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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카페’의 시작

  • 2023.08.07
대만주간신보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라이온'에서 근무한 여종업원들의 단체사진(1932)- 사진: 국립타이완역사박물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카페에서 커피나 조각케익 같은 간단한 디저트를 구매해 카페 내의 테이블에서 장시간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로 최근 몇 년 간 많이 회자되었죠. 카페 점주들은 장시간 한 테이블을 점령(?)하는 카공족들로 인해 장사가 안된다며 환영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보이고, 카공족들은 내돈내산한 커피를 마시며 카페에서 공부하는게 왜 문제냐하는 뜨거운 논쟁도 있죠. 타이완에서도 카공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타이완의 대표적인 카페 체인점인 루이사, 단테, 카마, 브라운 등에서요. 카공족들에게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충전선을 매점 내 콘센트에 꼽아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대부분의 체인점에서는 가능하니까요. 2021년 기준 타이완인의 연간 커피소비량은 1명당 122잔, 한국인은 1명당 367잔이나 나왔는데요. 그만큼 현대사회를 사는 타이완, 한국 사람 모두의 일상에 꼭 필요해진 카페. 이 카페는 두 나라 모두 공교롭게도 일제시기 때부터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상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란 말 자체가 프랑스어의 cafè를 당시 일본어 カフヱー로 표기한데서 유래되었죠. 오늘 <대만주간신보> 시간에는 일제시기 타이완의 카페 역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날의 카페가 와이파이를 동반한 카공족들의 성지가 되었다면, 일제시기인 80여년 전 카페는 젊은 여성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조금은 에로틱한 장소였습니다. 쇼와 11년(1936)판의 타이베이주 ‘전화첩(電話帖)’ 즉 당시 타이베이 시내 모든 상가와 회사들의 전화번호를 모아놓은 전화번호부에는 ‘카페-(カフヱー)로 시작하는 가게 이름이 20곳이 넘었다고 하는데요. 80여년 전 타이베이의 카페 이름을 모아놓은 오래된 전화번호부에 있는 이 카페들의 이름은 '호접(胡蝶)', '처녀림(處女林)', '미인좌(美人座)', '홍란(紅蘭)' 등으로 으로 왠지 커피숍보다는 술집 골목에 있을 법한 클럽 이름과 유사했습니다. 키츠노(吉乃)나 다마노(玉乃)라는 이름의 카페는 지금의 일본인들이 봐도 웃음이 피식 나올 법한 이름인데, 왜냐하면 두 단어를 보면 일본인들은 곧장 게이샤임을 직감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80여년 전 식민지 타이완에는 이런 류의 이름을 가진 카페들이 타이베이, 타이난 등 주요 도시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에도도쿄학사전(江戶東京學事典)에 따르면 다이쇼 원년인 1912년부터 일본에서는 카페가 맥주집 대신 ‘서양식 분위기의 술집’이란 곳을 대체하는 용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카페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여종업원이 음식과 음료를 대접하고 무료로 손님과 동석을 하기도 했는데요. 1930년을 전후하여 이런 형태의 카페가 일본 사회에서 더욱 유행하게 되었고, 가장 성황일 때 도쿄에 무려 6만 명이 넘는 여성이 카페 웨이트리스로 일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카페 열풍이 타이완에도 상륙했습니다. 타이난에서 출판된 순중문판 대중문예 정간물인 <369소보(三六九小報)>라는 잡지에는 고전 중국어 글쓰기인 문언문(文言文)으로 당시 카페의 분위기를 묘사한 글이 연재되기도 했고, 「……尋芳買醉 。 現已舍酒樓而趨珈琲店矣 。 燈紅酒綠 。 粉膩脂香 。 燕瘦環肥 。 左宜右有 。 群花招展 。 肉屏風也 。 蠻腰巧折 。 天魔舞也 。 唱片妙響 。 流行曲也。 心身陶醉 。 五色酒也 。 時代人之官能 。 於是乎享 樂之亂舞 。 盛哉珈琲店 。 尖端時代之寵兒也。 」(1933) 일제시대 타이완 문학계의 대표 작가인 양윈핑(楊雲萍)의 소설 <카레밥(加里飯)>을 보면 보다 이해하기 쉬운 구어(白話)로 당시 카페의 분위기를 명확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1927년 가난한 한 청년이 카페를 돌아다니며 발견한 내부 풍경을 다음과 같이 적어내려갑니다. “그는 두 학생과 세 회사의 직원을 훔쳐보듯이 보았다. 그들은 여종업원과 자유자재로 성적인 농담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손목을 잡고 어떤 이는 허리를 껴안고 있다.” 지금의 카페와 가장 다른 점은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손목과 허리를 내어주는 '여종업원(女給)'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1934년 출판된 <369소보(三六九小報)> 283호에도 한 타이완인이 타이난의 대표 카페인 '스타 카페'(明星加扶, 당시 타이완에서는 일본어 카페- ‘カフ그-’를 ‘加扶’라고 표기함)를 체험한 후기가 연재되었습니다. 그는 카페 전체에 23명의 여종업원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 중에는 염자(豔子)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있었고, 그녀를 두고 “아직 비바람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시 처녀 신분이다.”라고 듣고는 그가 웃음을 지었다고 합니다. 

