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사탕 아님 골탕! 할로윈데이를 하루 앞두고 타이완 곳곳이 ‘귀신’들로 가득합니다. 금기사항이 많은 음력 7월 ‘귀신의 달(鬼月)’과 달리, 할로윈은 타이완에서 종교적 의미보다는 축제 분위기가 강합니다. 최근 몇년간 관련 이벤트가 대거 등장하면서 할로윈과 무관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캐릭터의 분장이 대세입니다. 한마디로 코스튬 파티이죠. 할로윈 분장을 보면 그 해 유행한 콘텐츠를 알 수 있듯이, 최근 타이완에서 한국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의 흥행으로 검은 안대를 쓴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로 분장한 사람이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MBTI에 맞춰서 대표 캐릭터로 분장하는 사진도 화제입니다.

<흑백요리사> 흑수저로 분장한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시 시장 - 사진: CNA
인기 캐릭터 외에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으로 분장하는 일본 ‘지미 할로윈(地味ハロウィン, 수수한 할로윈)’도 타이완에서 큰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상반신은 정장, 하반신은 잠옷을 입은 재택근무하는 회사원, 막 쌍꺼풀 수술을 받은 대학생, 겨울에 식당에서 나가자마자 안경에 김이 서린 아저씨 등 평범한 인물입니다. 화려한 코스튬과 소품을 대여하지 않고 집에 있는 옷으로 분장하는 것은 소소한 지미 할로윈의 취지입니다.
유서 깊은 타이베이 티엔무(天母) 할로윈 페스티벌이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성대한 분장 퍼레이드와 함께 티엔무의 주요 백화점들은 호박통 4,500개를 증정하는 등 일련의 행사를 선보였습니다. 타이베이가 앞서지 못하도록 남부 가오슝은 오는 3일까지 22m 높이의 대형 호박등과 화려한 라이팅 쇼를 내세워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들도 귀신으로 변신했는데요. 가오슝 바로 아래에 있는 핑동(屏東)은 아이보다 반려동물이 더 많은 시대 분위기에 맞춰 지난 27일 ‘반려동물 할로윈 패션쇼’를 열고 색다른 할로윈을 연출했습니다.

22m 높이의 대형 호박등을 선보인 가오슝 할로윈 페스티벌 - 사진: CNA
주말에 이어 내일 할로윈 당일에는 더 많은 분장 인파가 거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승객들이 놀라지 않도록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공포스러운 코스튬을 입은 경우 타이베이 지하철은 탑승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이 잘린 좀비,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시체 등입니다. 또한 축제를 즐기면서도 안전에 꼭 유의해야 합니다. 그럼 오늘은 타이완의 할로윈 문화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할로윈의 유래 👻
할로윈은 프랑스, 독일, 스위스 주변에 살던 고대 켈트족(Celts)의 축제 ‘서운인(Samhain)’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켈트족 문화에서 11월 1일은 새해 첫날로, 새해 전야인 10월 31일 저녁에 제사와 축제가 열립니다. 켈트족은 이날 죽음의 신이 유령들과 함께 인간세계에 온다고 믿는데, 귀신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동물의 모피로 분장하고 음식을 나눠줍니다. 이 축제는 훗날 기독교 문화의 일환으로 천국의 모든 성인들을 기리는 대축일인 11월 1일 ‘만성절(All Hallows' Day)’의 전야제(All Hallows' Eve)가 되어 오늘날의 할로윈이 되었죠.
분장한 아이들이 이웃집에 가서 사탕을 달라고 하는 ‘트릭 오어 트릿’, 성대한 분장 퍼레이드, 추수를 축하하는 호박 랜턴 등 대표적인 할로윈 문화는 20세기 말 유럽인의 아메리카 이주와 함께 미국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습니다. 미국의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에 힘입어 신비로운 종교활동에서 벗어나 점차 상업화된 글로벌 페스티벌로 탈바꿈했습니다. 추가로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애너카는 ‘세계 할로윈의 도시’로 불리며, 매년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립니다.
