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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타이완에서 처음 열린 대규모 영어 말하기 대회!

  • 2025.05.13
대만주간신보
1932년 제2회 전 타이완 영어 연설 대회의 행사 안내지가 모두 영어로 작성되었다.

타이베이 기차역 맞은편 작은 골목길. 쉬창가(許昌街)와 난양가(南陽街)가 교차하는 지점에 타이베이 중화 기독교 청년회가 있습니다. 이름하야,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한국에 개신교와 서양 문화 유입에 큰 역할을 했던 YMCA는 1907년 종로에 첫 회관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 많은 학생들과 지식인,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1844년에 시작된 국제적 조직인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기독교청년회는 1898년 일본인에 의해 타이완에 도입됩니다. 그리고 1910년대에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학생 YMCA’가 등장했고, 1934년 대도정 교회의 타이완 지식인들이 주도해 ‘타이베이 YMCA’를 설립하기도 합니다. 이후 일본이 초기에 직접 도입한 ‘타이완 YMCA’만이 국제 YMCA 협회에 정식으로 인정받았지만 말이죠.

오늘 <대만주간신보> 시간에서는 타이완 YMCA에서 1931년에 개최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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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말 어느 겨울, 일본 도쿄에 있던 한 통신영어학원, ‘이노우에 통신영어학교(井上通信英語學校)’가 타이완에 커다란 우승컵을 하나 기증했습니다. 이 우승컵은 이듬해 1월에 열릴 예정인 타이완 영어 말하기 대회의 우승자에게 수여될 승리의 컵이었습니다.

그전까지 타이완에서는 전 섬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규모의 영어 말하기 대회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습니다. 설사 영어 말하기 대회가 소규모로 열린다 하더라고 참가 대상이 제한적이었죠. 그래서 1931년에 열리는 영어 말하기 대회는 새로운 시도로, 타이완의 영어 교육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1931년 초, 첫 번째 대회의 징이 울렸습니다. 대회는 학교 단위로 학생들이 출전해 승부를 겨뤘는데요. 타이베이 제2사범(현 국립 타이베이 교육대학), 타이베이 고등학교(현 타이완 사범대학 자리), 타이베이 제1중(현재 젠궈 고등학교), 타이베이 제2중(현재 청공 고등학교), 타이베이 상업학교(현재 타이베이 상업대학), 타이베이 공업학교(현재 타이베이 과학기술대학), 지룽 중학교, 신주 중학교, 타이중 상업학교(현재 국립 타이중 과학기술대학) 등 타이완 북부뿐만 아니라 중부까지 총 9개 학교가 모여 영어 실력을 겨뤘습니다.

심사석에는 당시 타이베이 제국대학의 일본인 영문과 교수들뿐 아니라 영국, 미국의 주타이완 영사들도 참석했습니다. 대회 장소는 타이베이 고등상업학교(현, 쉬저우로[徐州路]에 있는 국립타이완대학 사회과학대 건물)였고, 건물 안 무대는 영어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일본식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죠. 이 대회는 말하기 부문과 특정 구문을 외워서 암송하는 부문 두 가지로 나뉘어져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대회에 어느 학교팀이 우승했을까요? 대회 결과, 타이베이 상업학교가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제1회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타이베이 상업학교는 남학교인데,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키워준 외국인 영어 선생님만은 학교에 몇 없는 여자 선생님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우승컵은 오직 한 개뿐이라는 점입니다. 우승컵을 처음으로 타이완에 기증한 이노우에통신학교는 그 이후 우승컵을 새로 기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타이완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우승한 학교에 수여할 우승컵이 부재한 상황이 되었는데요. 제2회 대회부터는 학생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지난 대회에 받은 우승컵을 반환하는 의식을 가졌습니다. 다시 말해, 우승팀은 이 컵을 1년 동안만 소유할 수 있었고, 영광을 유지하려면 열심히 노력해 다음 대회에서도 우승에 방어에 성공해야 했던 것이죠.

이렇게 조금은 독특한 우승컵 제도 덕분에,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대회는 마치 농구나 야구 대회처럼 경쟁이 상당했고, 학생들의 치열한 투지로 가득 찼습니다. 제2회 대회가 끝나자, 1회 우승팀인 타이베이 상업학교는 결국 우승컵을 내주어야 했습니다. 타이베이 제1중학의 사사키 마사(佐佐木正) 학생이 새로운 챔피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우승컵을 놓친 상업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다시 칼을 갈며 다음 해에 설욕을 준비했겠지요.

영어 말하기 대회를 창설한 단체는 바로 앞서 언급한 ‘타이완 YMCA’ 입니다. YMCA는 19세기 영국에서 시작해 일본 식민시기에 일본을 통해 타이완에 들어와, 영어 외에도 기독교, 청년 문화 등 다양한 서구 문명을 타이완인들이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되었는데요. 

YMCA는 매주 월·화·금 오후 3시 반에 영어 수업을 열었고, 곧 주간반과 야간반으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3년 후에는 중학생 대상의 여름 방학반도 개설했습니다. 내용의 난이도에 따라 각 반은 A, B, C, D 네 그룹으로 나뉘었을 정도로 상당히 체계적인 절차로 타이완과 일본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YMCA가 청년(Young  Men), 즉 남성 청년을 위한 기독교 단체였던 만큼, YMCA에서 주관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여가능했던 학교는 모두 남학교였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1차 대회에 참가한 9개 학교 모두 남학교이죠. 당시 영어를 가르쳤던 YMCA의 수업도 처음에는 남학생만 받았습니다. 그러다 1929년 8월 15일, 여성 전용 영어반이 새로 개설되었습니다. 어떤 사유에 의한 것인지는 보다 연구가 필요하지만, 상당히 획기적인 사실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영어 말하기 대회의 경우, YMCA에서 여학교를 위한 대회는 별도로 주최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YMCA에 여성전용 영어반이 개설된 이유로 당시 타이완에는 YWCA(Young Women's Christian Association), 즉 기독교 여성 청년회는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조선여자기독교청년회연합회’라는 이름으로 YWCA가 출범했고, 2년 뒤인 1924년 세계 YWCA에 정식으로 가입한 데 반해, 타이완의 YWCA 역사는 1949년으로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1948년 중국 상하이 YWCA의 단체 간부 한 명이 타이완에서 여름 수련회를 주최하면서 중국 본토 YWCA의 활동을 타이완에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타이완에도 여성들을 위한 기독교 청년 단체가 설립된 것이죠.  

타이완의 첫 전국 단위 영어 말하기 대회의 역사를 통해, 일제 식민 시기 타이완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그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총독부가 세운 관립학교와 YMCA라는 글로벌 기독교 청년 단체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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