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사흘간의 타이완 추석연휴는 어제 끝났지만 ‘황금연휴’로 불리는 올해 한국 추석연휴는 아직 끝나지 않았죠. 청취자 여러분, 연휴를 잘 보내고 계세요? 타이완이든 한국이든 10월은 다양한 명절로 가득찬 한 달입니다. 추석에 이어 이번주는 한국의 개천절, 한글날, 다음주는 타이완의 국경일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즐거운 10월을 함께 맞이합시다.
타이완 추석하면 유자, 월병(月餅), 바비큐, 한국 추석하면 송편, 윷놀이, 강강술래! 타이완과 한국에 독특한 추석 문화가 많이 존재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달맞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추석에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야죠. 중국 당나라의 문인 구양첨(歐陽詹)은 “여름은 덥고 구름이 많으며 겨울은 너무 춥고, 음력 8월 15일은 가을이 한창일 때, 날씨가 매우 상쾌해 달맞이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절”이라고 작성한 바 있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에서는 ‘문학 속 추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을 수확을 축하하는 제례에서 유래된 추석은 일부 서구인들에게 동양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땡스기빙)로 간주됩니다. 또한 달에 대한 제사는 풍년을 내려준 신에 감사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타이완에서 이러한 의미보다 상아(嫦娥) 또는 항아(姮娥), 옥토끼, 오강 등 신화 속 인물들이 더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달의 여신’으로 여겨진 상아에 관한 전설은 여러 버전이 있는데,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 전한 시대의 백과사전인 《회남자(淮南子)》에 있습니다. 《회남자·남명훈(淮南子﹒覽冥訓)》에 따르면, 전설적인 궁수 후예(后羿)가 백성을 괴로힌 9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고 하나의 태양만 남긴 후, 서왕모(西王母)라는 여신에게 불사약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후예의 아내인 상아는 불사약을 훔쳐먹어 달로 떠났습니다. (「羿請不死之藥於西王母,姮娥竊以奔。」)
상아가 왜 불사약을 훔쳐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하나는 불로장생을 위한 배신입니다. 이기적인 상아는 결국 처벌을 받아 달나라 궁전에 갇히거나 아름다운 모습을 잃고 두꺼비로 변하는 등 다양한 기록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상아는 응당 후회하리라 / 불사약을 훔친 것을 / 푸른 바다 파란 하늘에 / 밤마다 홀로 지내는 마음(嫦娥應悔偷靈藥,碧海青天夜夜心。- 번역 출처)’이라고 작성하며 상아의 배신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또 하나의 설은 천하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한 후 궁예는 영웅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의 명성을 듣고 많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중의 한 명이 불사약을 탐내어 상아만 있을 때 불사약을 훔치려고 상아와 후예의 집에 갔습니다. 상대방의 나쁜 의도를 발견한 상아는 틈을 타서 불사약을 삼키고 결국 달나라로 날아갔습니다. 나쁜 사람에게 약을 주기보단 스스로가 영원히 세상에 남아있는 것은 더 낮다는 생각이죠. 그 외에 후예가 바람을 펴 상아를 배신하는 등 여러 가지의 설이 있습니다. 상아에 관한 전설은 그만큼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죠. 이는 상아분월, 또는 항아분월(嫦娥奔月)이라 합니다.
상아에 관한 전설 속에서 때때로 귀여운 옥토끼를 볼 수 있는데요. 상아와 함께 달에 사는 옥토끼는 떡이나 약을 치는 모습으로 묘사되며 중국 한나라 시대의 문학작품과 그림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습니다. 또한 불교 경전《자타카(Jataka)》에서 옥토끼는 굶주린 수행자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불 속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때 수행자는 신의 신분을 드러내어 토끼를 구하고 달로 보내줬습니다. 따라서 중국 고체시에서는 종종 토끼로 달을 가리킵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옥토끼는 달의 어두운 부분이 절구를 찧는 토끼로 보인다는 착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사람의 낭만적인 시선 덕분에 상아는 그다지 외롭지 않았습니다.
상아와 옥토끼 뿐만 아니라 달나라의 주민 한 명이 더 있습니다. 바로 죄를 저질러 달로 유방당한 한나라 시대의 나무꾼 오강(吳剛)입니다. 오강은 달에서 계속 자라나는 계수나무를 베어내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어 동양의 시시포스(Sisyphus) 또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한 시시포스는 죽음의 신을 속여 저승에서 커다란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굴려야 하는 벌을 받게 되었는데, 돌은 정상에 다다르면 다시 밑으로 굴러 떨어져 시시포스는 이러한 고역에서 영영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추가로 시시포스라는 이름에서 유래된 영어 단어 ‘시시피언(sisyphean)’은 헛수고라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프로메테우스는 지난 7월 개봉된 전기영화 <오펜하이머(Oppenheimer)>에서 언급된 그리스 신입니다.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는 산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영웅 헤라클레스(Hercules)가 독수리를 죽이고 프로메테우스를 구해 줬습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펜하이머는 영화와 원작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는 2차 세계 대전을 끝냈지만 핵무기 개발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동양의 상아와 오강, 서양의 시시포스와 프로메테우스 등 신화 인물들이 우리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탐욕은 결국 인류의 멸망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자연법칙에 따르지 않는 영원은 행운이 아닌 인간의 가장 큰 고통입니다. 다행히도 달나라에서 상아, 옥토끼, 그리고 오강은 혼자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타이완 국어교과서의 인기작,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소식(蘇軾)의 사(詞)<수조가두-명월기시유(水調歌頭-明月幾時有)>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당시 시골로 유배된 소식은 추석 때 달맞이를 하면서 명작을 남겼습니다. ‘아시아의 가희(歌姬)’라 불린 타이완 가수 덩리쥔(鄧麗君, 등려군)이 소식의 작품을 바탕으로 ‘오래도록 함께하기를(但願人長久)'라는 노래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덩리쥔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통해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함께 할 수 있겠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任采真,「中秋節神話故事,弦外有真音」,大紀元文化網。
2. 朔雪寒,「《中西思維隨筆》:001.「吳剛、薛西弗斯」與「普羅米修斯」:永恆才是對人類最大的折磨」。
3. HsinYunLee,「【中秋國文特輯】這些和中秋有關的詩詞,你認得哪些?」,Snapask。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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