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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기 타이완의 방학 풍경

  • 2024.08.27
대만주간신보
일제시기 당시 타이완의 공학교 모습. - 사진: 국가문화기억고전안 2.0

9월 새학기를 맞아 타이완의 학교들이 두 달이 넘는 긴 여름 방학을 마치고 개학 준비해 나서고 있는 요즘입니다. 현재 타이완의 학교 제도는 9월 학기를 새학기 즉 1학기, 그리고 짧은 겨울 방학을 마치고 2월 말에 시작되는 그 다음 학기를 2학기로 간주하는데요. 오늘날과 같은 근대식 학교가 막 설립되기 시작한 일제시기, 타이완의 방학 풍경은 어떠했을까요?   

19세기 말, 타이완에 새로운 통치자인 일본이 타이완에 근대식 공립학교를 설립하면서 타이완에는 ‘개학’과 ‘방학’이란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당시 여름 방학은 학생들에게 휴식이 필요해서 라기보다는 선생이 무더운 여름을 피해 휴가를 가 수업을 할 수 없어서 생겼다고 합니다.  

일본은 메이지 초기부터 관공서의 관원들은 여름휴가를 가지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7월 11일부터 9월 10일까지 2개월 간은 매일 반나절만 근무했죠. 1910년대 다이쇼 시기가 되자 이와 같은 7월의 반나절 근무 제도는 완전히 폐지되었습니다. 대신 여름 방학이 생겼습니다. 일본 정부가 7월 11일에 시작한 여름 방학 관례는 타이완에도 전해졌습니다. 당시 타이완 총독부가 공학교(당시 초등학교) 선생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국어학교’를 예로 들면, 1899년의 여름 방학은 바로 7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였습니다.

타이완이 일본의 지배를 받는 50년의 시간 동안 여름 방학 기간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1910년대 타이완 공립 학교의 여름 방학은 7월 1일에 시작해 8월 20일에 끝나 다음날이면 바로 개학하였습니다. 그러다 1925년 타이완 총독부는 마침내 여름 방학 기간을 일률적으로 통일해 7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로 정하기에 이릅니다. 

여름 방학 기간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여름 방학의 길이는 51일에서 52일이어서, 당시에는 습관적으로 여름 방학은 ‘50일’이라고 인식했다고 합니다. 지금 타이완 공립 학교의 여름방학과 비교하면 대략 열흘 정도 적은 셈이죠. 그러나 한 가지 큰 예외가 있었습니다. 타이베이제국대학(지금의 국립타이완대학)은 1928년 4월에 개교한 이래 7월에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족히 두 달을 쉬었습니다. 

일제시기, 여름 방학이 되면 당시 학생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교통이 지금처럼 편리하지 않았던 데다가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많지 않았던 당시, 중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주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 학교에 머물다가 방학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심지어 일본 학생들은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해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크고 작은 등나무나 버드나무로 엮은 짐 가방이 기숙사 도처에 널려 있었고, 타이완 학생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위한 선물용으로 둥근 모양의 일본 부채를 구매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한편, 한동안 집에 가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1931년, 타이베이 제3고등여학교(지금의 중산여고)의 학생 110명은 ‘성적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2주간의 보충반을 개설하고, 일본어, 영어, 수학을 현재의 과외와 유사하게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낙제 방지’를 위한 학교 측의 배려(?)인 셈이죠. 

초등학생의 여름 방학도 꽤나 팍팍했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방학임에도 일주일에 2~3일 학교에 가야 했고, 어떤 때는 교과를 복습하거나 운동 수업을 들으며 체력을 강화해야 했습니다. 1938년의 타이중 사범학교 부속 공학교를 예로 들면, 방학 때 무려 다섯 차례나 학교를 갔는데, 평균 열흘에 한 번씩 학교로 돌아간 셈이죠.

지금도 여름 방학이 되기 직전 초, 중학교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방학 동안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한 지침을 받는 것처럼, 100년 전 일제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서 예로 든 타이중 사범학교 부설 공학교는 1938년 여름 방학 주의사항으로 약 20개의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날씨가 비교적 시원한 시간을 활용해  공부하는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2학년은 하루 30분, 3, 4학년은 하루 한 시간, 5,6학년은 하루 두 시간을 할애하라고 써있었습니다. 방학임에도 외출을 때는 반드시 학교 모자를 쓰고, 학교 유니폼을 입도록 하는 지침도 있었습니다. 건강에 관한 당부도 적지 않은데,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할 때 찬물을 사용해야 하며, 세 끼 외에 간식을 섭취하는 것을 절제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얼음이나 아이스바, 수박, 멜론과 같은 과일은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합니다. 타이베이 시의 타이핑공학교(太平公學校)에서는 학생들에게 도박을 하거나 폭죽을 터뜨려서는 안 되며, 외부인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서 나체로 잠을 자거나 밤에 잠을 잘 때도 맨몸으로 자서는 안된다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옷을 벗고 잠을 잘 경우 감기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주지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여름 방학에 방학 숙제를 했던 기록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 지룽, 이란 등 북부 지역의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성적을 매우 중시해서,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각 과목 별로 과제를 편성해 학생들이 연습하게 함’, ‘매일 복습 과목을 지정해 학생들이 구체적인 답안을 작성하도록 함’ 등 방학 중에도 매주 학교 돌아가 검사 받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여름 방학과 다른 또 다른 점은 당시 타이완 학생들은 전시(戰時) 여름 방학에 대한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방학 때 학생들은 ‘호-시(奉仕)’라고 해서, 국가 사회를 위한 충성을 드러내는 여러 복무에도 참여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풀을 뜯는 일도 이에 포함되었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인 한 타이완 학생은 전시 기간 여름 방학에 풀을 뜯어 오는 과제를 받고는 자신의 어머니의 도움으로 4미터 길이 가량의 길에 난 풀을 뜯어 선생님께 제출했다고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군병들이 사용해야 할 약품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학교가 학생들이 뜯는 풀을 수집해 군대에게 보내 이를 갖고 약품을 만드는 작업을 단행했던 것이죠. 그래서 전시 기간 여름 방학을 보낸 적이 있는 타이완 학생들은 당시 집과 학교를 왔다갔다하며 과제물을 제출했던 경험을 기억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겨울 방학은 어떠했을까요? 요즘 겨울 방학은 음력 설인 춘절을 끼고 있어 여러 모로 휴가 분위기가 물씬 나지만, 일제시기 때에는 음력 섣달그믐날에도, 정월 초하루 날에도 학교에 등교해 수업을 해야했다고 합니다. 

당시 학제는 현재와 달랐는데, 4월 초에 새학기가 시작되고 1년에 총 세 학기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음력 설은 3월 말에 끝나는 세 번째 학기 중에 있었기 때문에 춘절을 쇠지 못하고 등교를 해야했던 것이죠. 

가정에서는 전통적으로 춘절을 지내오던 타이완 학생들은 일본식 학교 제도로 인해  고향에 돌아가 설을 쇠지 못하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고향을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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