1938년에 출판한 <대만 골프 클럽 20년사>라는 책에는 단수이역과 단수이골프장 사이를 왕래하는 배의 사진이 있고,  그 하단에는 사진 속 멀리 있는 세 여인의 모습을 해석합니다. 다이쇼 10년(1921) 10월 16일 당일 두 일본인을 환송하기 위해 골프대회를 개최했는데, 이 때 ‘라이온(ライ オン)’ 카페에서 출장 온 ‘여종업원’이 출장 차 함께 참여했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출장 업무도 도맡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카페 ‘라이온’은 타이베이 최초의 호텔형 커피숍이자 다이쇼 시대 타이완을 대표하는 문예 장소로 알려진 유명한 카페입니다. 카페는 현재 타이베이 228기념공원 내부 자리에 위치해있었으나 건물은 이미 남아 있지 않죠. 정확한 원래 위치는 현재 228 공원의 야외 음악대와 어린이 놀이 구역 사이 즘이 됩니다. 카페의 주인 시노즈카(篠塚初太郎)가 언제 이 가게를 창업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다이쇼 2년인 1913년 카페 라이온에 관한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식민지 타이완의 주요일간지인 <대만일일신보(臺灣日日新報)>는 1913년 그해 초 타이베이신공원(臺北新公園)에서 첫 번째 '반차카이(番茶會, 반차를 마시는 모임)'가 열렸다고 보도합니다. 일본어로 '반차'는 질이 높지 않고 저렴한 차를 뜻하는데, 반차회는 유명한 화가 이시카와 킨이치로(石川欽一郎)가 발기하여 타이완에 체류중인 관료, 건축가, 의사 등 전문 기술과 능력을 갖춘 일본인을 불러 정기적으로 차를 마시고 떡을 먹으며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반차회 회원들은 후에 카페 '라이온'의 정원에 문예의 신을 모시는 신사, ‘텐만구(天滿宮, 천만궁)’를 건립해 일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참배하게 했습니다. 작은 카페가 문예인들이 동원될 만큼 이렇게까지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실로 이해하기 어렵죠.

당시 일본 작가 하마다 하야오(濱田隼雄)는 소설 <공원의 그림(公園之圖)>에서 타이완으로 건너 온 일본의 젊은 관리들과 은행원들은 ‘라이온’을 '감상의 배수구(感傷的出水孔)'로 여겼다고 설명합니다. 서구적인 분위기의 커피숍이 타이완의 일본인 사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차를 마시든, 술을 마시든, 커피를 홀짝거릴든 할 것 없이 카페의 간판 아래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은 단지 컵 속의 내용물 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분위기도 함께 소비하고 있다고 묘사하죠.

타이완인이 처음으로 카페를 연 것은 1931년으로 당시 사람들은 카페 이름은 ‘카(Car)’라고 불렀습니다. 카페의 정식 명칭은 ‘카페 베르테르(Cafe Werther)’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따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제시기 변호사였던 천이송(陳逸松)의 회고록에 따르면, 카페 '베르테르'는 처음에는 '순수한 다과점'으로 장사가 부진했으나, 이듬해 "술집으로 바뀌었고, 미녀들이 구름처럼 많아 서비스가 친절해 타이완인이 개설한 최초의 고급 술집이 되었다. 그래서 문인과 젊은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고 설명합니다.

오늘날의 카페와 가장 비슷한 의미를 가진 곳을 일제시기에는  '킷사텐(喫茶店)'이고 불렀습니다. 일명 ‘차를 마시는 가게’, 즉 ‘찻집'이라는 의미죠. ‘카페'에 비해 차를 마시는 ‘킷사텐'은 훨씬 청순한 장소였습니다. 1934년 '대만부인계(臺灣婦人界)'라는 여성용 잡지에 '타이베이 찻집 순례'라는 기사에서 기자는 타이베이의 유명한 찻집 13곳을 방문하여 각각의 장단점과 특징을 소개합니다. 이 중 '메이지제과(明治製菓)'가 가장 대중적이었습니다. 메이지제과는 직장인이며 학생과 부인으로 매일 만석이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음반을 듣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고 소개합니다. 3층짜리 건물인 메이지제과에는 큰 간판이 놓여있었고,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에서 홍차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는 광고를 내놓았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찻집에는 서양식 음료와 디저트 외에도 레이스 커튼과 색채가 화려한 네온사인,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서양음악, 예쁜 탁자와 의자, 벽지 등을 갖추고 있어 식민지 타이완 사람들에게 새로운 식문화를 선사했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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