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교육대학의 류린위(劉麟玉) 교수는 일본학술진흥회의 지원을 받아 ‘일본 전통음악의 국경넘기: 식민지 타이완에서의 ‘방악'의 전승’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타이완인인 류 교수는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의 나라교육대학에서 재직하면서 타이완과 일본을 넘나들며 일제시기 음악 문화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음악학자입니다. 류 교수는 올해 3월 28일 4명의 일본 연구진과 함께 타이완 중앙연구원 인문사회과학연구센터의 지리정보과학연구센터를 특별 방문 했는데요. 국립칭화대학 타이완 문학 연구소 교수까지 동참해 세 기관의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타이완에서의 일본 전통 음악’이란 사이트 구축의 협력 의제에 대해 토론하고 교류했다고 합니다.
식민지 타이완에서의 일본 전통음악 연구라… 한국에서는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인데요. 류 교수는 어떻게 이 주제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류 교수는 10여 년 전 타이난 예술대학의 판양쿤(范揚坤) 조교수로부터 1933년부터 1934년 출판된 <대만방악계(臺灣邦樂界)>(1933-1934 출판) 잡지의 영인본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타이완에서 서양음악을 전공한 류 교수는 어렸을적부터 오랜기간 서양음악 훈련을 받아 왔을뿐만 아니라, 식민지 타이완의 음악문화에 대한 상상력은 서양음악, 한인(漢人)음악, 원주민음악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그저 놀라움에서 그치지 않고 류 교수는 끊임없이 질문했다고 합니다.
1930년대 잡지인 <대만방악계>에 기록되어 있듯이 이렇게 많은 일본 전통음악이 타이완에서 전승되고 있었는데, 왜 전후 타이완에는 그 발자취가 거의 남아있지 않을까? 일본 전통음악이 타이완에서도 영향력 있는 음악이었다면 왜 과거 연구 중 인터뷰 했던 타이완 어르신들은 비슷한 기억과 경험을 갖지 못했을까? 등 말이죠.
그렇게 여러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류 교수는 일본전통음악에 대한 기초 지식을 키웠을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관련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연구 동료를 찾아나섰습니다. 결국, 자신의 은사인 도쿠마루 요시히코 교수의 지지와 대학원 동창이자 현재 미야기교육대학의 교수 오시오 사토미(小塩さとみ), 그리고 후배 등과 함께 2015년도에 연구팀을 구성하여 일본학술진흥회의 지원하에 ‘일본전통음악의 월경: 식민지 대만에서의 ‘방악'의 전승’이란 주제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식민지 타이완에서의 극장조사를 위해 타이완에 소재한 국립칭화대학 타이완문학 연구소의 협조로 타이난, 타이베이, 지룽 등에서 현지 답사도 했고, 타이완 중앙연구원 지리정보과학연구센터(GIS센터)의 기술자도 만나 협력을 통해 연구팀의 성과를 디지털화하여 일제시기 타이완의 음악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공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연구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올해 대중에게도 공개된 ‘일본 전통음악의 국경넘기: 식민지 타이완에서의 ‘방악'의 전승’ 연구의 내용을 오늘 <대만주간신보> 시간에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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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교수 이하 연구진들은 일본인이 식민지 타이완에서 활동한 극장과 일본인 음악가들의 거주지의 지리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과거 연구들에서 타이완 전역의 극장 수와 일본 음악가의 수는 대략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숫자만으로는 식민지 타이완에서의 일본 음악 전승과 전파의 실제 모습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죠. 당시 타이완에서 활동한 일본인 음악가들의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알기 위해서는 타이완 각지에서 누가 어떤 종류의 음악을 연주하고 가르쳤는지, 어떤 극장을 이용해 연주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일본 전통음악이 어떠한 경로로 타이완에 울려퍼졌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도쿠마루 요시히코 명예교수는 '청중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 공개연주'와 '개인 거처에서 열리는 개인연주'로 분리하여 식민지 타이완에서의 일본 전통 음악 연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공개연주는 극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열린 연주를 말합니다. 지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식민지 타이완 전 지역에는 약 300 곳의 극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교통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당시 사람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먼 곳의 극장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기에, 한 번 공연이 열릴 경우, 연주하는 음악의 장르나 청중의 특징, 인원 수 등이 지역 단위로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본의 전통음악 중 노가쿠, 가부키, 전통 인형극인 분라쿠 등은 극장을 사용해야 하는 장르입니다.
