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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영원한 이방인” 리친펑(李琴峰) 《피안화가 피는 섬》

  • 2023.06.19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과 오키나와의 역사를 연상시키는 타이완 작가 리친펑(李琴峰)의 일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芥川龍之介賞) 수상작《피안화가 피는 섬(彼岸花盛開之島)》- 사진: Eslite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 8일 <간추린 뉴스> 시간에서 중화민국 입법원장 유시쿤(游錫堃)이 타이완 이란(宜蘭) 수아오(蘇澳)와 약 100km 떨어진 일본 요나구니섬(与那国島)과의 선편 직항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요나구니섬은 <랜드마크 원정대> 17번째 시간에서 소개해 드린 오키나와 야에야마 제도에 속하며 오키나와섬보다 타이완섬에 더 가깝습니다. 예로부터 타이완과 빈번한 왕래를 유지해온 요나구니섬은 특히 타이완 일치시기 시절에 타이완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1972년 타이완-일본 단교 및 오키나와의 일본 반환에 따라 두 섬 간의 정기적인 왕래는 멈추게 되었습니다.

지난 2021년 최초로 일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芥川龍之介賞)을 수상한 타이완 작가 리친펑(李琴峰, 필명, 본명 미공개)의 수상작 《피안화가 피는 섬(彼岸花盛開之島)》이 작년에 타이완에서 출판했습니다. 일본 문단에서 활동하는 리친펑은 직접 번역해 모국어로 타이완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시즌1에서 진옥순 아나운서님이 소개해 드렸다시피, 일본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여성 동성애자로서 겪은 고통은 리친펑이 일본에 이주하게 된 이유입니다. 재일 타이완인 2세 출신인 작가 운유러우(温又柔), 왕전쉬(王震緒) 등과 다르게 리친펑은 ‘일본에서 일본어로 글을 쓰는 외국 작가’라고 자처하며 나라와 민족에 많이 착안합니다.  

리친펑의 5번째 소설《피안화가 피는 섬》은 타이완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한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하며 오키나와와 타이완의 역사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리친펑은 오키나와의 전신 류큐왕국의 역사와 종교, 그리고 요나구니섬의 신화를 참조해 해당 섬의 역사, 지리, 문화, 경제, 생활방식 등에 대해 치밀한 설정을 부여하고 유토피아와 같은 낙원을 구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타이완어(민남어), 류큐어를 융합하는 세 가지 언어를 창조했는데 처음 읽을 때 다소 생소하지만 읽을수록 언어의 재미에 심취할 겁니다.

공동생활 체제를 실시한 이 섬에는 전통적인 가정과 혼인 관념이 부재하고 사람마다 자유롭게 거주지와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마을 전체 공동 부양이며 성인 모두 아이의 보호자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인이 되기 전에 스스로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중 가장 특별한 직업은 섬의 역사를 계승하는 ‘나로(乃呂)’입니다. 모계사회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나로가 된 여성만 역사의 진성을 알며 바다 저편에 있는 섬사람의 고향 ‘니라이카나이(仁良伊加奈伊, ニライカナイ)’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경제의 경우 주로 자급자족과 니라이카나이에서 얻은 자원을 통해 생활을 유지합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우미(宇実)가 피안화(彼岸花)가 만개하는 바닷가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해상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우미는 미지의 섬으로 떠내려왔는데 이방인으로서 이 섬에 정착하려면 현지 언어를 배우고 나로가 되어야 합니다. 소녀 유나(游娜)와 소년 타츠(拓慈)의 협조를 통해 우미는 순조롭게 나로 시험을 통과했고 섬의 역사와 자신의 기억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미는 일본에서 쫓겨난 사람이고 운이 좋아서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섬에서 사는 사람 모두 일본으로부터 버려진 자입니다. 따라서 ‘니라이카나이’라는 곳이 단지 허구적인 신화일 뿐이며, 풍부한 자원을 섬에 제공하는 곳도 니라이카나이가 아닌 타이완입니다. 섬은 피안화로 만들어진 마취약, 그리고 중독성이 있는 마약을 통해 타이완과 거래합니다. 

