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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문단의 영원한 어머니’ 작가 녜화링(聶華苓) 99세로 별세 🪽

  • 2024.11.18
포르모사 문학관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International Writing Program, IWP)을 설립한 타이완 원로작가 녜화링(聶華苓)이 지난 10월 21일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 사진: 다큐멘터리 캡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마른 잎이 가을 바람에 흩날려 떨어져 거리에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많은 일들이 막바지에 이르듯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이들도 있습니다. ‘타이완 현대시의 거장’ 시인 야셴(瘂弦, 본명 王慶麟 왕칭린)의 별세에 이어 ‘타이완 문단의 영원한 어머니’로 불리는 작가 녜화링(聶華苓)도 지난 10월 21일 향년 99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야셴은 녜화링이 설립한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International Writing Program, IWP)의 1기 참여 작가이고, 이외에도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IWP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현대시의 거장’ 시인 야셴(瘂弦) 92세로 별세

1967년 시작된 IWP는 매년 전 세계 작가, 시인, 극작가, 기자 등 문인 30여 명을 아이오와대로 초청해 3개월간 함께 지내며 교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참여자는 토론, 강연, 독서, 공연관람, 여행 등 방식으로 문학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아이오와대에서 제공하는 공간을 활용해 개인 창작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작가 간 교류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의 작품을 번역해 책으로 묶는 것도 IWP의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현재까지 120개국 1,100여 명의 문인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문단에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작가들을 연결한 성과에 착안해 설립자 녜화링과 그의 남편 폴 잉글(Paul Engle) 시인이 1976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창작의 자유가 제한되었던 1970-80년대 IWP는 타이완 문인들이 자유를 맛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정부가 금지한 수많은 금서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국공내전으로 단절된 타이완-중국 문단의 교류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중 1979년 열린 ‘차이나 위크’는 1949년부터 뿔뿔이 흩어져 살던 중국, 타이완, 홍콩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습니다. 녜화링 잉글 부부는 1977년까지 총책임자로서 IWP를 이끌었고, 이후 잉글이 은퇴하면서 녜화링은 1988년까지 프로그램을 계속 이끌어 세계 문단 교류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세계문학기구의 건축가’ 녜화링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녜화링 작가 - 사진: 타이완문학관


타이완 문학계의 큰 나무 🌲

녜화링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리위안(李遠) 문화부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유가 부재했던 백색테러 시대에 민족, 정당,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타이완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녜화링의 포부와 선견이 존경스럽다고 언급했습니다. 1985년 IWP에 참여했던 시인 샹양(向陽, 본명 林淇瀁 린치양)은 페이스북에서 IWP를 통해 30살 자신의 국제적 시야를 넓히고 타이완 작가만의 타이완 요소를 찾기 시작했다며, 녜화링은 굳세고 아름다운 나무처럼 후배들을 잘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군벌내전, 중일전쟁, 국공내전을 겪은 녜화링은 중국에서 타이완으로 피난해 결국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는 2004년 출판된 자서전 《삼생삼세(三生三世)》에서 ‘세 평생’ 동안 도망쳤다고 묘사했습니다. 1925년 중화민국령 중국 후베이(湖北)에서 태어난 그는 끝없는 전쟁 속에서 대학 학업을 마쳤습니다. 1948년 ‘위안팡(遠方)’이라는 필명으로 에세이집《아메바(變形蟲)》를 출판했고, 이듬해 중화민국 정부의 패배와 함께 타이완으로 건너와 지인의 소개로 정치 잡지 《자유중국(自由中國)》에서 11년간 근무했습니다. 


