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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국악의 새로운 장: 12월 한국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타이완 공연 2

  • 2023.12.27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두 번째 공연인 12월 9일 무대에는 한국의 국립국악원과 타이완의 대만국악단이 함께 올라 창작국악곡으로 협연을 펼쳤다. 검정색 유니폼은 국립국악원, 보라색 유니폼은 대만국악단원이다. - 사진: Rti 서승임

전통음악은 이제 더 이상 한 곳에 정착하지 않습니다. 한국 전통음악을 창작하는 주체가 반드시 한국인일 필요는 없고, 타이완의 전통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하는 주체 역시 타이완인일 필요가 없습니다. 중화사상과 한자문화권이라는 역사를 공유하는 타이완과 한국에게 전통음악은 ‘중국’이라는 전통의 중심과 변두리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우리’만의 소리를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장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국경 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그곳 사람들의 문화와 관습이 깊게 녹아 든 기존의 전통음악은 이제 전지구화 시대를 맞아 지역과 시간의 경계를 초월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 <어반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 이어 한국국립국악원과 타이완국악단의 협연 중 지난 12월 9일에 있었던 두 번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과 타이완에서 전통음악과 예술의 보존과 전승, 조사와 연구, 발전과 창작이라는 화두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인 국립국악원과 대만국악단은 2018년 MOU 체결 이후, 그 해 11월 타이완에서 열린 <찬란한 아침햇살: 한국 전통음악의 운치>을 시작으로 2019년 5월에는 대만국악단이 한국을 방문해 협연했습니다. 당시 교류에 참여한 천제민(陳濟民) 국립전통예술센터 주임은 “(한국은) 전통음악의 보존과 전승에 대한 사명감이 강하고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상당이 프로페셔널하며 자신의 문화를 존중하고 있다”며 국립국악원과 연주자들과의 교류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잠시 휴지기를 가진 후 올해 2023년 11월 <화이부동>으로 두 단체는 다시 한 번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교류의 마지막으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이번에 타이완을 방문해 12월 8일과 9일 양일간 <한국음악의 운치>공연을 선보인 것입니다.

12월 9일 오후 2시반 타이베이 스린에 위치한 타이완희곡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한국음악의 운치>의 두 번째 공연은 전날과 달리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대만국악단이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국립국악원에는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이렇게 4개의 연주단체가 있는데, 이중 가장 늦은 2004년에 창단된 창작악단은 오늘날의 시대에 맞는 전통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국내외 신예 작곡가의 작품을 구현하는 등 국악을 기반으로 전지구적 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입니다. 그리고 대만국악단과의 교류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9일 공연은 두 단체가 단순히 협연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타이완과 한국 전통음악의 경계 넘기를 통해 새로운 창작을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타이완 작곡가는 한국 전통음악에, 한국 작곡가는 타이완 전통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어 두 나라의 전통악기를 위한 작품을 새롭게 창작했습니다. 타이완 작곡가 린신핑(林心蘋)은 한국 동부에 위치한(타이완의 이란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강원도 민요인 <한오백년>(五百年)과 조선시대부터 수도의 역할을 한 경기도 지역 민요 <도라지>(道拉基)를 모티브로 관즈와 피리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했고, 홍첸후이(洪千惠)는 한국 사물놀이의 리듬 패턴을 모티브 삼아 두 나라의 타악기를 위한 합주곡을 탄생시켰습니다. 한편 한국 작곡가 최지혜는 한국 해금과 타이완 얼후를 위한 협주곡으로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두 악기 사이의 대화를 작품화 했습니다.

8일에는 한국 작곡가에 의해 창작된 한국 전통음악의 레퍼토리를 연주한 반면, 9일에는 두 나라의 작곡가가 서로의 전통음악 요소와 매력을 연구하여 재창조한 작품을 연주해 전통음악 창작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그 새로운 장은 전통음악 창작과 연주의 국경을 초월합니다. 계성원 작곡의 관악중주곡 <바람의 향연>(風雲的饗宴 – 管樂,打擊合奏)은 ‘바람’이라는 주제로 두 나라의 전통 관악기가 가진 멋을 뽐냅니다. 2014년 한국피리음악연구회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이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관악파트를 위해 소금과 대금 앙상블을 추가하여 재편곡 되었으며, 2019년 서울피리앙상블의 창단연주회를 위해 또 다시 다듬어 재편곡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대만국악단과의 교류를 위해 다시 한 번 재편곡된 이 작품은 한국의 피리, 태평소, 생황, 대피리와 저피리 외에도 대만국악단의 피리(笛), 생(笙), 소나(嗩吶)의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타이완 악기인 피리와 생, 소나 사이의 소리는 천차만별이지만, 타이완 악기인 소나와 한국 악기인 태평소, 생과 생황, 피리와 피리 사이의 소리는 오히려 유사합니다. 두 나라 악기 사이의 소리와 주법은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리듬과 음계를 작곡가는 이번 작품에서 성공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바람의 향연>이 관악기 사이의 국경을 초월한 새로운 조합을 선보였다면, 9일 공연의 마지막 곡인 타악기와 관현악을 위한 합주곡 <집격즙>(集擊㗊)은 두 나라 국악단의 타악기를 위한 창작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한국음악이 인접한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전통음악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음악 요소를 하나 꼽자면 그것은 바로 리듬감인데요. 한국음악 특유의 장단은 네 개의 타악기로 구성된 사물놀이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80년대부터 타악기 단체(朱宗慶打擊樂團)에서 활동하며 오랜 기간 타악기를 주요 악기로 창작해 온 홍첸후이 작곡가는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대만 전통음악의 리듬 패턴인 ‘나고락’(鑼鼓樂)에서 착안한 4박을 시작으로 불규칙한 5박, 12박까지 박과 박 사이의 리듬을 점차 쪼개가며 사물놀이와 대만 전통 타악기가 서로 흥을 돋웁니다. 이때 돋보이는 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대만국악단의 소라(小鑼, 샤오뤄)입니다. 소라(샤오뤄)를 타격할 때마다 만들어지는 음고의 미세한 움직임은 한국의 사물놀이 악기에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독특한 타악기의 음색입니다.

서로 다른 주법과 음색을 가진 두 국악단의 관악기, 타악기가 만나 빚어내는 새로운 소리는 ‘전통음악’에 대한 양국의 상상을 한 차원 넓히는 데 충분히 기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타이완과 한국, 한국과 타이완은 올해 12월 8일과 9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 <한국음악의 운치>를 통해 전통음악의 시간과 국경을 초월한 새로운 창작의 영역을 재현해 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놓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成慶麟, 1959:92)

2018년부터 시작된 국립국악원과 대만국악단의 교류는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창작된 전통음악을 매개로 한 두 나라의 연주 교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전통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연구하는 음악인들(작곡가, 연주자, 음악학자, 그리고 청중 등)의 적극적인 태도가 보다 요구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成慶麟, "國樂의 過去와 將來" <藝術院報> 第3號, 大韓民國藝術院, 1959, 81-92.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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