다음에 여성만 나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는 과거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고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우미와 유나는 나로가 된 후 누구보다 섬의 역사를 더 갈망하는 타츠에게 진상을 공유하기로 약속했으나, 역사의 가르침을 고려해 못하게 되었습니다. 남성이라는 이류로 알권리가 빼앗긴 타츠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이야기 마지막에 우미와 유나는 전통의 틀을 깨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미는 “우리가 타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그 만약이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유나는 “그런데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이 섬은 사실 언제나 침몰될 수 있는 배”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규정 모두 인위적인 제도에 불과한 것을 깨닫게 된 후, 두 사람은 드디어 역사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리친펑은 《피안화가 피는 섬》의 후기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Freetown Christiania)’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는데요. 해당 지역은 1971년 덴마크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고 아직까지도 히피문화와 보헤미아니즘을 비롯한 자유분방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리친펑은 프리타운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동아시아 나라들의 역사에 접목하고 유일무이한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피안화가 피는 섬》은 대륙에 종속하지 않고 강대국 사이에 처하는 섬들의 애수를 부각시킵니다. 중국과 일본에 끼어있었던 류큐왕국.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과 일본 사이에 처했던 오키나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에 휩쓸려버린 타이완도 마찬가지죠. 스스로의 앞길을 결정할 수 없고 다른 나라에 좌우되는 것은 섬나라들의 가장 큰 슬픔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 12번째 시간에서 타이완 외딴섬 마주(馬祖)를 상징하는 피안화, 혹은 석산을 언급했는데요. 피안(彼岸)이란 생의 저편, 즉 죽음을 의미하는 겁니다. 일본 전설에서 피안화는 죽음의 꽃으로 사람을 저승길로 인도해 줍니다. 또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무덤 근처에 심고 동물이나 벌레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피안화는 동시에 사람을 치료하는 마취약과 사람을 해치는 마약이 될 수 있습니다. 리친펑이 만든 섬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천국만큼 아무런 흠도 균열도 없는 유토피아에서 여전히 거짓말과 차별이 존재하는 거죠. 한 홍콩 FM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친펑은 “역사가 완벽할 수 없고 인류가 구축한 사회제도도 완벽할 수 없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끊이없이 개선과 개혁의 계기를 찾고 있는 것처럼 이 섬도 내부로부터 변화의 길을 가고 있으며, 독자들은 이 섬의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안화가 피는 섬》에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을 비유하는 피안화(彼岸花) - 사진: 위키백과

수상 후 ‘타이완의 빛’으로 널리 불리는 리친펑은 사실 이러한 수식어를 원하지 않습니다. ‘소설의 핵심은 언제나 인간이고 작가도 국적, 성별, 가치관 등을 갖고 있는 인간이다. 이런한 요소들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창작할 때 웅대한 서사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학은 권력과 특정 이데올로기의 선전도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리친펑은 책 후기에서 작성했습니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리친펑의 창작 정신과 마찬가지로 국경을 넘어 찬란한 문명을 개척한 섬들도 외부세력으로부터 주도권을 잡고 아름다운 미래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李琴峰,《彼岸花盛開之島》。
2. 柯若竹,〈旁觀著自己筆下的主角受苦,讓寫作像是種自虐──專訪李琴峰《獨舞》〉,博客來OKAPI。
3. 楊明珠,〈李琴峰獲芥川獎,自豪作品為日本文學帶來創新【專訪】〉,中央社。
4. 李琴峰,〈海島悲歌──沖繩、琉球與臺灣〉,nippon走進日本。
5. 松田良孝,〈連結日本西之國境的船:如何拉近臺灣和與那國島的「111公里」?〉,nippon走進日本。
6. 李怡,〈台灣旅日作家獲芥川獎〉,一分鐘閱讀。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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