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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신이취에는 왜 ‘松’자로 시작하는 길이 많을까?

  • 2023.10.11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고급스런 상권과 주택가로 유명한 타이베이 신이취. 신이취 송런루(松仁路) 인근에 위치해있는 호화 주택 더 로얄 캐슬 타이베이(The Royal Taipei)의 건물. - 사진: NOWnews Taiwan

럭셔리한 백화점과 호텔, 멋스러운 현대적 주상복합 주거공간이 한데 모여있는 신이취(信義區). 신이취하면 브리즈 난산점(BREEZE 南山店)과 미츠코시(신광산위에, 新光三越) 백화점 여러 동이 모여있는 곳이 대표적인 상권이떠오르죠. 지하철 레드라인의 종착역인 샹산역(香山)과 그 전 타이베이 101역, 북쪽에 있는 블루라인 시정부역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이 블록은 말그대로 타이베이에서 가장 럭셔리하면서 핫한 장소입니다. 타이베이를 여행해보신 분이라면 이곳을 적어도 한 번은 꼭 와보셨을테고요. 타이베이 101의 전망대나 같은 빌딩 지하에 위치한 딘타이펑, 그리고 타이베이 101 안의 여러 기념품 가게나 푸드코트는 물론, 타이베이 101 뒤쪽으로 뻗어있는 백화점 거리는 한국에서는 전혀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징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곳에 모여있는 각종 백화점과 고층빌딩을 이어주는 육교입니다. 값비싼 명품을 소비하지 않더라도 건물 밖으로 나있는 육교를 지나면서 여러 건물을 이동하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지하철 블루라인 시정부역 3번출구에 있는 브리즈 신이(Breeze 信義)건물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하나씩 내려와보겠습니다. 브리즈 신이 건물에서 출발해 바로 남쪽에 있는 신이신천지(信義新天地) A4관과 타이베이 유명 명품관 벨라비타(Bellavita), 그 아래 신이신천지 A8관과 브리즈 송가오(Breeze 松高), 그 아래 신이신천지 A9, A11관과 신이A13, 그 아래 유명 영화관인 신이 웨이슈(威秀, Viewshow cinema)를 지나 브리즈 난산점(Breeze 南山)과 타이베이 101까지… 이 모든 건물을 육교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으신가요? 마지막으로 타이베이 101 타워에서 옆에 있는 세계무역전시센터까지도 육교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신이취 상권은 1980년 신의계획구(信義計畫區)라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개발되기 시작한 곳입니다. 1980년부터 세계무역전시센터, 세계무역사무국, 국제컨벤션센터, 국제호텔 등이 잇따라 건설되기 시작했죠. 여기에 1990년에는 시의회, 1993년에는 타이베이시 시청사가 완공되면서 신이계획구는 점차 아웃라인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타이완의 마스코트가 된 타이베이 101 타워도 1997년 완공되었죠.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국제공항인 송산공항의 항공 관제 고도로 인해 송산공항 활주로 중심으로 반경 3km 내 건물 높이는 약 20층 높이인 90m로 제한되는데요. 송산공항의 남향 반경 3km는 중샤오동루(忠孝東路)에 딱 걸쳐있습니다. 중샤오동루는 타이베이 지하철 블루라인인 중샤오신성(忠孝新生), 중샤오푸싱(忠孝復興), 국부기념관, 시정부, 용춘(永春) 일대를 지나는 바로 그 길이죠. 마침 신이취 상권은 중샤오동루 바로 아래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타이베이 101이나 브리즈와 같은 고층 빌딩들이 이곳에 모여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신이취 상권을 가만히 걷다보면 '소나무 송(松)' 자로 시작하는 길 이름이 유난히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롱루(基隆路)에서 시작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뻗어있는 길을 보면, 브리즈와 미츠코시 백화점 일대 사이를 동쪽으로 가로질러 안캉공원(安康公園)까지 뻗어있는 송소우루(松壽路). 청핀신이점(誠品信義店)에서 시작해 타이베이 유명 명품샵 벨라비타를 지나 동쪽으로 뻗어있는 송가오루(松高路)가 있습니다. 이번엔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어있는 길을 볼까요? 청핀신이점에서 타이베이 101 사이를 이어주는 송즈루(松智路)와 벨라비타에서 백화점 단지 일대를 지나 그 아래 주택단지까지 남쪽으로 뻗어있는 송런루(松仁路)까지. 모두 소나무 송자로 시작합니다. 이 외에도 주요 상업지구 주변에 있는 주택가에는 송더루(松德路), 송친제(松勤街), 송산루(松山路)까지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신이취를 개발할 당시 무언가 의도를 갖고 길 이름을 지었다는 추측이 억지스럽지만은 않게 들리실겁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980년 신의계획구(信義計畫區)라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출범할 때만 해도 타이베이에는 신이취(信義區)라는 구명이 없었습니다. 1990년 이전까지 현재 신이취에 속해있는 일대 지역은 모두 지금의 송산취(松山區)였습니다. 정부가 신의계획구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 일대에 국제무역 관련 중요 시설과 현대식 상업시설이 점차 들어서자 이후 송산취와 구분해 오늘날의 신이취를 별도로 만들었죠. 따라서 신이취에 ‘소나무 송’ 자로 시작하는 길에 붙어있는 ‘송(松)’ 자는 바로 송산취의 앞 글자인 ‘송’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마천루가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신이취 상권에서 한 블록만 동쪽으로 가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길이름을 들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상권의 동쪽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송런루(松仁路)의 동쪽입니다. 지하철 레드라인 종점인 샹산역과 블루라인의 용춘역 사이 지역은 바로 옆 상권과 구분되는 주택가로, 이 블록의 중심에는 타이베이시립싱야중학교와 보아이초등학교가 있고 북쪽으로는 송산농업전문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이 작은 블록에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럭셔리한 주택들이 한데 모여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문 위에 양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독수리 석고상으로 유명한 더 로얄 캐슬(The Royal Castle)입니다. 평당 200만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8,500만원)을 육박하는 집값을 자랑하는 이 주택가는 바로 옆 번화한 상업지구와 달리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우아하고 기품있는 거리와 조경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소나무 송(松)’자로 시작하는 길을 따라 타이베이의 화려함을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신이취, 다음에 기회가 되신다면 타이베이 101과 백화점으로 유명한 상업지구 바로 옆에 위치해있는 주택가도 한 번 산책해보시는 것 어떨까요? 타이베이 다른 주택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깔끔하면서 세심한 조경과 밤이 되면 그 조경길 사이사이를 심미감 있게 밝히는 거리 조명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엔딩곡으로는 재즈 펑크 록 밴드인 옐로우(YELLOW)의 ‘불이 꺼진 클럽(不開燈俱樂部)'을 띄워드립니다. 2018년 '도시병(都市病)'이란 제목의 EP앨범을 온라인에서 발표해 단 3곡으로 타이완 대중음악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옐로우는 공상과학소설을 연상케 하는 사이버펑크(cyberpunk)를 지향하는 밴드입니다. 반향을 일으킨 2018년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불이 꺼진 클럽'은 불을 켜지 않는 클럽에 한데 모여 자신만의 밤을 즐기는 사람들을 익살스럽게 노래하며 행복과 인생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캄캄한 한 밤의 도시 골목길을 연상케 하는 옐로우의 ‘불이 꺼진 클럽'을 틀어드리며, 지금까지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의 진행자 서승임이었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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