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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 전통과 국경을 넘어 타이완 사람들과 공명하다: 12월 한국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타이완 공연 1

  • 2023.12.20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12월 8일 타이완희곡센터 대공연장에서 한국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공연이 열렸다. 음악회 후 타이완 관중들은 한국음악 특유의 농음과 시김새를 흉내내며 즐겨웠다고 이야기했다. - 사진: Rti 서승임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을 한국에서는 ‘흥(興)’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전통 타악기 꽹과리나 장구가 특유의 장단을 신명나게 연주하거나, 관악기인 대금 연주자가 음을 아래 위로 격렬하게 떨면서 농음과 시김새를 만들어낼 때 우리는 극적인 긴장감과 긴장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를 연속적으로 느낍니다.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끓어 오르는 흥의 감정은 사실 단순히 재미나 즐거움 그 이상으로, 어떠한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지만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전통음악은 곧 흥이다. 과연 타이완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전통음악이 어떻게 들릴까요?

지난 12월 8일 타이베이 지하철 즈산역(芝山) 주변에 위치한 타이완희곡센터에서는 한국 국립국악원의 공연 열렸습니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이끌어 나가는 국가기관인 국립국악원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8년, 타이완의 ‘국악(國樂)’을 대표하는 대만국립전통예술센터 산하 대만국악단과 MOU를 맺었고, 그 교류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김영운 원장 이하 44명의 단원들이 타이완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음악의 운치>라는 제목으로 타이완희곡센터 대공연장에서 8일과 9일 이틀 간 진행된 이번 교류를 두 편에 걸쳐 청취자님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12월 8일과 9일 양일간 <한국음악의 운치>를 공연한 타이완희곡센터. 타이베이 지하철역 즈산역(芝山)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 사진: Rti 서승임

전통음악을 통한 타이완과 한국의 국가교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51년 설립된 국립국악원은 1967년 타이완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한국음악 관찰 차 내한한 량자이핑(梁在平) 중화국악회장이 1964년 6월 한국을 방문해 국립국악원에서 연주회를 가졌고, 8월에 국립국악원을 정식으로 타이완에 초청했습니다. 국립국악원은 타이베이 중산당에서 ‘낙양춘(洛陽春)’과 같이 중국 전통음악을 매개로 타이완과 한국인들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고전 작품들을 연주했고, 중산당 2천 2백석의 좌석을 가득 메운 타이완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고 당시 원장을 역임했던 성경린(成慶麟)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成慶麟 1967)

50여 년이 지난 2023년 국립국악원의 타이완 방문이 1967년 때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창작’입니다. 국립국악원이 8일 공연한 5곡의 프로그램은 모두 2000년대 창작된 국악이라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공연의 문을 연 <얼씨구야>는 김백찬 국악 작곡가가 2007년 작곡해 서울 지하철(1호선~4호선)에서 환승역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서울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작품이며, 네 번째 작품 <오색타령>은 풍년가나 군밤타령, 아리랑 등 한국인들이 어렸을 적 학교 음악시간이나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들어왔던 익숙한 민요 가락을 사용해 박한규 작곡가가 재창작, 2010년 초연한 작품입니다.

김백찬의 <얼씨구야>와 이건용의 <가을을 위한 도드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해금은 창작국악 작품을 통해 부각된 전통악기 중 하나입니다. 과거 중국에서 들여온 두 줄짜리 찰현악기라는 점에서 타이완의 얼후(二胡)와 자주 비교되는 해금은 전통적으로 가야금이나 거문고에 비해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국악기와 달리 서양음악의 음계를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에 와서 각광 받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국악 작곡을 시작한 서양음악 작곡가 이건용은 해금이 가진 특유의 농현과 시김새, 특히 고정된 음정 사이를 흐느적거리며 왔다갔다하는 전통음악의 특징에 주목했습니다.

