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공휴일이 이어지는 5월 초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연휴 잘 보내셨나요? 타이완에서는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 하루만 쉬지만, 다가오는 5월 11일 어머니날을 앞두고 가족 여행이나 모임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백화점가도 분주한데요. 여성 소비자가 중심인 만큼, 어머니를 겨냥한 다양한 할인 이벤트와 한정 패키지로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타이완 최대 백화점 체인인 신광미츠코시는 최근 트럼프 상호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증시 폭락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창립기념 세일 수준의 빅세일을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어머니날은 본래 어머니를 기리는 날이지만, 이제는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처럼 고도로 상업화된 소비 명절이 되었습니다. 특히 20세기 초 미국의 백화점들이 이 날을 ‘어머니께 감사하는 쇼핑 페스티벌’로 포장하면서, 효도도 결국 상품화되었죠. 1970-80년대 경제 성장과 함께 소비사회로 접어든 타이완 역시, 이런 문화를 받아들이며 상업적인 어머니날 풍경이 형성되었습니다.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는 백화점의 황금 세일 시즌으로 자리매김하고, 광고마다 “어머니를 위해 꼭 선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쏟아냅니다. 이러다 보니 어머니날은 단순히 사랑을 표하는 날에서 “누가 더 잘 챙기느냐, 누가 더 비싼 선물을 준비했느냐”를 보여주는 일종의 ‘효도 자랑대회’가 되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타이완 백화점 속 어머니날 풍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면세점에서 열리는 어머니날 프로모션 - 사진: CNA
어머니날의 창시자 안나 자비스(Anna Jarvis) 🌼
어머니에 대한 숭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문화인데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대지의 여신’ 레아(Rhea)를 숭배했고, 인도인들은 자기 어머니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구까지 어머니로 여겨왔습니다. 타이완에서도 마찬가지로 각 민족마다 어머니를 숭배하는 신앙과 문화가 존재하며, 특히 출산을 관장하는 신은 매우 높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바다의 수호신 마주여신(媽祖)이 바로 대표적인 어머니 이미지죠.
세계 최초로 어머니날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1908년 5월 10일, 미국인 여성 안나 자비스(Anna Jarvis)가 여성운동자였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작은 추모식을 열었는데요. 날짜를 5월 둘째 주 일요일로 정한 것은 어머니의 3주기 다음날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요일은 주일, 즉 기독교 문화에서 휴일이라는 점도 고려된 선택이었습니다. 이후 안나는 정부기관, 선교사, 상인, 정치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어머니날 제정을 촉구했고, 1914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5월 둘째 일요일을 공식적인 어머니날로 선포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어머니날의 영어 명칭은 복수형 ‘Mothers’ Day’가 아닌 단수형 ‘Mother’s Day’이라는 점인데요. 모든 어머니가 아니라 오로직 내 어머니를 위한 날이라는 안나의 철학이 담긴 표현이죠. 참고로 그의 어머니가 생존에 가장 좋아했던 꽃인 카네이션이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안나 자비스(Anna Jarvis) - 사진: 위키백과
소비 명절로 변모한 어머니날... 💰️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안나의 바람과 달리, 어머니날은 갈수록 상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특히 꽃집, 사탕 가게와 카드 회사들이 마케팅 전쟁을 벌이면서 어머니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되었죠. 이런 현실에 분노한 안나는 결국 거리로 나섰습니다. 시위를 벌이는 것은 물론, 심지어 영부인(Eleanor Roosevelt)이 주최한 어머니날 자선 행사장에 몰래 들어가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상업 자본과 싸운 그는 결국 전 재산을 잃고, 1948년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죽기 전에 자신이 어머니날을 만든 것을 후회한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바쳐 어머니날의 상업화를 막으려 했지만, 오늘날 어머니날은 완전히 소비문화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미국식당협회 통계에 따르면, 어머니날은 1년 중 외식률이 가장 높은 날이라고 합니다. 미국 카드 회사의 자료를 보면, 가장 많은 카드가 오가는 날 3위가 역시 어머니날입니다. 이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70여 개국이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고 있고, 타이완도 이 중의 하나죠.
