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타이완의 소리 RTI공식 앱 내려받기
열기
:::

일제시기 타이완 남학생들을 위한 최초의 중등학교, 타이중 중학교(臺中中學校)

  • 2023.06.20
대만주간신보
일제시기 타이완 남학생을 위한 중등학교의 선두에 있던 타이중주립타이중중학교의 교사 및 학생 단체사진. - 사진: 국가문화기억고(國家文化記憶庫)

지난 주 <대만주간신보>에서 일제시기 교육을  동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1915년 타이중에 남학생을 위한 중등학교가 처음 설립되었다는 사실을 잠깐 소개한 적 있었죠. 타이완총독부에서 초등교육을 위한 학교를 타이완 각지에 본격적으로 설립하지만 타이완에 거주하는 일본인 학교와는 차별을 두었을뿐만 아니라 초등교육 졸업 후 가야하는 중등교육 사업에는 거의 손을 대고 있지 않았죠. 이에 타이완 유지층들은 자신들의 자본과 모금을 통해 타이중 중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오늘은 타이완 남학생들을 위한 첫 중학교인 타이중 중학교의 설립과정과 의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의 허리이자 대표적인 중부도시, 타이중의 베이취(北區)에 소재한   타이중시립타이완제일고급중등학교(臺中市立臺中第一高級中等學校)의 교문 왼쪽에 솟아 있는 개교기념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 타이완인은 중학교가 없어, 본교에서부터 시작하다”(吾臺人初無中學,有則自本校始)

일제시기 타이완 총독부가 타이완 학생들을 위한 중등학교 설립에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행동하자, 이를 참지 못한 타이완 중부 지역의 소위 ‘신사(혹은 젠트리)’라 불리는 유지들은 자신들의 재산은 물론 주변에서 기금을 모아 직접 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데 뜻을 모읍니다. 일본 식민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린례탕(林烈堂), 린셴탕(林獻堂), 린슝정(林熊徵), 구이셴롱(辜顯榮), 차이롄팡(蔡蓮舫) 등은 타이완 자제들을 위한 학교 설립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모금을 통해 24만여 위안을 마련했고, 린례탕 선생의 기부로 1만 5천 평의 땅을 기증 받아 다이쇼 3년인 1914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교사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15년 5월 1일 정식 명칭 타이완공립타이중중학교(臺灣公立臺中中學校)로 개교했습니다. 타이완 학생을 위한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 탄생한 것입니다. 

개교 초기, 교사 시설이 제한적인 나머지 모여드는 타이완 청년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던 타이중중학교는 매회 2반, 약 100명 정도의 학생만 모집할 수 있어, 학생들은 시험을 통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어야만 했습니다. 학생 대부분은 타이완인이었고 일본 학생은 100명 중 2~3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타이중중학교의 설립은 그 자체로 일본 식민정부에 의해 교육의 기회가 제한된 타이완 청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타이완인으로서의 자신감을 높이고 민족적 존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지 역할을 한 것이죠. 

일본 근현대사 및 일본 제국의 식민지를 연구한 저명한 역사학자 고마고메 다케시는 타이중중학교의 설립 사례를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근대문명의 수용을 열망한 타이완인들이 초등교육 넘어의 상급 학교 설립을 스스로 요구해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타이완인들이 자금을 모아 직접 학교를 설립하려고 한다해도 일본 식민 정부와의 네트워크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 식민 사회의 현실이죠. 고마고메는 일본 식민 정부가 통치 초기에 타이완 식민지 교육에 대해 교육을 보급하지 않는 것을 '교육방침'으로 한 시기를 지나 일본인을  위한 교육 제도와 타이완인을 위한 교육 제도를 일부 통합해 일명 '안전밸브'를 장착하는 차원에서 교육을 보급하기 시작한 시기가 오는 데 타이중 중학교 설립을 이 안전밸브의 예로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타이중중학교의 자체 설립을 승인한데에는 중층적 차별구조를 강화하면서 한족의 유지층과 ‘협력체제'를 재구축하는 데 의의를 두었다고 분석합니다. 여기서 중층적 차별구조란 국가통합 차원에서는 평등화를 지향하지만, 문화통합 차원에서는 차이화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피식민자인 한족 가운데서도 타이중중학교 설립에 뜻을 보이는 유지층들이 있는 가 하면, 이런 사회 개혁은 꿈도 못 꾸고 스스로의 밥벌이를 하기에도 급급한 서민층들이 있는데, 일본 식민 정부는 타이완 유지층들을 잘 포섭하고 그들의 요구를 일정 부분 들어주면서 이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1914년 1월 타이완 총독부의 사쿠마 총독은 타이완 유지층의 강한 요구를 관철시켜 중학교 설치 방안을 총독부에서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총독부의 허가 없이 타이완인 자체적인 학교 설립은 어려운 것이 식민 사회의 현실입니다만, 린셴탕, 구이셰롱 등 타이완 유지층의 의지, 적극적인 모금활동과 재정적 기부가 없었다면 더욱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1915년 2월 대만공립중학교 관제가 공포되고 같은 달 공립중학교 규칙이 정해지면서 학교 건물 건축과 동시에 제도적인 정비도 마무리가 되갔습니다. 학교의 규칙을 보면, 타이완인을 위한 공립중학교는 본도인 남자에게 필수적인 고등보통교육을 위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며, 수업연한은 4년, 입학자격은 연령 13세 이상에 공학교 제4학년 과정을 수료하거나 수업연한 4년의 공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이에 준하는 학력을 가진 자이죠. 