한편 도쿠마루 교수는 한국의 거문고와 유사한 일본 현악기 소오(箏)나 세로로 부는 피리인 사쿠하치(尺八) 등의 일본 전통악기를 들고 초기에 타이완으로 건너 간 대부분의 일본인은 아마추어 연주자들이지 음악 전문 연주자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연구 결과 실제로 타이완에서 사쿠하치를 연주한 남성은 공무원이나 군인 등이 많았고, 여성의 경우 배우자와 함께 타이완에 온 가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은 공개적인 장소인 극장이 아닌 주로 자신의 집이나 사택 등 사적인 장소에서 연주를 했죠.
그러다 1920년대가 되자 일본의 프로 음악가들도 타이완을 방문해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타이완 식민 통치가 20여 년이 지난 1920년대에는 일본과 타이완 간 정기선박이나 타이완 내 철도와 같은 교통과 전신설비, 전화, 우편, 전력, 극장 건설 등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도쿠마루 교수는 “이들 인프라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일본의 전문 음악가들은 타이완에서 연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극장과 가정과 같은 사적 공간 외에 ‘신사’도 중요한 전통음악 연주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현재 원산대반점(圓山大飯店)이 있는 곳은 과거 일제시기 타이완 신사(臺灣神社, 1943년 이후 臺灣神宮으로 개칭)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는 일본이 해외에서 최초로 설립한 신사라는 중요한 위상도 갖고 있는데요. 당시 타이완 신사에서는 제물로 음악을 바치기 위해 다양한 음악을 종류별로 연주했기 때문에 제전이 열리는 날은 타이완인과 일본인이 각양각색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였습니다. 1901년 타이완 신사가 정식으로 창건된 이래, 전 타이완 섬에는 68개의 일본 신사가 들어섰고, 각각의 신사에서는 제전이 열릴 때마다 일본 전통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연구진들은 타이완 신사가 창건된 1901년부터 1943년까지 <대만일일신보(臺灣日日新報)>에 실린 타이완 신사 제전 관련 프로그램의 기록을 모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1920년대까지 타이완 신사의 제전은 주로 타이완 한인들의 전통음악과 일본 전통음악이 병존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나, 1930년대 이후에는 타이완 한인 전통음악이 사라지고 서양음악이 주를 이루면서 일본 전통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시대에 따라 주류가 된 음악은 달라졌지만 타이완 신사제가 열리는 날은 신사 주변뿐만 아니라 타이베이 시내 곳곳이 타이완 전통음악, 일본 전통음악, 서양음악 등 다양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대형 야외 연주공간이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타이완 신사 근처에 있는 원산공원과 총독부 옆에 있는 타이베이 신공원(臺北新公園)입니다.
식민지 타이완에서의 일본 전통음악 연주라는 주제에서 일본 게이샤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연주 주체입니다. 일본 게이샤가 식민지 타이완에서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상당히 이릅니다. 메이지 30년인 1897년부터 <대만일일신보>에서 관련 보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게이샤는 기본적으로 소속된 사무실(검번, 檢番)이 있었고 그곳에서 관리를 받았습니다. 이런 사무실이 메이지 시대부터 식민지 타이완에 존재했다는 것인데요. 검번은 게이샤들의 여흥이 필요한 장소, 이를테면 일본 요리정이나 각종 사교 모임장에 기생들을 파견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게이샤 양성을 위해 일본 전통악기 및 일본춤 등 예능을 가르치는 교수도 제공해야 했습니다. 또한 게이샤는 타이완 신사 제전 기간에도 단골로 출연하는 손님이었습니다. <대만일일신보>에 따르면, 1901년 제1회 타이완 신사제 당일에는 검번에 소속된 게이샤들이 타이베이 시내에서 수레를 끌고 다시 기차를 타 타이완 신사에 참배한 후 신사 밖에 있는 원산공원(圓山公園)에 마련된 무대에서 공연하고 돌아왔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습니다. 게이샤들은 제전에서 남장을 한 채 추는 춤, 테코마이(手古舞)와 샤미센(三味線), 일본 북인 타이코(太鼓) 등을 연주했다고 합니다.
이상으로 ‘식민지 타이완에서 연주된 일본의 전통음악’이란 주제로 지난 5년간 타이완과 일본의 학자들이 협력해 연구한 성과를 Rti 한국어방송 청취자님들께 소개해드렸습니다.
►참고자료
gis.rchss.sinica.edu.tw/visit_20230328/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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