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최초로 일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芥川龍之介賞)을 수상한 타이완 작가 리친펑(李琴峰)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리친펑은 어느날 지하철에서 죽음의 일본어 ‘死ぬ’를 문득 떠올리고 데뷔작 《혼자춤(獨舞)》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삶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과거의 고난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일본으로 이주한 타이완 여성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름과 고향을 버리는 주인공은 타향에서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도 여전히 사회로부터 받은 낙인에서 해방될 수 없고,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혼자춤》은 타이완 퀴어(Queer)문학의 대표 작가 츄먀오진(邱妙津구묘진)의《악어 노트(鱷魚手記)》 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리친펑은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타이완 문단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츄먀오진 작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작가이자 교수인 지다우이(紀大偉)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타이완 신문에서 동성애자 관련 기사가 나타났으며 대중에게 새로운 성과 성별의 개념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 바이셴융(白先勇), 차오리쥐안(曹麗娟)을 비롯한 작가들이 정식으로 타이완 퀴어문학의 막을 열었습니다. 민주화된 1990년대 이후 퀴어에 관한 소설, 에시이, 시 등 다양한 작품이 대대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악어 노트》는 바로 그 중의 하나입니다.
‘천재 작가’라 불리는 츄먀오진은 학창시절부터 재능을 발휘해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국립타이완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후, 상담사와 기자로 활동하다가 파리 제8대학 임상심리학과와 여성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1994년 대학 생활을 기록하는 《악어 노트》, 그리고 이듬해 파리 유학 생활을 묘사하는 자전적 소설 《몽마르트르 유서(蒙馬特遺書)》를 출판해 이름이 더욱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5년 6월 25일, 바로 28년 전의 어제죠. 츄먀오진은 자살로 26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츄먀오진의 지인 라이샹인(賴香吟) 작가는 《몽마르트르 유서》는 츄마오진의 유서가 아닌 삶의 고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작가 대신 캐릭터의 죽음을 통해 자살에 대한 욕망을 풀어내는 거죠. 그러나 현실에서 츄마오진은 여전히 죽음을 택했습니다.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 합법화 나라로 자랑하는 타이완. 수십 년 간의 분투와 쟁취를 통해 드디어 인정받은 성소수자의 사랑. 21세기에 살고 있는 리친펑조차 차별을 당했는데, 30년 전의 츄먀오진은 어떠한 고통에 시달렸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2007년 츄먀오진의 일기와 인터뷰 내용을 수록한 《츄먀오진 일기(邱妙津日記)》에서 츄먀오진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개인 경험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작성했으며 작품의 강한 자전적 성질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그가 남은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가 1980-90년대 타이완 동성애자의 처지를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츄먀오진 《몽마르트르 유서》 - 사진: Yes24
우선 《악어 노트》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성 정체성에 관한 성찰을 다룹니다. 주인공 라즈(拉子)는 ‘남성은 양, 여성은 음으로 규정짓고, 이외에는 양이든 음이든 다 무성으로 간주해 아웃사이더라는 찬 바다로 던져 버린다. 사람이 받는 가장 큰 고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잘못된 대우에서 오는 것이다’고 작성했습니다. 전통적인 음과 양,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은 라즈, 혹은 츄먀오진은 사회가 ‘아웃사이더’에 대한 차별을 적나라하게 설파했습니다. 《악어 노트》 출판 후 주인공의 별명 ‘라즈’는 레즈비언의 대명사가 되어 아직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츄먀오진은 라즈의 일기 사이에 판타지적인 악어의 이야기를 삽입했는데요. 얼핏 보기엔 다소 황당하고 뜬금없는 것이지만, 사실은 동성애자의 은유입니다. 이야기 속의 악어는 늘 스스로가 만든 인류 옷을 입고 티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위장합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로 인해 악어가 갑자기 핫이슈가 되어 버렸습니다. 츄먀오진은 ‘악어는 어쩔 수 없이 일을 접고, 잠시 집에 숨어 여러 해 동안 저축해 놓은 돈으로 살아갔다. 자기가 아무 이유 없이 전국 최고로 환영받는 인물로 뛰어오른 것을 생각하면, 전 국민이 계속 악어 찾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잠시 숨어 있는 불편을 참는 것도 영광이라고 느꼈다. 오죽하면 대통령조차 취임식 연설 중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국민 여러분께서 미래에는 악어를 좋아하듯 저를 좋아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고 작성했습니다.
