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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의 딱따구리 - 린솽부

  • 2022.02.25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사회운동가이자 작가인 린솽부(林雙不) - 사진: '국가 영화 및 시청 문화센터' 사이트 페이지 캡쳐

타이완 사회운동가이자 작가인 린솽부(林雙不)는 본명은 황린솽부(黃林雙不)이며 옛 이름은 황옌더(黃燕德)였습니다. 1950년 타이완 남서부에 위치한 윈린(雲林)현 둥스(東勢)향의 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문학잡지에 원고를 투고하고 거기서 받은 원고료로 가족 생계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약 50년의 시간 동안 대량의 산문, 시, 소설, 논술문 등 각종 유형의 문학 작품을 출품했는데 그의 작품은 주제와 특성에 따라 서정적 경향이 짙은 비주(碧竹) 시기와 비판적 경향이 강한 린솽부(林雙不) 시기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비주 시기는 1970년부터 1978년까지 린솽부가 ‘비주’라는 필명으로 문학 창작을 하던 시기를 가르킵니다. 비주, 한자로 푸를 벽(碧)에 대나무 죽(竹)자를 쓰며 그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인 13살에 만든 필명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농촌에 살던 그는 대나무가 매우 친근하다고 느껴지고 게다가 ‘寧可食無肉(영가식무육, 고기 없이 밥 먹는 건 할 수 있어도, 不可居無竹(불가거무죽, 대나무 없이는 살 수가 없다.)라는 소동파의 시구에 영향을 받아서 이 필명을 지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린솽부는 이 시기에 산문과 소설을 위주로 글을 썼습니다. 산문은 주로 가족애와 학창 생활, 사랑에 대한 추구, 사회 중하계층 사람들에 대한 관심 등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를 다루며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을 선사합니다. <질름질름 걷는 그의 모습(那一跛一跛的人影)>은 린솽부의 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 돈을 빌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안녕(說聲再見)>은 연인과 헤어진 후의 마음 상태를 묘사하고, 〈설봉 반월(雪峰半月)〉은 현재의 부인과 함께 타이완 설봉산에서 반 개월 동안 여행했던 추억을 기록합니다.

이 시기의 소설은 산문처럼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을 다룬 것도 있지만 농민의 빈곤, 농촌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통적 가치가 붕괴되는 현상, 대학 입시로 인한 젊은 학생들의 과도한 부담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관찰과 견해를 주제로 한 것도 많기 때문에 소설은 산문보다 덜 따뜻하며 무력감과 상실감이 강합니다.  하지만 후기 작품과 비교하여 저항적과 비판적인 의식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작품들은 ‘서정적’인 경향을 많이 보입니다.

1979년 가오슝에 있었던 중화민국의 민주화 운동이었던 메이리다오 사건(美麗島事件)은 많은 타이완 중·청소년 작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국민당 정부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시위자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강경 진압 수단을 취했을 뿐만 아니라 고문까지 자행했는데 이가 밝혀진 후 수많은 작가들은 타이완의 진실한 정치적 환경과 현실을 깨닫고 사회운동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 2월 28일 메이리다오 사건으로 체포된 의원 린이슝(林義雄)의 어머니와 두 딸은 대낮에 경찰들의 감시 아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됐으며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에 강한 충격을 받은 린솽부는 필명을 ‘린솽부’로 바꾸었고, 그 이후로 작품의 스타일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문학 청년에서 사회현상을 비판하며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로 되고 글과 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와 사회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린솽부의 린은 어머니의 성입니다. 솽부, 한자로 두 쌍(雙)에 아닐 부(不)자를 쓰며 전원시인(田園詩人) 도연명(陶淵明)의 ‘縱浪大化中(종랑대화중, 자연의 이치 가운데에서 물결치는 대로 밑기며),不喜亦不懼(불희역불구, 기뻐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다)’라는 시구 중의 ‘불희’와 ‘불구’, 이 두 개 불자를 쌍불로 생각하고 만든 이름입니다. 린솽부 시기에는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린이슝 일가 살인사건에 대한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했습니다. 예를 들면 <한 쌍의 쌍둥이 나비(一對雙生小蝴蝶)>라는 시에서 린이슝의 두 딸을 ‘한 쌍의 쌍둥이 나비’로 비유하고 그들의 육체가 무덤에 묻혀 있지만 영혼은 이미 가족을 지키는 천사로 승화됐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작 중의 하나 《죽순농부 린진수(筍農林金樹)》는 31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타이완 농촌의 다양한 문제, 즉 농촌 빈곤 현상, 인구 감소, 가부장제, 환경오염 등을 다루며 농촌의 쇠퇴에 대한 무력감을 표했습니다. 이 외에, 린솽부는 또한 이 시기의 작품에서 학교 내에 존재했던 수많은 문제를 다룬 바 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사와 학생의 정치의식을 통제하기 위한 국민당의 행정제도와 관료체제를 과감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소설 〈여대생 좡난안(大學女生莊南安)〉은 한 여대생이 의로운 분개심으로 공개적으로 교장의 기만적인 말을 폭로한 후 일련의 정치적 박해를 당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이 했던 말 “불의를 고발하는 것은 인간의 소명 중 하나다!”는 바로 린솽부 본인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린솽부는 1994년 교직을 그만둔 후 ‘조용하고 고요한(安安靜靜)’이란 주제로 일련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조용하고 고요한 타이완인(安安靜靜台灣人)》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독립 건국 운동을 추진하며 타이완의 미래를 위해 개인의 안전, 명예, 재산을 돌보지 않고 묵묵히 헌신하는 타이완인의 이야기를 묘사합니다.

서정적인 경향의 비주에서 비판적인 경향의 린솽부로, 작가 개인의 창작 의식과 문학적 스타일은 변했지만 작품 내용이 평이하여 쉽게 이해되는 점은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린솽부의 작품은 한국인도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로 번역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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