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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원로 작가이자 대표 번역가 치방위안(齊邦媛), 101세로 별세

  • 2024.04.08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문단의 원로 작가이자 타이완문학을 서방세계로 알리는 대표 번역가인 치방위안(齊邦媛) 여사가 지난 28일 향년 101살로 별세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 사진: 페이스북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3대 신문사의 하나인 ‘중국시보(中國時報, China Times)’, 최대 항공사인 ‘차이나 에어라인(中華航空, China Airlines)’, 최대 철강사인 ‘중국강철(中國鋼鐵, China Steel Corporation)’. 방금 언급한 회사들은 순수한 타이완 기업이지만 ‘중국’을 자칭해서 외국분들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죠. 타이완 내정부가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타이완에서 최소 526개의 기업·회사·협회 명칭에 중국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자유중국’으로 여겨지던 중화민국은 1971년 유엔 탈퇴 후 중국을 대표하는 정권 정통성을 잃어버렸고, 외교적 참패를 겪었습니다. 

2000년 출범한 천수이볜(陳水扁) 정부가는 탈중국화를 위해 국영기업에서 사용되는 중국, 중화라는 표현을 타이완으로 수정해 타이완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각계의 반대로 중국조선(中國造船公司, 현 타이완조선 台灣國際造船) 등 일부 기업만 성공적으로 개명했습니다. 비참한 중국 근현대사는 대립된 두 정권을 만들어냈고, 이 아름다운 섬으로 하여금 수 천 만 개의 이름을 갖게 했습니다. 헌법적으로는 중화민국, 국제적으로는 타이완, 운동 경기에서는 차이니즈 타이베이. 정체성은 타이완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 탐구해야 하는 인생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지난주 방송에서 타이완시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한국인 김상호 교수의 특강을 소개해 드렸는데,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타이완문학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중국문학’에서 독립하여 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사실 타이완 민주화 이전 타이완문학은 타이완독립과 마찬가지로 타이완에서 감히 언급하지 못했던 금지된 키워드였습니다. 중국 본토를 중심으로 한 질서에서 타이완문학은 늘 소외된 존재였습니다. 타이완 작가 주요우쉰(朱宥勳)이 작년 출판한 《타이완문학 100년 논쟁(他們互相傷害的時候:台灣文學百年論戰)》은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2000년 첫 정권교체 이후까지 타이완에서 벌어진 10차례의 문학 논쟁을 다루며 타이완문학의 역사를 구축했습니다. 주요우쉰은 타이완문학은 문학 논쟁에서 탄생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타이완문학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존재가 아니라 타이완인의 민족적 자주의식에서 창조된 것입니다. 

타이완 문단의 원로 작가이자 타이완문학을 서방세계로 알리는 대표 번역가인 치방위안(齊邦媛) 여사가 지난 28일 향년 101살로 별세했습니다. 스저(史哲) 타이완 문화부 장관은 애도 성명을 발표해 “고인의 인생은 그의 자전적 소설 《거류하(巨流河)》와 같이 타이완문학에 온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최초의 타이완문학 번역가로서 타이완을 세계와 연결시켰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문학의 지음(知音)’이라 불리는 치 여사는 해외에서 타이완문학을 가르치면서 영어판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이완문학의 영어 번역에 힘쓰기로 결심했습니다. 또한 1990년대부터 타이완문학을 전담하는 정부기관의 설립을 적극 호소해 훗날 타이완문학관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년에 자녀와 함께 살아야 행복한 아시아 전통 가치관에서 벗어나 혼자 양로원으로 옮겨 지내며 80세의 나이에 자전적 소설의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4년 후인 2009년, 우여곡절의 중국 근현대사와 작가의 일생을 담은 거작 《거류하》가 출시되자 중화권에서 굉장한 호평을 받았고, 치 여사도 이 작품을 통해 금정장(金鼎獎), 아시아출판대상 등을 받았습니다. 타이완문학에 대한 커다란 기여로 행정원 문화상, 총통 문화상, 그리고 여러 국가유공자 훈장까지 수여받았습니다.

