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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바나나의 레전드… 리왕타이(李旺台) 《바나나의 왕(蕉王吳振瑞)》🍌

  • 2025.03.31
포르모사 문학관
1960년대 타이완 바나나 수출에 크게 기여한 우전루이(吳振瑞)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 《바나나의 왕(蕉王吳振瑞)》의 영어판이 최근 미국 ‘포워드매거진(Foreword)’ 출판상 후보에 올랐다. - 사진: CNA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봄에는 복숭아와 매실, 여름에는 망고와 수박, 가을에는 유자와 용과, 겨울에는 귤과 석가. ‘과일의 왕국’이라 불리는 타이완에는 일년 내내 맛있는 과일이 있습니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도 많지만 그래도 제철 과일은 제일 맛있죠. 타이완 농업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타이완의 과일 생산량은 감귤(19.9%), 파인애플(18.5%), 바나나(13.1%), 구아바(6.7%), 망고(5.8%)의 순으로, 상위 5대 과일이 전체 생산량의 64%를 차지했습니다. 이 중 국민과일 바나나는 지난해 8월 이후로 가격이 폭등하여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는데요. 이에 천쥔지(陳駿季) 농업부 부장은 작년에 타이완을 강타한 여러 태풍으로 인해 바나나 생산량이 약 50% 감소했으며, 4월부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어 수입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타이완에서 서민적 색채가 강한 바나나가 갑자기 샤인머스캣 같은 ‘귀족 과일’로 둔갑한 것은 상당히 의외의 일인데요.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영양분 때문에 아침으로 먹거나 오후에 출출할 때 간식으로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타이완사람이 바나나를 얼마나 사랑하냐면, 1인당 연평균 소비량은 70개로, 한 달에 최소 5.8개를 먹는 겁니다. 따라서 마트와 과일가게는 물론, 편의점에서도 바나나를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바나나는 주요 수출 과일로 전체 수출액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타이완에 막대한 외화를 벌어 들였는데요. 특히 일본은 지금까지도 타이완 바나나의 최대 수입국입니다. 사실 타이완의 바나나 산업은 바로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나나 왕국의 전설 👑

일본이 타이완을 정복하자 초대 타이완 총독은 메이지 천황에게 타이완 바나나 두 박스를 바쳤는데, 메이지 천황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바나나였기 때문입니다. 1910년에 들어 타이완 바나나는 대규모 생산에 들어가 일본에 대량으로 수출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도 일본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이어 1963년 일본 바나나 시장이 자유화되면서 필리핀, 중국, 라틴 아메리카와 경쟁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바나나의 왕(蕉王)’으로 불리는 가오슝 과일협동조합 우전루이(吳振瑞) 회장의 노력으로 일본 시장을 확보해 타이완을 ‘바나나의 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969년 우전루이는 횡령, 배신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결국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타이완 바나나의 수출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1960년대 바나나 전성기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우전루이는 정말 유죄인가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가 정치 투쟁의 희생양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출소 후 일본으로 이주한 그가 처음 귀국했을 때 농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이 가장 좋은 증거죠. 타이완 계염령이 해제된 지 2년 후인 1989년, 라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지시로 우전루이는 국가 차원의 사과를 받고 정부와 화해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나나를 둘러싼 이야기는 점차 사람들에게 잊혀졌지만, 핑둥현정부는 2016년 우전루이의 전기를 출판했고, 역사소설가 리왕타이(李旺台)도 2019년 우전루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바나나의 왕(蕉王吳振瑞)》을 펴내는 등 그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왕타이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신타이완평화기금회 주최의 역사소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소설 영어판은 최근 미국 ‘포워드매거진(Foreword)’ 출판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수상 결과는 오는 6월 발표될 예정입니다. 오늘은 타이완 바나나 산업의 역사를 담은 이 소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019년 정리쥔(鄭麗君, 좌)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타이완 역사소설상을 받은 리타이왕 작가(우) - 사진: CNA


