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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요괴•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판타지소설 시리즈 《대화산해경》

  • 2022.09.09
포르모사 문학관
'산해경(山海經)’을 바탕으로 작성한 판타지소설 시리즈 《대화산해경(大話山海經)》1부 '영혼수집자(靈魂收集者)' - 사진: 보커라이(博客來) 사이트 페이지 캡쳐

지난주 포르모사문학관 시간에서 성장소설, 무협소설, 판타지소설을 주로 쓰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궈정(郭箏)에 대해서 소개해드렸는데 오늘은 그의 판타지 소설 시리즈 《대화산해경(大話山海經)》에 대해서 집중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화산해경》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이자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을 바탕으로 작성하며, 판타지, 역사, 무협 등 요소가 결합되는 소설 시리즈입니다. 궈정이 ‘산해경’과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시 타이완의 정보 기술이 현재처럼 발달하지는 않아서 궈정은 ‘산해경’을 읽어 보고 싶어하지만 채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978년에는 한 출판사가 산해경을 포함하여 여러 중국 고전 소설을 모여 ‘고전 소설 대계(古典小說大系)’라는 서적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의 정가는 뉴타이완달러 만 여원(한화 약 45만 원, 2022.09.08.기준)으로 매우 쎘으나, 궈정은 이 책을 정말 너무 보고 싶어해서 분할 납부로 구매했습니다.  

궈정이 가장 좋아하는 산해경 속의 캐릭터는 형천(刑天)입니다. 형천은 본래 염제 신농씨의 부하 중 하나로서 전쟁의 신인 치우의 벗이기도 합니다. 치우가 죽은 후 염제의 세력을 규합해 황제 헌원씨와 싸우다가 목이 잘렸습니다. 하지만 목이 잘렸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젖꼭지를 눈으로 삼고 배꼽을 입으로 삼아 손에는 방패와 큰 도끼를 들고 연신 춤을 추며 다시 황제와 자웅을 겨루려 했습니다. 궈정은 산해경 속 형천에 대한 묘사가 너무 인상적이라 나중에 《대화산해경》을 작성했을 때는 형천을 핵심 캐릭터로 삼았습니다.  

궈정이 《대화산해경》 시리즈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08년 한국 감독 김종학과 함께 시나리오를 개발할 때였습니다. 당시 <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로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종학 감독은 신과 요괴를 소재로 한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고, 중국시장 진출을 고려해 궈정에게 시나리오 집필을 요청했습니다. 궈정은 “그냥 단순히 신과 요괴를 소재로 한 판타지 영화라면 심의 통과가 어려울 것인데, 고전 문학과 결합하면 통과 가능성이 훨씬 높으니 산해경을 각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건의했습니다. 그는  김종학 감독에게 동의를 받고 시나리오를 다 작성했으나 아쉽게도 무산했습니다. 하지만 궈정은 2014년부터 친구의 조언으로 시나리오를 소설로 변모하고 출판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산해경》은 중국 북송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쿤룬산(崑崙山, 곤륜산)에 사는 신선들과 요괴, 인간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묘사합니다. 《대화산해경》에 등장하는 신들이 대부분 산해경에 기록된 신선들인데 다른 신화 작품에 나오는 동양 신들과는 달리 그들은 인간세상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고 간섭하지도 않습니다. 또 더없이 선하고 공정한 존재로 인식되는 동양의 신보다는 《대화산해경》의 신선들은 인간적인 외양과 감정을 지니며, 심지어 인간적인 잘못이나 오류까지 저지르는 그리스 신들, 북유럽 신들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또, 소설 속 요괴들은 쌓아온 수련의 시간에 따라 힘의 강도가 다르지만, 대부분은 신의 전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화산해경》 속의 최약체는 바로 신력이 없는 데다가 짧은 수명으로 요괴처럼 긴 세월 동안 수련을 쌓을 수도 없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대화산해경》 속 캐릭터는 신이든 요괴이든 인간이든 모두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선악의 어느 한 편으로 나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궈정이 매우 좋아하는 캐릭터, 제1부 《대화산해경:영혼수집자(大話山海經:靈魂收集者)》의 여주인공 체리 요괴입니다. 체리 요괴는 이름 그대로 체리로 변한 여자 요괴이며, 7천 간 수련을 거쳐 체리 크기에서 수박 크기로 자랐고, 뿐만 아니라 마음대로 세 가지 모습의 여자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근육질의 아줌마, 하나는 섹시한 30대 여성, 다른 하나는 청순한 소녀입니다. 체리 요괴는 남자의 정기를 흡수하고 이를 통해 힘을 더 키우고, 특히 성경험이 없는 젊은이의 정기가 무엇보다 유용하기 때문에 계속 남주인공, 17세 18세의 젊은 도사(道士)에게 치근덕거리는데요.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고 사는 요괴이지만 성격이 매우 사랑스러워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독자들이 평가했습니다.  

또, 《대화산해경》 시리즈의 가장 재미있는 특색 중 하나는 현대적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쉽고 자연스럽게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현대 직장인 삶으로 신들의 생활 묘습을 비유하고, ‘베이글남’과 비슷한 뜻의 중국어 신조어를 사용하고, 또 타이완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빈랑(檳榔, Betelnut) 파는 여자의 이미지로 체리 요괴를 묘사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소설 속 신들이 그냥 현대인처럼 삽니다. 그들은 여가 시간에 볼링도 하고, 탁구도 치고, 뷔페도 먹고, 스포츠카도 탑니다. 신이지만 우리 인간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니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소설을 읽을 때 더 잘 몰입할 수 있습니다.   

 ‘산해경’의 신화 이야기에 작가 궈정의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이 판타지, 역사, 무협 ‘삼위 일체’의 소설 시리즈 《대화산해경》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렸습니다. 마무리곡으로는 타이완 여가수 쉬루윈(許茹芸)이 부른 ‘신화(神話)’를 들려드리면서 포르모사문학관을 마치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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