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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 펼쳐진 ‘한국문학의 날’, 풀꽃 시인 나태주 ‘나의 시에게 하는 나의 부탁’

  • 2023.06.05
포르모사 문학관
지난 5월 31일 한국 국민 시인 나태주가 타이완에서 ‘나의 시에게 하는 나의 부탁’을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 사진: 안우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이번주는 좀 특별한 콘텐츠를 준비했는데요. 지난 5월 3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가 공동 주최한 ‘한국문학의 날’ 이벤트가 국립타이완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풀꽃, 선물, 행복 등 시로 큰 사랑을 받는 한국 국민 시인 나태주 선생님은 ‘나의 시에게 하는 나의 부탁’이라는 특별강연을 가졌습니다. 간결한 문체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한국에서는 물론 타이완에서도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BTS, 소녀시대 태연, 배우 이종석 등 연예인의 추천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많은 타이완 독자의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특강과 함께 진행된 '어느 문학가의 정원' 특별 전시회 - 사진: 안우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이날 치사에서 나태주 시인에게 ‘아기 할배’라는 별명을 지었는데요. 어린아이만의 순수한 호기심, 그리고 인생을 제대로 맛본 어르신만의 지혜. 이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담은 것은 바로 나태주 시인의 작품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라고 위원정은 말했습니다. 

대부분 한국 청취자님께서 아마도 나태주 시인에 대해 잘 알고 계시지만, 처음에 접하는 분을 위해 여전히 간단하게 시인의 프로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6살 때부터 시에서 위로받아 시인이 되는 꿈을 품었던 나태주 선생님은 10년 후인 1971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대숲 아래서'로 등단했습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50여 권의 시집을 출판했고 거의 1년에 한 권씩 출판하는 다산 작가에 속하죠. 또한 2007년에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공주문화원 원장과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1년에 200회 정도의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 개관한 공주풀꽃문학관 - 사진: 공주 문화관광

이미 타이완에서 출판된 작품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금처럼 그렇게》, 《사랑만이 남는다》등이 있으며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가 현재 번역 중이고 곧 타이완 독자와 만날 수 있다고 나태주 시인은 직접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태풍이 오는 날에 타이완에 도착했지만 지난번 가랑비가 내린 지우펀(九份)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지우펀에 관한 시를 작성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강연 첫머리에 나태주 시인은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 ‘물질적 풍요 속에서 느끼는 정신적 공허함’을 꺼냈습니다.
나태주: 모든 계층 사람들이 지쳐 있다고 말하고, 우울하다고 말하고,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부터 위로를 받고 싶다고 호소를 합니다. 분명히 물질로는 잘 살면 풍요로운데, 이렇게 피곤하고 지치고 힘들다는 것은 몸으로보다는 마음으로 그렇다는 고백입니다. 몸이 고달픈 것이 아니고 마음이 고달픈 것입니다. 쉽게 풍요롭게 살아온 우리들의 삶에 주는 형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마음을 어딘가 깨 놓고 우리의 몸이 먼저 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몸의 진행을 멈추고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우리의 마음이 따라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했다며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시 ‘풀꽃’으로 설명했습니다.
나태주: 자존감은 자기 사랑의 마음이고 자기 존중과 신뢰의 마음입니다. 한국사람들이 저의 시 ‘풀꽃’이라는 작품을 한결같이 좋아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써 준 시가 아닐까 생각하기까지 하는 것은 자존감이 떨어짐에 따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것은 결국 자세히 보지 않으면 예쁘지 않다는 말이 됩니다. 그 다음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것도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그러기에 제가 오늘날 우리 한국사람들이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풀꽃’같은 시가 한국에서 필요없는 세상이 되기로 선언합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쁘다. 오래 보지 않아도 사랑스럽다. 여러분이 그렇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보잘것없는 풀꽃과 같은 미미한 존재들도 관점에 따라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부여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려는 이 시는 거꾸로 해석되었습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봐도 사랑스러운 거죠. 

다음에 나태주 시인은 시의 3대 원칙, 즉 쇼트, 심플, 그리고 임펙트를 소개했습니다. 입에 잘 붙는 단어로 짧고 단순하게 쓰는 것은 포인트입니다. 임펙트가 있어야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풀꽃'의 마지막 문장 ‘너도 그렇다’가 없으면 이 시는 지금만큼 주목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또한 Q&A시간에서 한 독자가 3대 원칙의 실천 방식을 질문한 데 대해, 시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거짓말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더 말해야 덮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타이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선입견을 철저히 깨뜨렸습니다. 지금 ‘시’라는 작품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어려운 어휘를 쓰지 않아도 여전히 삶의 미세한 감정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은 바로 나태주 시인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어 시인은 스스로의 작품은 지친한 삶을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약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나태주: 나의 시가 너에게 세로토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세로토닌은 우울증 환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제가 쓴 시가 오늘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 지치고 우울하고 피곤한 한국사람들에게 유용한 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위로하고 축복하고 동행하고 응원하고 그 무엇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 나의 시에게 부탁합니다. 다른 시인들의 시가 나를 살리는 것처럼 나의 시오, 너도 가라, 가서 마음이 고달프고 지친 사람들을 살려다오.

마지막으로 나태주 시인이 강연을 마무리했을 때 낭송한 ‘선물’을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선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팬들에게 일일이 시를 써 준 나태주 시인 - 사진: 안우산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이 세상에서 선물과 같은 소중한 존재죠. 문학이 있어서 '이 세상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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