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 12월 11일 타이완 유명 작사가이자 프로듀서인 린추리(林秋離)가 간암으로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청취자분이 린추리라는 이름이 많이 낯설다고 느껴지실 테지만 옛날부터 저희 RTI한국어방송의 애청자시라면 그가 작사한 린쥔제의 '강남(江南)'이라는 노래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저희는 방송에서 이 노래를 많이 틀었기 때문입니다.
린추리는 1960년 타이난에서 태어나 1980년대 말기 작사를 시작했습니다. 무려 40년에 가까운 작사가 인생에서 린추리는 300여 명 가수들의 700곡 이상의 노래를 작사했으며, 그 가운데 엄청난 히트를 친 곡도 많습니다. 린추리는 작사를 시작한 것은 당시 그의 여자친구였고 나중에 아내가 된 슝메이링(熊美玲)에 대한 사랑을 표하기 위해서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슝메이링도 작사가이자 작곡가이며, 두 사람이 항상 같이 노래를 만들고 타이완 연예계에서 다정하고 금실이 많은 ‘잉꼬부부’로 유명합니다. 가사를 쓰는 것 외에도, 린추리는 2000년에 음악제작사 ‘오션 버터플라이 뮤직(Ocean Butterflies Music)’에 가입하여 타이완 지사를 설립했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유명한 싱가포르 출신 남가수 아두(阿杜)와 타이완에서 톱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싱가포르 출신 남자 가수이자 작곡작사가 린쥔제(林俊傑) 등 음악인을 발탁했습니다.
린추리의 대표작품 하면 <울고 있는 모래(哭砂)>라는 노래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이 노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활약했던 여자 가수 황잉잉(黃鶯鶯)이 1990년에 발표한 앨범 《사랑을 자유롭게 해(讓愛自由)》에 수록됐습니다. 이 곡은 린추리가 작사한 노래 중에 처음으로 중화권에서 대히트를 친 노래이기 때문에 린추리에게 매우 의미 깊은 노래이며, 타이완 최고의 톱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와 <친구(朋友)>로 한국에서 잘 알려진 홍콩 가수 저우화젠(周華健) 등 수십 명 가수가 리메이크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디션 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가자가 경연곡으로 많이 선정하기도 하는 노래입니다. 또 <울고 있는 모래>를 작곡한 작곡가는 바로 린추리의 아내 숭메이링입니다. 이 노래의 작곡가로서 숭메이링은 1992년 타이완 최대 권위의 음악시상식 제3회 금곡장(金曲獎)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곡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린추리 부부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곡입니다. 여기서 <울고 있는 모래>의 후렴 부분 가사를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風吹來的砂 落在悲傷的眼裡 바람에 실려온 모래는 슬픔이 가득찬 눈에 들어와
誰都看出我在等你 누구나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걸 알고 있어
風吹來的砂 堆積在心裡 바람에 실려온 모래는 마음 속에 쌓여
是誰也擦不去的痕跡 누구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됐어
風吹來的砂 穿過所有的記憶 바람에 실려온 모래는 모든 기억을 지나쳐
誰都知道我在想你 누구나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걸 알고 있어
風吹來的砂 冥冥在哭泣 바람에 실려온 모래는 아득하게 울고 있어
難道早就預言了分離 설마 전작에 이별을 예견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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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모래> 외에, 장후이메이의 인기곡 <바다를 듣다(聽海)>의 가사도 린추리의 대표작으로 손꼽힙니다. 1996년 가수로 데뷔해 지금까지 아시아권에서 꾸준히 활약해 온 타이완의 레전드 가수 장후이메이는 지난 26년 동안 적어도 100곡 이상의 노래를 내놓았는데 그중 1997년에 발행한 2집 《Bad Boy》에 수록된 <바다를 듣다(聽海)>는 발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며 1997년 노래방 애창곡 1위까지 등극했고, 또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화권 후배가수들에 의해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있는 명곡입니다. 이 노래의 작사 에피소드가 꽤 재밌는데요. 린추리가 영감을 찾으려고 바에 갔었고 새벽에 바의 웨이트리스들과 함께 야식도 먹고 바다도 보러 갔는데 그때 린추리는 웨이트리스들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냐”고 물었는데 그중 한 명은 ‘제가 남자친구에게 저를 떠나갈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묻고 싶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린추리는 이 대답에서 영감을 얻고 집에 돌어가서 바로 <바다를 듣다>를 써냈다고 합니다. 여기서 노래의 후렴구 가사를 읽어드리겠습니다.
聽 海哭的聲音 들어봐, 바다가 우는 소리를
這片海未免也太多情 悲泣到天明 이 바다는 정이 너무 많아, 날이 밝을 때까지 울고 있네
寫封信給我 就當最後約定 나에게 편지를 써줄래, 이것은 마지막 약속이야
說你在離開我的時候 당신이 나를 떠나갈 때
是怎樣的心情 어떤 심정이었는지 말 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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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모래>와 <바다를 듣다>를 포함하여, 린추리가 직접 고른 자신의 회심작 톱3의 마지막 작품은 제가 방송 맨 앞에서 얘기했던 린쥔제의 <강남>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강남>이 아닌 또 다른 린추리가 작사하고 린쥔제가 부른 노래 <누구를 위해 만든 게 아닌 노래(不為誰而作的歌)>라는 곡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왜냐하면 린추리 생전의 핸드폰 벨소리는 바로 이 노래입니다. 린추리는 ‘오션 버터플라이 뮤직’ 타이완 지사 CEO를 역임하던 당시 싱가포르에서 린쥔제를 발탁했고, 그에게 많은 노래를 작사해 주며 린쥔제가 음악 활동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따라서 린쥔제는 린추리는 자신의 ‘은사(恩師)’라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고, 린추리의 별세에 대한 애도문에서도 “린추리 선생님은 제 음악 세계의 영웅”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를 위해 만든 게 아닌 노래>의 가사는 린추리가 “아는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모든 사람에게 감사해라”라고 일깨워주기 위해 작사한 것인데요. 여기서 후렴구 가사를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夢為努力澆了水 꿈은 노력에게 물을 주고
愛在背後往前推 사랑은 뒤에서 앞으로 밀어주는데
當我抬起頭才發覺 고개를 들었을 때 깨달았어
我是不是忘了誰 내가 누군가를 잊은 것 같은 걸
累到整夜不能睡 피곤함에 밤새 잠들지 못해
夜色哪裡都是美 야경은 어디서든 모두 아름다워
一定有個人 他 躲過 避過 閃過 瞞過 숨고 피하고 외면하고 속였던 사람이 분명이 있을 거야
他是誰 他是誰 그는 누굴까? 그 사람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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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추리는 2014년에 《당신의 심정을 훔쳐 노래를 쓰다(偷你的心情寫情歌)》라는 책을 발표하며 30곡 노래의 작사 에피소드를 공개했는데 그는 자신이 너무 한결같은 사람이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야 가사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가사는 항상 새로우면서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비록 린추리 작사가는 이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름다운 가사들은 영원히 살아남아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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