정치 잡지 《자유중국(自由中國)》 창간호 - 사진: 타이완역사박물관

레이전(雷震)과 후스(胡適)를 비롯한 자유주의 정치인들이 창간한 《자유중국》은 초기에 장제스 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국민당의 지원을 받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장제스는 더 이상 자유파 인사를 통해 정부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정부 핵심에서 소외된 《자유중국》은 타이완 내정 문제에 초점을 맞춰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 헌법을 어긴 장제스 총통의 3연임에 항의하기 위해 레이전은 재야 인사들과 타이완 최초의 야당인 ‘중국민주당’을 결성하기로 했으나 결국 관계자들이 모두 체포되었고 《자유중국》도 폐간되었습니다. 당시 《자유중국》 문화면 편집장을 맡은 녜화링은 직접 연류되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감시당하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레이전 사건(雷震事件)’이라 불리는 위의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자유중국》 편집부에서 최연소이자 유일한 여성인 녜화링은 같은 시기 다른 여성 작가들에 비해 순조로운 직장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반공문학의 게재 비율을 낮추고 문학 작품을 많이 수록해 《자유중국》 문화면을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당시 《연합부간(聯合副刊)》에서 일했던 린하이인(林海音)과 함께 1950년대 타이완 양대 여성 편집장이었습니다.

녜화링은 감옥살이나 다름없는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났을까요? 정답은 앞서 언급한 IWP입니다. IWP의 탄생 과정을 소개하기 전에 레이광샤(雷光夏)의 ‘어둠 속의 빛(黑暗之光)’을 띄워드립니다.


나는 누구인가❔️

녜화링의 후반생은 IWP 때문에 180도 바뀌었습니다. 1963년 한 모임에서 남편 잉글을 만나 그의 초청으로 미국에 갔습니다. 아이오와대 창작 워그샵 1기 졸업생인 잉글은 1967년 녜화링과 함께 IWP를 설립해 전 세계 문학 교류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프로그램 자금은 미국 국무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미국과 국교가 없는 나라, 특히 독재체제 아래 창작의 자유가 통제되는 나라의 경우 관련 비용은 녜화링 부부가 조달했습니다. 비록 타이완을 떠났지만 녜화링은 타이완 문단을 잊지 않고 해마다 타이완 작가들을 초청했습니다. IWP의 빠른 발전과 함께 녜화링 부부의 집은 ‘세계 중국어 문학 살롱’으로 알려져 타이완 작가의 해외 교류 및 해외 진출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창작을 멈추지 않고 1970년부터 《연합부간》에 소설 《상칭과 타오홍(桑青與桃紅)》을 연재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타이완 정부로부터 금지되었습니다. 1976년 홍콩에서 책으로 출간되었지만 1987년 타이완 민주화 이후에야 비로소 타이완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성, 전쟁, 백색테러, 이산가족을 다룬 이 소설은 녜화링의 대표작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지난 2020년 다시 재판되었습니다.

녜화링은 자서전에서 자신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나는 한 그루의 나무다. 뿌리는 중국, 줄기는 타이완, 가지와 잎은 아이오와에 있다.
고향에서 나는 일본 조계의 중국인 아이와 망명 학생, 타이완에서는 대륙인, 미국에서는 중국인, 중국에서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我是一棵樹。根在大陸。幹在台灣。枝葉在愛荷華。
在故鄉我是日本租界的中國孩與流亡學生,在台灣是大陸人,在美國是中國人,在中國是華裔美國人。
我究竟在哪裡呀?」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 셰프처럼 평생토록 정체성을 탐구해왔습니다. 그럼에도 타이완 문학 보급에 힘쓰며 타이완 작가들만의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가장 어두운 시대에 타이완 문학을 위해 가장 눈부신 성과를 낸 녜화링 작가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聶華苓,《三生三世》。
2. 王寶兒,「作家聶華苓99歲辭世 曾任自由中國編輯、創辦愛荷華大學國際寫作計畫」,中央社。
3. 邱祖胤,「作家聶華苓辭世 文化部長李遠表達哀思與敬意」,中央社。
4. 范銘如,「評論》一點點自由和文藝之必要——緬懷聶華苓和瘂弦」,OPENBOOK。
5. 群星閃耀──美國及臺灣現代主義文學特展,「創意寫作班的始祖:愛荷華寫作班」,台灣文學館。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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