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로 타이완 문학상 출품작에 향토적인 소재로 한 소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시골의 모습과 평범한 농촌 사람의 삶을 다루기도 하지만 작가의 무거운 사명감이 담긴 전통적인 향토문학 작품과 달리 현실적인 묘사보다는 상상과 상징적인 묘사가 더 많으며 화려한 언어와 복잡한 글쓰기 기교로 포장됩니다. 이 새로운 장르의 소설은 ‘포스트 향토문학(後鄉土文學)’ 또 ‘타이완 신사실주의 문학(台灣新寫實主義文學)’으로 불립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작가 간야오밍(甘耀明)은 마술적 사실주의 색채가 짙고 중국어, 하카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담은 문학작품으로 포스트 향토문학 대표 작가로 꼽히며, 타이완문학상, 골든 트리포드 어워즈(金鼎獎), 홍콩 홍루몽문학상 등 풍부한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간야오밍은 1972년 타이완 북서부 먀오리(苗栗)현 스탄(獅潭)향에서 태어났고 동해(東海)대학교 중국어문학과 학사, 동화(東華)대학원 창작 및 영어문학학과 석사이며 현재는 작가이자 대학교 강사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2년 단편소설집 《신비한 열차(神祕列車)》를 발표하며 데뷔했고 이 소설집으로 수많은 문학상을 거둬 가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 소설집에서 청소년 성정, 정치, 시사 풍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며 ‘천면의 작가(千面寫手)’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2005년에는 중·단편소설집 《물귀신 학교와 어미를 잃은 수달(水鬼學校和失去媽媽的水獺)》를 내어 중국시보(中國時報) 10대 베스트 도서상을 수상하며 가장 먼저 문학상 수상 경력을 가지게 된 1970년대생 작가가 됐습니다.
간야오밍은 이 두 편 소설로 그의 문학적 위상을 확립했으며 타이완 포스트 향토문학의 선구자이자 하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판타지적 색채를 가진 지역 전설을 많이 다루며, 언어 측면에서는 중국어, 일본어, 하카어 및 다양한 타이완 사투리를 사용하며 소설의 실험적 특성과 타이완 언어의 다원성을 보여줍니다. 그는 지역 전설을 주제로 소설을 즐겨 쓴 것은 문학적 전략일 뿐만 아니라 그의 성장 환경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먀오리현 스탄향의 한 하카족 마을에서 태아나고 자란 것인데 어렸을 때는 어떤 사람이 귀신에게 잡혔고, 온 마을 사람들이 밤새 손전등을 들고 그를 찾고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깊은 인상을 남겨서 나중에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귀신의 밤(魍神之夜)〉이란 소설을 만들었습니다. 또 그의 부모님도 종종 괴담으로 그를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추억은 끝없는 청작 원천이 되고 그가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09년 이후에는 그는 역사적 기억, 민족들 간의 관계, 국가 정체성, 농촌에 대한 관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간야오밍의 대표작들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번째 소개해드릴 작품은 그의 첫 장편 소설, 2009년에 발표된 <귀신을 죽인다(殺鬼)>입니다. 여러 위험을 겪지만 죽지 않는 소년, 일본제국의 지배를 받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를 생매장하는 완고한 노인, 딸이 전쟁으로 하러 나가려는 아버지를 막기 위해 두 다리로 아버지의 허리를 세게 휘감고 결국 두 사람의 몸이 착 둘러붙게 되는 부녀…… 간야오밍은 <귀신을 죽인다>에서 인간과 귀신이 공존하고 현실과 허구가 혼합되는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귀신을 죽인다>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시기 황민화운동(皇民化運動) 시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 후 국민당 정부 통치 아래에서 일어난 228일 사건까지입니다. 주인공 '파(帕)'는 힘이 엄청 세고 귀신과 신명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 장교에게 입양된 후 타이완 국적의 일본군이 되고 이름도 일분식 이름으로 바뀌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소설은 주인공 ‘파’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시기 말기부터 국민당 정부 집권 초기까지의 타이완인의 자아정체성 혼란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귀신을 죽인다>는 마술적 사실주의 경향이 강한데 이는 간야오밍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마술적 사실주의란 기본적으로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인과법치에 안 맞는 판타지 요소가 결합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방차 소녀(邦查女孩)》라는 소설입니다. 방차는 타이완 원주민 아메이(阿美)족어로 ‘사람’을 뜻합니다. 이 소설은 과거에 육체적과 정신적 고통을 받던 아메이족 소녀가 자폐증을 가진 나무꾼을 따라 ‘모리사카(摩里沙卡)’라는 삼림 농장에 가서 현지의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소설을 보면서 타이완의 임업의 흥망소쇠와 1970년대 타이완 경제 구조 변화가 가져온 위기와 곤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역사적 사건인 ‘산차산(三叉山)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소설 <진정한 사람이 된다(成為真正的人)>입니다. 이 소설은 또한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후 일본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25명 미군 군인들을 태운 비행기가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중 타이완 산차산 인근에서 추락해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고산원주민과 핑푸족, 일본인으로 구성된 수색구조대도 태풍으로 인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한 명만 살아 남았습니다. <진정한 사람이 된다> 속의 주인공인 원주민 부농(布農)족 소년 하루무테(哈魯牧特)는 바로 그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생에 대한 의지가 사라졌지만 구조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고 ‘진정한 사람이 됐습니다’.
간야오밍의 작품은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뛰어난 글쓰기 기교, 다양한 소재 이용 등으로 일반 독자와 문학인으로부터 지속적인 호평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타이완 신세대 대표 작가로 평가되는데요. 그의 작품은 한국어로 번역되고 한국에서 출판된 적이 없지만 청취자분을 비롯한 한국인도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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