타이중중학교의 첫 교장은 아쉽게도 타이완인이 아닌 일본인이었습니다. 다카와 신이치(田川辰一) 초대 교장은 개교한 1915년부터 5년간 교장을 역임했는데요. 다카와씨는 원래 일본에서 니가타(新潟)중학교 교장을 역임했었는데, 1915년 타이중공학교가 설립되자 타이완 타이중으로 건너와 초대 교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1919년에는 타이베이로 건너 가 타이완 전 섬에서 타이완 여학생 재학률이 가장 높은 타이베이여자고등보통학교로 건너 가 7년 간 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타이중중학교에서 재직하다 타이베이여자고등보통학교 교장으로 간 다카와 신이치는 타이완에서 대표적인 두 남녀학교 교장을 지내고서는 이런 이야기를 남긴 바 있습니다. 

“남자보다 여자가 모방성 강하다. 따라서 동화 과정에서 볼 때 여자교육이 남자교육보다 효과가 있다. 현재 본도(타이완)의 남녀 중학생을 비교해 보면, 언어 등 방면 상당부분 내지화(일본화) 되어있다. 학생들의 가정 형편 역시 그러하다. 총 254개 가정 중 국어(일본어)를 알아듣는 사람 있는 집은 254가, 내지인(일본인) 신발을 신을 줄 아는 집은 245가, 일본식 양말 신는 집은 193가, 일식 복장을 입는 집은 184가, (...) 내지(일본) 관광 해본 가정 67가, 일본식 요리를 자주 해먹는 가정은 104가이다. (...)” 다카와는 타이완인을 동화하려면 남학교보다 여학교가 더 필요한 데, 그 이유는 여학생의 경우 학교에 딸을 보내는 가정은 이미 많이 일본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학생이 이후 가정을 꾸릴 때 일본식 문화를 그대로 가정 내에 실천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타이중중학교는 타이완인의 교육열과 중등교육에 대한 열의가 있었기에 시작된 일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일본 식민 정부의 허가가 없었으면 설립이 불가능해 타이완 유지층과 일본 식민 정부는 서로간의 요구가 충족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타이중중학교는 타이완인의 일본화를 꿈꾸는 식민 정부와 타이완인의 높은 교육 환경을 꿈꾸는 타이완 유지층의 열망이 마침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죠. 

타이중 중학교는 이후 총독부의 학제 개편에 따라 여러 차례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1차 교육령이 제정된 1919년에는 ‘타이완공립 타이중고등보통학교’로 개칭되었다가 2차 교육령이 제정된 1922년에는 ‘타이중주립 타이중제1중학교’로 개칭되었고 기존 4년제에서 5년 학제로 개편되었습니다. 전쟁 기간이었던 쇼와 8년(1943년) 1월 일본 식민 정부는 중등학교령을 개정하여 징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수업 연한을 1년 단축하였고, 이에 따라 학교는 다시 4년제로 변경되었습니다.

1945년 타이완 광복후 타이중중학교는 ‘타이완성립 타이중제1중학’으로 개칭되었고,  1948년에는 타이베이제1고등여학과 함께 중화민국 교육부 선정 전국 39개의 우수한 중학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학교 교문 앞 기념비는 이 때 받은 상금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참고문헌

고마고메 다케시, 식민지제국 일본의 문화통합: 조선, 대만, 만주, 중국 점령지에서의 식민지, 역사비평사, 2008

竹中信子, 日本女人在台灣 日治台灣生活史 大正篇1912-1925 時報出版, 2007.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go.kr)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