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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족 출신 문학 거장 - 리차오

  • 2022.03.11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하카족 출신 소설가아자 문화평론가인 리차오(李喬) - 사진: '국가문예상' 사이트 페이지 캡쳐

타이완 하카족 출신 소설가아자 문화평론가인 리차오(李喬-이교)는 일치시대인 1934년 타이완섬 북서부에 위치한 먀오리(苗栗)현 다후(大湖)향 판자이린(蕃仔林)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리넝치(李能棋)입니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는 항일운동 참여로 항상 집에 없었고, 생계는 어머니가 혼자 책임져서 가정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항일 행동으로 괴롭힘을 당한 경험, 폐렴을 앓은 여동생과 사별한 고통, 태평양전쟁 시 마을 사람들의 가난과 죽음을 목격하면서 받은 충격 등은 나중에 리차오가 창작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대학교 시기에는 중국 고전 문학과 서양 철학서를 많이 접하게 됐으며, 특히 불교 관련 서적에 감명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리차오의 작품 가운데 불교를 다룬 것이 많습니다. 

리차오는 군대에 있을 때인 1959년 처녀작 〈술꾼의 고백(酒徒的自述)〉이란 단편소설을 발표한 이래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글을 써오고 2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1962년에서 1977년 사이의 15년 동안은 리차오가 가장 많은 단편소설 작품을 낸 시기였으며 그때 주로 고향 판자이린에 살면서 겪었던 고통과 현대인들이 직장, 혼인, 연애, 인간관계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는 현상을 다루었습니다. 이 시기는 마침 서구 모더니즘이 타이완에서 성행했던 때여서 리차오는 이에 큰 영향을 받아 소설을 창작하는 데 정신 분석, 의식의 흐름, 내심 독백 등 서양 문학 기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초기 작품은 모더니즘적 색채가 보다 짙습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은 〈인간공(人球)〉이란 단편소설입니다. 소설 내용은 학력이 낮고 직위가 낮아 종종 상사와 아내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주인공이 자기가 ‘동그란 공’으로 되는 과정을 상상하는 이야기를 그리며, 현대 사회의 억압된 구조와 사람이 물질화된 현대 사회에서 ‘탈물질화’를 추구하는 현상을 반영합니다.

1977년 리차오는 대규모 무장 항일 사건인 쟈오바녠(噍吧哖)시건을 소개로 소설을 쓰고 싶어해서 대량의 문헌 자료도 살펴보고, 사건 발생지에 가서 현장 조사도 하고, 사건 희생자의 유골이 안치된 ‘충혼탐(忠魂塔)’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당시 그는 총알이 관통한 흔적이 남아 있는 열사들의 유골을 보면서 타이완 역사와 혁명에 대한 열렬한 열정이 불타올랐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타이완 역사를 소재로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인 《한야삼부작(寒夜三部曲)》은 일본 통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시리즈이며 <한야(寒夜)>, <황촌(荒村)>, <고등(孤燈)> 등 3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3편 소설은 각각 타이완섬이 일본 식민지가 되기 전후 민중들이 땅을 개척하는 과정, 농민들의 비무장 항일 활동, 태평양전쟁 당시 타이완인의 고생스로운 삶을 묘사하며 고향땅에 대한 타이완인의 사랑과 일치시대 전후의 역사 및 사회 면모를 보여줍니다.

1977년 6월부터 1980년 9월까지 3년여가 걸린 끝에 《한야삼부작》이 완성됐습니다. 이후 리차오는 문학 창작의 한계를 돌파하고 독자에게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백사전’ 개작을 시도했습니다. 백사전은 중국 송나라 시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로 인간 남자 허선(許宣)과 인간으로 변한 백사 요괴 백소정(白素貞)의 사랑을 다루었습니다. 그는 이 전설을 좀 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고쳐서 《정천무한──백사신전(情天無恨──白蛇新傳)》이란 장편소설을 지었으며, 이 소설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불교 사상에 기초하여 형성된 인생관과 생명관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한편, 1970년대 중반에 타이완 문학계에서는 문학 작품이 현실사회를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른바 ‘향토 문학 논쟁’이 일어나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타이완 정치, 경제, 사회, 문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타이완 향토문학 대가로 여겨지는 리차오는 1986년에 〈타이완인의 추한 면모(台灣人的醜陋面)〉를 발표했고, 이후에도 사회비판문과 문화평론문을 착성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타이완 문화적 문제를 생각하며 외국 식민문화 패권에서 벗어난, 주체성을 가진 새로운 타이완 문화를 확립하는 데 치력했습니다.  

문화계 뿐만 아니라 리차오는 방송계에서도 활약했습니다. 《한야삼부작》는 하카 드라마로 각색되어 타이완 공영TV방송국인 공공방송사에 방송되면서 많은 하카인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청일전쟁에서 청나라의 패배로 일본에 타이완섬 할양이 결정되어 이에 따라 타이완에 상륙한 일본군에 대항했던 항일 의병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영화 시나리오 《이 땅에 대한 사랑(情歸大地)》도 하카인의 충성심을 보여주고 본토 문화에 대한 타이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는 또한 하카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텔레비전 프로그램 MC로서 하카어로 타이완 문학가와 작품을 소개한 경력이 있습니다.

리차오의 작품은 타이완인의 역사, 불교 사상, 인성의 보편성 및 독특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 깊은 문학적과 역사적 가치 및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렵지 않고 읽기가 매우 쉬운데 이것도 그의 작품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의 작품은 여러 언어로 번역돼서 해외로 나가기도 하지만 찾아보니 한국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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