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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6번째 대멸종 중!? 장궤이싱(張貴興) 《아이리즈 오프 모닝(鱷眼晨曦)》

  • 2023.12.04
포르모사 문학관
말레이시아판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 불리는 《아이리즈 오프 모닝(鱷眼晨曦)》 - 사진: Eslite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인류가 탄생하기 전에 지구는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인 백악기에 공룡을 비롯한 지구 생물의 약 75%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공룡의 친척 악어는 강한 환경 적응력 덕분에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성경 욥기에서 악어는 연약한 인간과는 다른 강대한 존재로 묘사되어 있는데요. “그것이 재채기를 한즉 광채가 발하고 그 눈은 새벽 눈꺼풀이 열림 같으며 그 입에서는 횃불이 나오고 불똥이 뛰어납니다”

악어의 눈에서 나오는 맑은 빛은 새백을 맞이하는 첫 번째 서광일 수도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붉은 경고일 수도 있습니다. 악어의 눈은 밤에 붉은 색으로 빛나는데, 이는 특수한 색소가 망막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올해 금전장(金典獎) 본상의 수상작,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 작가 장궤이싱(張貴興)의 최신 소설 《아이리즈 오프 모닝(鱷眼晨曦)》에서 악어의 눈빛은 72캐럿의 커다란 레드 다이아몬드입니다.

말레이시아판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 불리는 이 소설은 타이완 문단에서 보기 드문 서사적 소설인데요. 인물 간의 대화나 서정적인 묘사 대신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는 방대한 서사를 통해 신비스러운 보르네오섬 정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저자는 많은 편폭을 할애해서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국립사범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쉬원웨이(須文蔚) 교수는 “장궤이싱은 타이완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보르네오섬 서북부에 있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에서 태어난 장궤이싱은 20살 때 고향을 떠나 타이완으로 이주해 26살 때 중화민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와 작가로 타이완에 정착하게 되었지만, 그는 줄곧 보르네오섬 정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창작해 왔습니다. 2019년 《멧돼지도강(野豬渡河)》을 통해 금전장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또 한 차례 금전장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첫 장편소설 《세이렌의 노래(賽蓮之歌)》을 각색한 동명영화도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2019년 《멧돼지도강(野豬渡河)》을 통해 금전장 대상을 수상한 장궤이싱(張貴興, 우) - 사진: CNA

장궤이싱의 고향 사라왁은 원래 브루나이 술탄국의 영토였고, 영국인 모험가인 제임스 브룩(Sir James Brooke)이 이 곳에서 해적을 소통하면서 브루나이 술탄(이슬람 국가 최고 통치자)에게 영토를 하사받아 1841년 동남아시아 역사상 유일의 유럽계 왕조인 사라왁 왕국을 건국했습니다. 1941년 일본 제국에 의해 점령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6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1963년 막 독립한 말레이시아에 편입되었습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편입된 것은 현지 좌익 세력의 반대를 불어일으켜 결국 27년 동안 공산주의자와 정부 간의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보르네오섬은 아시아 최대의 열대 우림 지역이며 악어의 서식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장궤이성은 어렸을 때 한 친구의 집에 갔는데, 친구 집은 물 위에 지은 ‘호상 가옥’이고 변기는 강을 통한 작은 구멍입니다. 어느날 그는 용변을 보다가 자신의 엉덩이를 노려보는 악어를 보고 감짝 놀랐습니다. 그의 친구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악어를 보는 것은 굉장히 흔한 일인데 악어를 봐야 잘 쌀 수 있다”며 장난을 쳤습니다. 악어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 외에 보르네오섬에서 밤이 되자 고개만 들면 별이 총총한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장궤이성은 《아이리즈 오프 모닝》의 출판기념회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광활한 우주에 취할 뿐만 아니라, 인류가 저지른 죄행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사실 무분별한 개간 행위 때문에 보르네오섬의 우림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를 멸망시키는 인간의 탐욕, 이것은 바로 《아이리즈 오프 모닝》의 핵심 주제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할아버지가 남긴 염원을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악어에게 삼켜버린 할아버지의 레드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정글로 떠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정글에서 72캐럿의 커다란 레드 다이아몬드 2개를 발견했는데, 하나는 영국 왕실에게 바쳐진 후 왕관에 박혀 ‘사라왁의 별’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다른 하나는 당시 연인에게 줬지만 결국 연인과 함께 악어에게 삼켜버렸습니다. 할아버지의 남은 생은 연인을 죽인 악어를 찾으려 총력을 기울였으나 눈을 감을 때까지 그러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은 다이아몬드를 찾는 과정에서 식민 통치자인 영국인, 사라왁의 독립을 주장하는 좌익단체, 그리고 3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인 '루시'를 상징하는 빨간 머리 소녀를 만나 모험을 떠납니다.

소설 결말에 저자는 영국의 록 밴드 비틀즈(The Beatles)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가사를 번역했는데요. 이 노래는 비틀즈 멤버 존 레논(John Winston Lennon)이 제작한 히트곡으로, 곡 제목의 첫 글자만 보면 ‘LSD’가 되기 때문에 마약을 암시한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비틀즈를 열광하는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참 유행했던 LSD를 소설에 넣기로 했으나 전체 구성을 고려해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비틀즈의 노래만 남겼습니다.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만약 지금 수정할 수 있다면 LSD를 다시 쓸 것이고 이렇게 하면 이야기가 더 합리적이고 풍부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야기의 끝에서 주인공은 빨간 머리 소녀를 통해 지구의 5차례 대멸종 사건, 생명의 시작과 죽음을 보게 되며 소녀는 주인공에게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 6번째 대멸종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이에 저자는 LSD의 복용은 주인공이 지구 대멸종의 장면을 보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LSD를 복용했든 안 했든, 혜성이 있든 없든, 인류는 지구를 멸망시키고 있습니다. 타임지에 따르면 6번째 대멸종은 과거와 다르게 소행성 충돌 등 자연적 원인이 아닌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에 의한 재앙입니다. 과학자들은 20세기 동안 2만에서 200만 에 달하는 종들이 사실상 멸종했다고 추정합니다. 따라서 “6번째 대멸종은 찾아올까?"라기보다는 “6번째 대멸종은 진행 중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악어는 백악기 대멸종에서 살아남았지만 6번째 대멸종인 홀로세 대멸종을 견딜 수 있을까. 또 인간은 자연 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결국 종말을 맞이할 겁니다.

장궤이싱은 마법과 같은 기법을 통해 자연과 환경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며 타이완 문단에 말레이시아의 관점을 갖게 합니다. 왜 타이완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의 작품 모두 타이완에서 작성, 출판, 수상되었는데, 이 때문에 비판을 받으면 시야가 너무 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다음 작품에는 시베리아, 아프리카, 타이완 등 곳의 이야기를 통해 보르네오섬과 대조할 수 있는 소설을 쓸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장궤이싱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면서 오늘 방송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張貴興,《鱷眼晨曦》。
2. 「現場》瞭望婆羅洲的兩種角度:張貴興談《鱷眼晨曦》feat.伊格言」,OPENBOOK閱讀誌。
3. 張貴興×高嘉謙 主講|《鱷眼晨曦》|陪你讀本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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