태자와 황후의 싸움에 휘말린 바나나의 왕 

협동조합 회장을 재임했던 동안, 우전루이는 뛰어난 장사 수완으로 일본 기업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한편, 타이완 정부와 손잡고 새로운 수출 체제를 구축해 바나나 농민들의 처우를 크게 개선했습니다. 바나나의 주요 생산지인 타이완 남부 가오슝과 핑둥은 이 덕분에 경제적 도약을 이뤘고, 우전루이와 같이 핑둥 출신인 리왕타이도 이른바 ‘바나나 경제’ 속에서 튼튼하게 잘 자랐습니다. 당시 바나나 농민이었던 리왕타이의 아버지는 우전루이를 많이 존경하고 그에 관한 신문을 모아 일본어로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리왕타이는 어릴 때부터 우전루이를 궁금해했죠. 십여 년이 지난 후, 신문사에서 일하던 리왕타이는 일본으로 가 우전루이를 직접 인터뷰했는데, 왕좌에서 내려온 왕은 과거의 영광을 잃었고 그저 담담하게 옛일을 들려줬습니다. 

우전루이가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잘 알려진 설은 그가 장징궈(蔣經國) 총통과 영부인 쑹메이링(宋美齡)의 정치 투쟁에 말려들었다는 겁니다. 장징궈는 쑹메이링의 측근이자 대외무역협회 회장이었던 쉬보위안(徐柏園)을 제거하기 위해, 협동조합 설립 20주년을 맞아 우전루이로부터 금 접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를 끌어내렸습니다. 즉 ‘황후’와 ‘태자’의 싸움에 휘말린 협동조합 회장 유전루이가 희생양이 된 거죠. 


역사소설의 책임 📖

리왕타이는 올해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서 역사소설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말했는데요. “소설 창작은 상상력과 인내심의 작업으로, 재미있게 쓰려면 지식 대신 문학적 요소와 다양한 은유를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외에도, 줄거리가 합리적이고 사실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자료 수집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시간순으로 ‘일본 식민지 시대’, ‘중화민국 초기’, ‘바나나 산업 전성기의 시작과 끝’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된 《바나나의 왕》은 우전루이가 협동조합 회장이 되기 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바나나 사업과 정쟁에 휘말리는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내용은 오히려 3부에만 등장합니다. 그 이유는 우전루이의 성격을 뚜렷하게 그려내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여러 정권을 경험한 타이완인의 삶, 특히 식민자 일본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부각시키기 위한 겁니다. 우진루이의 경우, 일본인으로부터 바나나 재배의 지식과 기술을 배운 반면, 국민당 정부의 착취와 모함을 당해 결국 한평생의 성과를 잃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리왕타이는 “일본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평생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부당한 요구에 순종하거나 싸우는 모든 타이완인들에게 이 소설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바나나의 왕에서 죄인이 되었지만, 우전루이는 리왕타이에게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파란만장한 역사가 없었다면 타이완 바나나는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리왕타이의 소설이 없었다면 우전루이는 다시 바나나의 왕좌에 오를 수 없었을 겁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는 말처럼 역사를 잘 알아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엔딩곡으로 황칭메이(黃清美)의 ‘바나나를 팔아요(賣香蕉)’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앞으로 타이완에 방문한다면, 향긋한 타이완 바나나를 맛보면서 우전루이의 이야기를 회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리왕타이 작가 - 사진: CNA

 

▲참고자료:
1. 李旺台,《蕉王吳振瑞》。
2. 邱祖胤,「『蕉王吳振瑞』英文版 入圍美國Foreword出版獎」,中央社。
3. 李台源、范修語,「李旺台談歷史小說:獻給順服與不順服的台灣人」,客新聞。
4. 管瑞平,「香蕉價揚 陳駿季估3、4月間供應漸回穩不會進口」,中央社。
5. 翟翱,「香蕉王國亦是熱帶幻夢——李旺台寫《蕉王吳振瑞》」,鏡文學。
6. 莊健隆,「嬌矯不驕的香蕉 「香蕉王國」話說從頭」,豐年雜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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