이어서 할로윈 문화가 어떻게 타이완에 왔는지를 소개하기 전에 우선 홍콩 가수 천이쉰(陳奕迅)의 ‘할로윈에 관한 전설’을 띄워드립니다.
타이완에서 뿌리 내린 할로윈 문화 🧛♀️
타이완 문화로 치면 할로윈은 음력 7월 15일 중원절과 성격이 비슷하죠. 그러나 타이완에서 뿌리깊은 문화와 역사를 지닌 중원절과 달리, 소비문화를 동반한 할로윈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일환입니다. 《연합보(聯合報)》 소속 신문지 《민생보(民生報)》가 1990년 10월 ‘할로윈 용품은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제목으로 할로윈을 보도한 것을 보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타이완에서는 할로윈 문화가 유행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레스토랑, 백화점, 놀이공원에서 잇달아 할로윈 이벤트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숭스샹(宋世祥) 중산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에 따르면, 할로윈 문화는 미국식 레스토랑, 영어유치원, 그리고 영어학원,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인 타이베이 티엔무 등 통해 타이완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미국 레스토랑 T.G.I. Fridays는 타이완에서 할로윈 이벤트를 개최한 최초의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분장 파티는 물론, 할로윈 색채가 짙은 스페셜 코스를 선보여 타이완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할로윈 문화를 심었습니다. 또한 영어 교육 열풍이 불면서 많은 타이완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 학원이나 영어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며 할로윈, 크리스마스 등 미국 문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교육 열풍 외에 앞서 언급한 타이베이 티엔무는 1950년대 미군 주둔으로 이국적인 동네로 탈바꿈해 미국 문화의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할로윈이 단기간에 타이완에서 대중적인 명절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소비주의 덕분이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 분위기와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분장 퍼레이드 등 눈길을 끄는 요소 외에도 SNS를 통해 MZ세대들이 꼭 챙겨야 할 날이 되었습니다. 할로윈의 인기에 착안해 타이난(台南)의 지방단체 ‘츠칸펑파이(赤崁朋派)’가 2020년 할로윈을 타이완의 종교신앙과 접목한 ‘츠칸 만신절(赤崁萬神節)’을 선보였는데요. 올해로 5회째를 맞아 타이난의 유명 마주묘, 성당과 협력해 동서양의 신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습니다. 또한 타이난 성 건립 400주년 시리즈 이벤트의 일환으로, 타이난미술관에서 전통예술 공연을 열고 할로윈의 현지화에 나섰습니다.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귀문관(鬼門關) 야시장처럼 최근 몇년간 음력 7월과 중원절을 맞아 기업들도 참신한 방식으로 전통문화를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최대 마트 취안리엔(全聯)의 중원절 광고를 보면, 타이완 백색테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 광고부터 일본 귀신 캐릭터 사다코(貞子)를 환영하는 재미있는 광고까지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통해 중원절에 새로운 색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츠칸 만신절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현지화된 할로윈 이벤트가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청취자 여러분, 유령과 마녀들이 활약하는 할로윈을 맞이할 준비가 되셨나요?
▲관련 프로그램:
[귀신의 달] 귀신의 문이 곧 닫힌다! 화제의 신작 공포소설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趙蔡州,「萬聖節『天母搞什麼鬼』開跑!大小鬼怪塞爆街頭 小朋友討糖嗨翻」,ETtoday。
2. 林巧璉,「高雄萬聖節 22公尺高『南瓜怪』燈光秀登場」,中央社。
3. 李卉婷,「屏東寵物萬聖節造型走秀 號召萌寵創意打扮」,中央社。
4. 陳怡璇,「北捷籲萬聖節裝扮適當 太血腥恐怖可拒送乘客」,中央社。
5. 宋世祥,「不給糖就搗蛋?美國與台灣萬聖節的文化觀察」。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