요동치는 1924년 중국 동북부 지방의 랴오닝성(遼寧省)에서 태어난 치 여사는 군벌 간 분쟁 때문에 난징으로 망명한 아버지 치스잉(齊世英)과 재회하기 위해 5살 때 어머니와 고향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1937년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난징에서 우후(蕪湖), 한커우(漢口), 샹샹(湘鄉), 구이린(桂林), 화이위안(懷遠)을 거쳐, 쓰촨(四川) 충칭(重慶)까지 피난했습니다. 전란에도 불구하고 우한대학교에 입학해 주광첸(朱光潛) 등 교수에게서 문학을 사사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타이완으로 건너와 타이완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조교로 근무하기 시작하며, 우한대학교 학우회를 통해 중국 철도 전기화의 아버지인 뤄위창(羅裕昌)과 결혼해 타이완 중부에 있는 타이중(台中)으로 갔습니다. 타이중에 정착하게 된 후 타이중 제일고등학교(台中一中), 중싱대학교(中興大學) 등 명문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60년대 미국에서 비교문학의 공부를 마치고 중싱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창립해 초대 학과장을 맡았습니다.

다음으로 타이완 교육부 산하 교과서 편찬 기구인 국립편역관(國立編譯館) 인문사회부 및 교과서부에 부임해 타이완문학과 서양문학의 번역, 그리고 타이완 교과서의 개혁에 관건적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중학교의 국어교과서에 정치색이 짙은 글을 배제하고, 양쿠이(楊逵), 황춘밍(黃春明), 양환(楊喚) 등 타이완 작가의 작품을 추가했습니다. 그 후 다시 타이완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천팡밍(陳芳明) 정치대학교 타이완문학연구소 교수, 두정성(杜正勝) 전 교육부 장관 등 훗날 타이완문학에 큰 기여를 한 인재들을 육성했습니다. 또한 타이완을 대표해 스웨덴, 미국, 독일에 가서 학술회의에 참여하며 타이완문학을 강의했습니다. 2001년 만주 9·18 사변 70주년을 맞아 고향에 돌아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명명한 치스잉 기념도서관(齊世英紀念圖書館)의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거류하는 중국 동북부에 위치한 강으로 현재 명칭은 ‘랴오허(遼河)’입니다. 치 여사는 중국에서 타이완으로 존엄성이 부재한 망명 생활을 보내며, 초등학교만 7곳을 다녔습니다. 그는 《거류하》에서 “아버지가 왕복표를 사줬는데 내가 타이완에 묻힐 줄은 몰랐다”고 작성했습니다.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패잔병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타이완에 가정을 꾸미고 타이완의 문학, 교육,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타이완을 쓸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하늘을 원망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외성인 신분으로서 타이완문학을 추진하고 타향에서 아름다운 삶을 살았습니다. 타이완문학에 대한 정의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치 여사는 자신만의 해석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그는 “타이완에서 쓰거나 타이완과 관련된 작품 모두 타이완 문학이며, 타이완에서 거주한 작가가 쓴 작품, 그리고 역사의 비극으로 타이완에 온 이민들이 쓴 글도 타이완문학에 속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치 여사는 양로원에 있는 그의 집필실을 ‘최후의 서재’라고 불렀습니다. 책상에는 친필 원고 외에 심폐소생술을 거부하는 DNR(Do Not Resuscitate) 동의서가 있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추모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그의 염원처럼, 일찍이 삶과 죽음을 간파했습니다. 그는 한 TV방송에서 “나는 오랫동안 타이완문학에 힘써왔지만, 고향에 관한 글은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따라서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엔딩곡으로 타이완문학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치방위안 여사께 타이완을 잘 대표하는 노래 ‘망춘풍(望春風)’을 선사합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文壇巨擘齊邦媛辭世 文化部長史哲表達哀悼與敬意」,文化部。
2. 邱祖胤,「齊邦媛101歲逝 晚年住養生村勤寫作 稱台灣文學是我們的文學」,中央社。
3. 鄒欣寧,「專訪齊邦媛:在台灣這些年,我有很正面的人生」,博客來OKAPI。
4. 齊邦媛,《巨流河》。
5. 朱宥勳, 《他們互相傷害的時候:台灣文學百年論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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