면에서 타이난 마더우는 1등으로 꼽힙니다. 마더우 출신 사람을 만나면 “혹시 유자 사업을 하세요?”라고 묻는 정도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마더우에 자주 갔는데, 유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천국과 지옥’을 위해서였습니다. 마더우의 대표 사찰 다이톈부(代天府)에는 타이완 민간신앙을 잘 드러내는 ‘천국 10경’과 ‘18층 지옥’ 전시장이 있습니다. 우선 ‘천국 10경’은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과 신이 모이는 곳으로 희망의 빛과 기쁨의 장소이고 전시장 건물은 용으로 구성되어 매우 장관입니다. 반대로 18층 지옥은 지하실에 설치되며 각 층 지옥의 끔찍한 장면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한국 영화 <신과 함께>처럼 혀를 뽑아내거나 불타는 기름가마에 던져서 죽이는 등 죄에 따른 형벌을 줍니다. 어릴 적 18층 지옥을 구경한 후 밤에 혼자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악몽을 꿨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러한 전시장은 악을 없애고 선을 따른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데, 타이완의 민간신앙을 제대로 체험하고 싶으시면 적극 추천드립니다. 조금 무섭지만…
가을철에 마더우를 방문하시면 곳곳에서 유자를 파는 가게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마더우농민회(麻豆農會)에는 유자차, 유자커피, 유자간장, 유자샴푸 등 다양한 유자 제품이 있습니다. 마더우농민회 옆에 ‘유치원(柚兒園)’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여기에 ‘유’는 어릴 유(幼)가 아닌 유자 유(柚)입니다. 해당 건물은 농민회의 창고로 쓰이고 건물 외벽에 유자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유자 의자에 앉아서 귀여운 유자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고 좋은 추억을 남깁시다.
마더우농민회(麻豆農會) 유치원(柚兒園) - 사진: 마더우농민회 페이스북
이어 보름달 모양의 둥글둥글한 떡인 월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월병은 제물이었고 중국 명나라 시대에 들어 추석 음식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타이완 사회에는 예로부터 월병을 제물로 조상과 땅에게 바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민간전설에 따르면 명나라의 초대 황제 홍무제 주원장(洪武帝 朱元璋)이 명나라를 세우기 전에 추석 때 원나라를 무너뜨리는 봉기를 일으키기로 했습니다. 조정의 수색을 피하기 위해 주원장의 군사 유백온(劉伯溫)은 ‘8월 15일 다쯔를 죽인다(八月十五殺韃子)’고 적혀있는 쪽지를 월병 속에 넣어 나누어주도록 명령했습니다. 다쯔란 옛날 몽고인을 낮추어 부르던 말입니다. 봉기 성공 후, 황제가 된 주원장은 추석 때 신하들에게 월병을 하사했고 월병에 명절의 성격을 부여해줬습니다. 다만 해당 이야기는 청나라 후기에 유행하기 시작했고 정확한 역사기록이 부재해 전설로만 간주됩니다. 당시 청나라를 반대한 사람들이 원나라로 청나라를 암시하며 한족의 정통성을 강조했습니다. 1911년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중화민국을 성립시킨 신해혁명(辛亥革命)에서 ‘8월 15일 다쯔를 죽인다’는 구호가 혁명의 슬로건으로 쓰인 바 있습니다.
월병은 지역에 따라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데 타이완에서 월병은 크게 장쑤식(蘇氏), 광둥식(廣式), 타이완식(台式) 등 세 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장쑤식 월병은 얇고 바삭바삭한 피로 유명하고 겉모양은 대부분 흰색입니다. 광둥식 월병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소와 갈색빛이 도는 피고, 다른 월병보다 기름과 소가 많은 편입니다. 타이완식 월병은 장쑤식과 광둥식 사이에 있으며 장쑤식 월병의 바삭한 피와 광둥식 월병의 풍부한 소를 겸비합니다. 타이완으로 이주한 한족들이 일본의 베이킹 기술과 타이완 현지 재료를 활용해 짠맛과 단맛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타이완식 월병을 만들어냈습니다. 한국분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있는 펑리수가 바로 타이완 파인애플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타이완식 월병입니다.
좌로는 장쑤식(蘇氏), 광둥식(廣式), 타이완식(台式), 개량식 월병 - 사진: BonneChance
최근 웰빙 개념이 대두되면서 설탕과 기름을 줄이는 월병은 대세입니다. 또한 젊은 소비층을 유치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월병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비교적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팥, 노른자 등 전통적인 소 대신 상쾌한 아이스크림을 넣은 거죠. 전통 월병이 지겨우면 아이스크림 월병은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비큐로 갑시다! 타이완 사람에게 추석 때 유자, 월병을 먹지 않아도 바비큐를 꼭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중추절(中秋節) 대신 바비큐절라고 추석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이완의 추석 바비큐 문화하면, 대부분 타이완 사람들은 1970-80년대 한참 유행했던 광고 슬로건이 뇌리를 스칠 겁니다. 바로 간장 업체 만가향(萬家香)이 선보인 슬로건 ‘一家烤肉萬家香(한 집에서 고기를 구우면, 만 개의 집에서 향기가 난다)’입니다.
아시아대학교 천쥔즈(陳峻誌) 교수가 발표한 추석 바비큐 관련 분석에 따르면, 만가향의 광고가 나오기 전에 추석 바비큐에 관한 기록이 이미 있었으므로 해당 슬로건은 타이완 추석 바비큐 문화의 기원이라기보다는 시장 추세에 따른 마케팅 수단에 더 가까워합니다. 1960년대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야외에서 추석을 보내는 문화가 점점 유행되며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은 야외 바비큐를 즐겨 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 추석 바비큐 문화는 온 사회를 풍미하기 시작해 타이완의 가장 보편적인 추석 풍경이 되었습니다. 만가향은 197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해당 슬로건을 사용했고 1986년 해당 슬로건을 바탕으로 한 시리즈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추석 바비큐 문화가 확립되면서 이듬해인 1987년 식품 업체 진란(金蘭)이 타이완의 첫 바비큐 소스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시간 순으로 보면 만가향이든 진란이든 추석 바비큐 문화의 창시자가 아닙니다. 천 교수는 이 특별한 문화가 급속한 경제 성장, 야외 활동 유행, 바비큐의 용이성, 가족 모임의 사회적 수요, 업체 홍보 등 여러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타이완 추석은 먹을거리가 가득한 행복한 명절입니다. 상쾌한 유자, 달콤한 월병, 그리고 군침 도는 바비큐. 다음에 추석 연휴 때 타이완에 오셔서 독특한 추석 문화를 체험해 보세요! 엔딩곡으로 타이완 가수 랴오윈챵(廖文強)의 노래 ‘바비큐 와하하(燒肉哇哈哈)’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노래는 바비큐집을 지나갈 때마다 들어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中秋飲食與養生保健,雲品中醫診所。
2. 麻豆代天府。
3. 烏凌翔,「八月十五殺韃子─古代的假新聞,後世的真傳說」,風傳媒。
4. Carl,「月餅大不同!你最喜歡的月餅是哪一味?」,旅遊咖幫你實現夢想旅行。
5. 陳峻誌,〈中秋為何烤肉?一個傳統節慶轉換現代風貌的考察〉,興大中文學報40期。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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