이어 백화점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어머니를 위한 노래, 타이완 밴드 ‘바산야오(八三夭)’의 ‘엄마가 제일 많이 하는 열 마디(老媽最常說的十句話)’를 띄워드립니다.

각양각색의 카네이션 - 사진: CNA
소비욕구를 만들어낸 백화점 🛍️
타이완의 백화점 문화는 일본 식민지 시대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3대 백화점 모두 일본 상인이 세운 곳들이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백화점은 은행을 제외하고 현금 유입이 가장 빠른 산업으로 주목받게 되어 대기업과 건설회사의 투자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타이완 본토 백화점은 대규모화·체인화의 방향으로 크게 발전했고, 도시화에 발맞춰 타이베이, 타이중, 가오슝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점을 확장해 갔습니다. 또한 산업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외국 기업과 손잡는 방식도 보편화되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타이완의 신광그룹과 일본의 미츠코시가 함께 세운 신광미츠코시처럼이죠. 참고로 현재 타이완 백화점은 연간 매출 100억 뉴타이완달러(한화로 약 4,440억 원, 2025/4/29 기준)를 기준으로 하고, 2024년에는 전국 약 14곳이 달성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현대화의 아이콘!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3대 백화점① 🛍️
신을 모시는 백화점?!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3대 백화점②
1980년대는 타이완 백화점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던 시기였습니다. “발목 덮을 만큼 바닥에 돈이 많다”는 속담이 나올 정도로, 타이완 국민의 소비력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사치품에 대한 욕망도 켜졌습니다. 이 가운데 백화점은 단순한 쇼핑 장소를 넘어 소비욕구를 자극하고 또 만들어내는 지표적인 소비 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소비 시즌이 바로 어머니날이죠. 1980년대 초부터 어머니날 전후는 백화점의 창립기념 세일과 함께 연중 양대 할인 시즌이 되었고, ‘선물로 어머니날을 축하한다’는 문화가 타이완 전역에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화장품, 옷 가전용품 등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들은 어머니를 위한 선물로 대대적으로 홍보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버지날은 어떴을까요? 어머니날처럼 처음부터 계획된 마케팅은 아니었습니다. 《경제일보》 보도에 따르면, 1985년 여름, 기대에 못 미친 매출을 타개하기 위해 백화점들이 급하게 꺼내든 카드가 바로 아버지날 세일이었습니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이 행사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결국 이듬해부터 어머니날과 나란히 정례적인 세일 시즌이 되었습니다.
찐효도이란 무엇인가 🤱
만약 어머니날의 창시자 안나가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많이 실망했을 거죠. 이제는 근사한 식사나 값비싼 선물이 없으면 어머니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는 한마디보다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찐효도’로 여져지는 세상. 물론 이런 분위기를 반성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냉장고, 세탁기처럼 가사노동을 상징하는 것들을 어머니날 선물로 주는 것은 어머니의 모습을 획일화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소비문화는 쉽게 되돌리기 힘든 것도 사실이죠.
과연 어머니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비싼 화장품일까요? 아니면 정성껏 쓴 손편지 한 장일까요? 소비주의에 물든 어머니날,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어머니날 하루가 아니라, 1년 365일 매일매일 어머니에게 감사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 그게 진짜 효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嚴雅芳,「百貨業母親節檔優惠力道 等同周年慶」,經濟日報。
2. Brian Handwerk(撰文)、胡宗香(編譯),「母親節一百週年:它不為人知的黑暗歷史」,國家地理雜誌。
3. 陳韋聿 Emery,「歡迎光臨消費時代:週年慶、折扣戰、母親節檔期⋯⋯八〇年代臺灣人開始買買買」,故事StoryStudio。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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