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폭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지 벌써 300일을 넘었는데 갈수록 빈번해지는 중국의 도발로 타이완해협의 정세도 전세계의 관심사로 부상되고 있습니다. 2018년에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 맨부커상 후보에 최초로 오른 타이완 작가인 우밍이(吳明益)는 타이완인으로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는데요.
후보명단을 처음 발표했을 때 맨부커상 홈페이지에서 ‘타이완(Taiwan)’으로 표기됐던 우밍이의 국적이 모르는 사이에 ‘타이완, 중국(Taiwan, China)’으로 바뀌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밍이는 개인 페이스북에서 주최 측의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해 타이완 정부가 주영국대표부를 통해 항의를 표했고 결국 우밍이의 국적이 ‘타이완(Taiwan)’으로 다시 바뀌었습니다.
중국 압력으로 타이완이 국제 활동에 참여 시 ‘중화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처지인데요. 올림픽에서는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타이완·펑후(澎湖)·진먼(金門)·마주(馬祖) 개별관세영역’, 이처럼 국호가 아닌 명칭만 쓸 수 있는 현실은 참 슬프죠. 따라서 우밍이가 확고한 태도로 타이완을 위해 쟁취한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년 10월 우밍이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맨부커상 후보로 선정된 소설《도둑맞은 자전거(單車失竊記)》의 한국 출판 계획을 밝혔는데요. 올해 연말에 선보일 예정인 《도둑맞은 자전거》는 2018년《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天橋上的魔術師)》에 이어 우밍이의 두 번째 한국판 소설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우선 이미 한국에서 출판된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960-1970년대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로 불리다 1992년 철거된 중화상창(中華商場) - 사진: 위키백과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는 한 때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로 불리다 1992년 도시 재개발로 철거된 주상복합건물인 ‘중화상창(中華商場)’을 배경으로 한 열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먼딩(西門町) 옆에 있었던 중화상창은 타이베이로 상경한 사람들의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던 존재였는데 중화상창에서 태어난 우밍이에게 있어서 이 곳은 생명의 시점이자 청춘의 대명사입니다.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오래전부터 잊혀진 추억을 소환하려고 합니다. 이 책의 중국어 명칭은《육교 위의 마술사(天橋上的魔術師)》인데 우밍이는 바로 글을 다루는 마술사처럼 현실과 판타지를 뒤섞는 기법으로 중화상창의 빛과 어둠을 그려냈습니다.
첫 번째 단편에 등장한 마술사는 이야기를 연결해 주는 관건적 역할을 맡는데요. 각 편의 주인공이 어렸을 때 본 마술사를 떠올리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캐릭터 하나 하나의 이야기보다 우밍이가 중화상창의 공간에 부여해 주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책의 취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밍이의 동료 교수인 허우줘전(侯作珍)이 작성한 분석에 따르면 중화상창의 공중화장실, 육교, 그리고 점포를 대표적인 장소로 꼽을 수 있습니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세 중화상창(中華商場)의 공중화장실을 재현했다. - 사진: ETtoday
우선 첫 번째 장소는 공중화장실입니다. 중화상창에는 공간이 부족하기에 집 안에 개인화장실이 없고 북도에 있는 공중화장실를 사용해야 했는데요. 더럽고 어두운 공중화장실은 아이에게 지옥과 같은 존재였고 특히 새벽에 변기에서 나온 귀신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전설로 기괴한 분위기가 더했습니다. 한 아이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화장실 벽에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그렸는데 상상력으로 스스로를 높은 곳으로 데려가면서 공중화장실에 대한 공포증을 극복했습니다. 그 후 공중화장실은 중화상청 아이들의 아지트로 변신했으며 심지어 아이들이 자란 후에도 직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외에 공중화장실에는 또 하나의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는데요. 바로 공중화장실에서 얼룩마를 만났던 이야기입니다. 해당 주인공은 꿈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침대에서 얼룩말의 털을 발견했습니다. 듣기로는 밑도 끝도 없지만 우밍이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통해 깜깜한 공중화장실에 밝고 활기찬 기운을 주입했습니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세 중화상창(中華商場)의 육교를 재현했다. - 사진: ETtoday
두 번째 장소는 마술사가 등장한 육교입니다. 다른 빌등으로 가는 통로인 육교에는 각양각색의 사람이 가득 차고 항상 새로운 일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마술사도 여기에서 마술을 부리면서 아이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마술사가 항상 아이에게 ‘세상에는 우리가 영영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어. 사람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라는 말을 했는데 이 의미심장한 말은 바로 책의 취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육교는 꿈의 씨앗을 심는 장소자 꿈이 사라진 곳입니다. 마술사가 화려한 트릭으로 아이들을 속여 깜짝 놀라게 하곤 한데 아이들이 마술사가 보여준 것밖에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밍이는 신비로운 마술에서 깨어나면 잔혹한 현실을 마주쳐야 하는 것으로 아이들이 성장한 과정에서 점차 상실과 죽음에 직면하게 된 상황을 그려냈습니다. 책에서 등장한 아이들은 대부분 순조롭지 않은 일에 많이 부딪쳤는데요. 마술사가 아이에게 한 말은 바로 인생의 잔인한 진상과 이 잔인한 진상에 직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속지 않고 더 다양한 관점으로 이 세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세 중화상창(中華商場)의 시계 가게를 재현했다. - 사진: ETtoday
마지막 장소는 중화상창에 있었던 점포들입니다. 우밍이는 다른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중화상창의 주민을 묘사했는데요. ‘중화상창의 주민은 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시골에서 타이베이로 상경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당을 따라왔지만 땅을 받지 못한 사람이다. 이 두 가지 사람은 솜씨와 운으로 도시에서 생계를 도모하며 큰 차이가 없고 단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봉, 시계, 신발, 전자 제품 등 수공 기술을 위주로 한 중화상창의 가게들이 이 늙어간 건물처럼 종결을 향해 나아갔는데요. 한국판 책명과 같은 단편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좋은 솜씨로 주민들의 인정받은 시계점 사장이었는데 결국 도박에 빠져 스스로의 앞길을 막았습니다. 우밍이의 부모님도 중화상창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했으며 우밍이가 한 건물, 한 시대의 종결을 목격한 증인으로서 수공업 시대의 종료를 통해 중화상창의 결말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우밍이가 절망에서 희망으로 된 공중화장실, 인생의 다면성을 상징하는 육교, 그리고 결말을 대표하는 점포로 중화상창에 대한 향수를 그려냈는데요. 이야기 속의 캐릭터마다 과거에서 현실에 대한 구원을 찾게 되었고, 수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는 희미한 빛은 마술의 아름다운 순간처럼 영영 사라지지 않는 인생의 중요한 장면이 될 것이겠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吳明益,《天橋上的魔術師》。
2. 吳明益,《單車失竊記》。
3. 侯作珍,〈吳明益小說的空間日夢、死亡記憶與魔幻敘事 ──以《天橋上的魔術師》為探討中心〉。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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