작품 <가을을 위한 도드리>의 해금과 작품 <부활>의 대금 독주에서 돋보였던 떠는 음을 농현, 혹은 농음이라고 합니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음과 음 사이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미분음들의 율동감은 그 폭과 간격이 변화하며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진행됩니다. 농현과 농음 앞뒤로 끌어올리고 밀어내는 장식음들의 연이은 출현은 선율의 율동감을 보다 극화시킵니다. 여기에 바로 지금 이 무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울림이 해금과 대금 독주자에게 전달되면, 연주자들은 즉흥적인 시김새를 통해 작품을 무대 위에서 재창조해내기도 합니다. 청중들은 해금과 대금의 소리가 만들어내는 떨림과 율동감, 그리고 즉흥적인 재창조의 세계를 비단 귀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느낍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연주자와 청중은 ‘흥’을 공유한다. 한국 전통음악이 가진 백미입니다.

결국 이날의 마지막 곡인 태평소 협주곡 <서용석류 시나위>에서 그 흥은 폭발하고야 말았습니다. 중국 전통악기 소나(嗩吶)와 같은 족보에 있는 태평소는 한국에서 대취타(大吹打)와 같은 군악대 행진곡이나 신호용 나팔의 기능으로 사용되었으며, 국립국악원의 마지막 연주곡과 같이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선율과 연주자의 즉흥성이 돋보이는 장르인 시나위로도 연주됩니다. 태평소 특유의 큰 소리로 인해 태평소의 독주는 일반 가야금이나 거문고와 달리 장구 한 대 대신 징, 꽹과리, 장구, 북을 모두 포함한 사물놀이가 반주를 한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12박의 비교적 느린 굿거리에서 시작해 가장 빠른 휘모리까지 몰아치는 사물놀이의 장단에 맞춰 태평소의 농음과 시김새는 절정을 향해갔습니다. 빠른 손놀림으로 장구를 치는 연주자는 악곡 사이사이에 ‘얼씨구’ 하며 구음으로 추임새를 던지고, 사물놀이 연주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호흡과 장단을 맞추는 데서 우리는 전통음악인 국악이 현재에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낍니다.

타이완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태평소의 마지막 음이 뻗어 나간 뒤 정적이 채 오기도 전 타이완 관중들은 국립국악원의 연주에 큰 환호를 보냈습니다. 한 관중은 대금의 농음을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흉내 내며 인상깊었다고 이야기하고, 다른 관중은 장구 연주자의 신명나는 몸동작과 표정에 깊은 울림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호흡, 장단, 농음과 시김새 등 연주자들이 온 몸으로 표현한 한국 전통음악 특유의 흥이 타이완 청중들에게도 전달된  모양입니다.

2000년대 새로 창작된 한국의 전통음악을 대만 청중들에게 정식으로 선보인 8일 국립국악원의 <한국음악의 운치>연주에서 국경과 시간을 초월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한국 전통음악의 흥을 만끽했습니다. 한국 연주자들을 한껏 발휘했고, 대만 청중들은 경청했습니다. 50여 년 만에 다시 타이베이에서 열린 양국간의 전통음악 교류 현장에서 우리는 창작된 전통음악의 동시대성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전통은 부단히 재탄생했습니다.

그렇다면 타이완의 전통음악은 어떻게 창작되고 연주되는지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지요? 엔딩곡으로는 타이완 전통음악 작곡가 리저이(李哲藝)가 창작하고 타이완국악단(NCO)이 연주한 <목면화개>(木棉花開)를 띄워드립니다. 피리(笛)와 얼후(二胡), 양금(揚琴) 이렇게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전통악기를 위한 협주곡인 <목면화개>는 <목면도>(木棉道)라는 타이완의 유명한 노래에서 선율을 가져와 전통악기를 위해 재창작한 작품으로, 2019년 타이완국악단이 초연했습니다. 

►참고문헌

成慶麟(1967). “自由中國 公演,” <藝術院報>11號, 大韓民國藝術院, 22-39.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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