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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아픔에 대하여… 루핑(鹿苹) 《달콤한 빵의 섬》🥖

  • 2024.11.25
포르모사 문학관
2024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소설 부문 대상과 금전장(金典獎) 본상을 수상한 루핑(鹿苹)의 소설 《달콤한 빵의 섬(甜麵包島)》 - 사진: 보커라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100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청취자들의 성원 덕분에 타이완의 우수한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인 타이완과 한국의 문학 교류가 최근 눈에 띄게 활봘해지고 있죠. 지난달 한국 작가 박상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원작 소설 역시 타이완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박상영 작가와 같이 퀴어로 알려진 타이완 작가 천쓰홍(陳思宏)의 대표작 《귀신들의 땅(鬼地方)》도 예스24, 알라딘 등 한국 온라인 서점이 개최한 ‘올해의 책’ 투표 이벤트 명단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양국 문단 간 보다 긴밀한 교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 달 전 타이완 시인 야셴(瘂弦, 본명 王慶麟 왕칭린)의 별세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 비록 문단에서 거장 한 명을 잃었지만, 그의 딸 작가 루핑(鹿苹)은 여전히 창작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루핑(鹿苹)의 최신작 《달콤한 빵의 섬(甜麵包島)》은 올해 초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소설 부문 대상에 이어 타이완문학관 주최의 금전장(金典獎)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식민지배를 당한 카리브해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타인의 비극에 대한 공감을 살리면서도 개입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시적인 만가를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심사회의에서 번역소설과 비슷한 필법, 외국 색채가 짙은 이야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열렬한 토론이 벌어진 바 있으며, 타이완 문단에서 보기 드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오늘은 시인이자 소설가 루핑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현대시의 거장’ 시인 야셴(瘂弦) 92세로 별세


세계의 끝에서 고향을 써요 🧳

모두의 예상과 달리, 루핑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아버지 때문이 아닙니다. 미술을 전공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랑스와 캐나다에 진학해 디자인너로 생활했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시집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집에 자주 방문하는 문인들도 유명 작가가 아닌 부모의 지인으로만 생각했다고 루핑은 한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익히 듣고 영향을 받아 문학적 기초가 튼튼하며 소녀 시절 쓴 시 중 의외로 아버지의 대표작과 비슷한 구절이 나왔고, 캐나다 유학 기간에 쓴 일기도 시집 《유랑축장(流浪築牆)》으로 묶여 출판되었습니다.

2005년 어머니 별세 후 타이완으로 돌아와 3년 동안 일했지만, 몸조리를 위해 퇴사하고 오랫동안 동경해 온 시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에서 시리아 시인의 고향을 방문하려다 뜻밖에 성경에 나오는 장면에 도착해 성지순례로 떠났습니다. 문학적으로 접근했다가 종교적으로 큰 감명을 받은 이 여행은 여기까지 끝날 줄 알았는데, 루핑이 귀국한 지 1년도 안 되어 시리아에서 내전이 벌어졌습니다. 전쟁 소식에 시달리던 그는 펜을 들어 자신과 인연이 깊은 시리아의 이야기를 소설 《왼손의 땅(左手之地)》에 담았습니다. 그러나 이때 루핑은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지 않았고, 세 번째 작품 《달콤한 빵의 섬》을 완성한 후에야 작가로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루핑은 남편을 따라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로 이주했는데, 현지에서 《왼손의 땅》을 완성했지만 열대기후에 적응이 어려워 캐나다로 갔습니다. 캐나다에 도착하자 세계가 코로나19로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일상을 잃게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처럼 루핀은 문득 그 작은 열대섬이 그리워졌습니다. 어느 나라인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은 타이완의 수교국이었습니다. 타이완 대사관으로 쓰였던 건물에서 타이완의 과일인 왁스애플(蓮霧 롄우) 나무가 심어져 있고, 민간신앙이 혼재된 기독교 교회에서 타이완의 전통의식이 펼쳐지는 등 타이완과 유사점이 많은 섬입니다. 타이완의 돼지고기 덮밥인 루러우판(滷肉飯)에 있는 노란 단무지가 일본의 타쿠안(たくあん)에서 유래한 것처럼 식민통치의 흔적도 작은 섬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작은 섬에서 3년간 살던 루핑은 여러 식민정권을 경험한 이 섬은 미국 의대가 생긴 후 대학생들이 몰려왔지만 현지에 오래 머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타이완의 역사와 유사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과의 깊은 연결을 느낀 후 작은 섬에서 일어나는 고난, 외로움, 범죄, 죽음, 이산, 인종 문제 등을 소설 《달콤한 빵의 섬》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이 소설을 소개하기 전에 타이완 가수 리잉홍(李英宏)의 ‘발리섬(峇里島)’을 띄워드립니다.


달콤한 빵의 섬에 사는 사람들 🥐

세 챕터로 구성된 이 소설은 섬을 떠나 영국으로 갔다가 정년퇴직 후 섬으로 돌아온 부부, 섬의 의대에서 일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캐나다 교수, 태어나는 순간부터 저주를 받은 듯 불행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죽음과 어쩔 수 없는 삶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불합리한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대신, 운명을 바꿀 능력이 없어 그저 평안한 삶은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작은 인물들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 혼란과 이산의 아픔을 그려냈습니다. 이에 루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 생기면, 죽을 때까지 안 하면 후회할 일을 생각한다”며, 죽음으로 해결책에 접근하는 사고방식을 털어놨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냉정한 절제미가 느껴지며, 조금이라도 많거나 적으면 균형을 잃습니다.

첫 번째 챕터에서 주인공 장미는 생계를 위해 영국으로 떠나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오랜 영국 생활로 고향과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의 이질감이 생기고, 고향 사람들도 자신을 영국인으로 취급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장미는 고향에 돌아갔지만 우월감을 갖고 영국인인 척하면서 이웃들과 비교했습니다. 결국 평생 모은 돈으로 지은 꿈의 집은 잘못된 선택 때문에 후반생의 감옥으로 변모했습니다.

작가 주톈신(朱天心)은 루핑(鹿苹)과의 대담에서 “《달콤한 빵의 섬》은 현대인의 이산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도시나 국가 간의 이동일 수도, 개인의 유랑일 수도 있고, 더 극단적으로 하면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모습으로 태어나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뿐입니다. 이러한 이동과 이산이 고통을 주더라도 우리는 이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죠.

루핑은 지난 16일 열린 금전장 시상식에서 책이 출판되면 작가의 통제에서 독립하고, 작가는 비참한 캐릭터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독서는 귀하고 우아한 일로 지속하기엔 어렵지만 모두가 꾸준히 책을 읽고 귀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설은 발표된 순간부터 독자에게 해석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에 대한 무궁무진한 해석이 가능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 그 자체죠. 따라서 우리 모두 독서를 꾸준히 하는 귀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鹿苹,《甜麵包島》。
2. 汪純怡,「意外的聖地之旅開啟寫作路 在亞拿尼亞接受呼召之地得感動 作家鹿苹:相信寫作是神要我做的事」,基督教論壇報。
3. 邱祖胤,「鹿苹與朱天心對談 發現小說中的離散與聚合」,中央社。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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