악어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이에 관한 보도도 계속 쏟아졌습니다. 인류가 악어의 알을 만지면 악어가 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 인심이 흉흉해지며 사회는 악어를 지키는 ‘악어보호파’와 악어를 없애는 ‘악어절멸파’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결말에 악어는 “내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계속 나를 좋아할 거 아닐까?”라고 말하고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언론들의 과도한 보도 때문에 악어는 전염병을 갖고 있는 괴물로 묘사되었습니다. 악어는 곧 주인공 라즈입니다. 라즈는 곧 차별을 당한 모든 동성애자입니다. 비정상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진정한 자신을 위장합니다. 츄먀오진은 추악하고 무서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악어로 사회가 동성애자에 대한 악의를 그려냈습니다. 사회의 심각한 대립 속에서 오명을 벗지 못하는 동성애자들은 결국 스스로를 햇빛이 들지 않는 컴컴한 방에 가둘 수밖에 없습니다.
악어 뿐만 아니라, 츄먀오진은 《몽마르트르 유서》에서 토기를 통해 일반 사람과 다른 점이 없는 동성애자 간의 순순한 사랑을 비유했습니다. 《악어 노트》와 《몽마르트르 유서》는 각각 일기와 서신 등 일인칭 시점으로 작성되어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몽마르트르 유서》에서 토기는 주인공과 헤어진 연인이 함께 키웠던 애완동물인데요. 토기가 죽은 후, 주인공은 연인의 당부를 따라 토기를 매장했고 연인이 토기를 보러 다시 자신을 찾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동화가 아닙니다. 토기의 죽음과 함께 사랑도 끝났습니다. 차이즈전(蔡知臻)에 따르면, 《악어 노트》에서 악어는 11번 등장했고 《몽마르트르 유서》에서 토기는 4번 등장했습니다. 악어의 이야기는 우화처럼 주인공의 삶을 반영하는 반면에, 토기는 사랑의 화신입니다. 두 동물은 각각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타이완 퀴어문학의 매우 의미있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츄먀오진은 많지 않은 작품을 남겼으나 타이완 문단의 대체 불가한 퀴어 작가로 평가되었습니다. 30년 후의 오늘, 타이완에서 동성애자는 드디어 자유롭게 결혼하고 아이를 입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진정한 자아를 감추는 악어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음과 양의 이분법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 본래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타이완 퀴어문학의 대표 작가 츄먀오진(邱妙津) -사진: 위키백과
▲참고자료:
1. 邱妙津,《鱷魚手記》。
2. 邱妙津,《蒙馬特情書》。
3. 邱妙津,《邱妙津日記》。
4. 柯若竹,〈旁觀著自己筆下的主角受苦,讓寫作像是種自虐──專訪李琴峰《獨舞》〉,博客來OKAPI。
5. 女人迷原創製作所,〈【紀大偉專文】在白先勇之前,同志文學史的關鍵十年〉,性別力。
6. 蔡知臻,〈同志悲歌及其純愛:論邱妙津《鱷魚手記》、《蒙馬特遺書》的動物意象、性別政治與情感象徵〉,《臺中教育大學學報》。
7. 林佩苓,依違於中心與邊陲之間:論邱妙津作品中的女同志文化菁英氣質與性別邊緣位置〉,《女學學誌:婦女與性別研究》第28期。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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