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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솽즈 《타이완 만유록》, 타이완 최초로 美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

  • 2024.12.02
포르모사 문학관
작가 양솽즈(楊双子, 좌)와 번역가 진링(金翎, Lin King, 우)이 소설 《타이완 만유록(臺灣漫遊錄)》을 통해 타이완인 최초로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 번역문학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 AP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최근 타이완에서 반가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제 야구 대회 프리미어12의 우승 외에, 작가 양솽즈(楊双子)가 소설 《타이완 만유록(臺灣漫遊錄)》을 통해 타이완인 최초로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 번역문학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 2020년 출판된 《타이완 만유록》은 타이완 문화부 주최의 국가문학상인 금정장(金鼎獎)과 일본의 번역대상에 이어,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우선 양솽즈의 수상 소감부터 살펴봅시다. 그는 지난 2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사람들이 왜 100년 전 이야기를 쓰냐고 묻는다. 나는 과거를 쓰는 것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래서라고 답하곤 한다. 100년 전, 타이완인들은 타이완은 타이완인의 타이완이라고 말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다만 대상은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이다. 1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침략성이 강한 강대국을 상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타이완인마다 국가 정체성과 민족 정체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100년 전 자신이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도 중국인을 자처하는 타이완인들이 있다. 나는 타이완인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답하기 위해 글을 쓴다. 과거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쓰는 이유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귀국 후인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설 영문판의 번역가 진링(金翎, Lin King)에게 상을 바친다고 언급했습니다.

양솽즈의 작품을 보면, 거의 모두 일본 식민지 시대의 타이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중국에서 온 이주민인 외성인(外省人)의 마을 ‘권촌(眷村)’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에 중국문화를 동경했습니다. 하지만 18살의 중국 여행과 2000년대 이후 친중국 세력에 저항하는 여러 사회운동으로 마음 속의 ‘차이나 드림’은 완전히 깨졌습니다. 타이완 역사, 타이완과 중국의 관계 등 의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중국어문학과를 졸업한 후 타이완문학 대학원에 진학하는 동시에, 일본 식민지 시대의 타이완을 연구하는 쌍둥이 동생과 함께 소설 창작을 통해 타이완인의 정체성을 탐색하기로 했습니다. 쇼와 13년인 1938년을 배경으로 한 《타이완 만유록》은 그런 소설입니다. 그럼 오늘은 타이완 문학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양솽즈와 《타이완 만유록》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관련 프로그램:
‘쌍둥이 작가’ 양솽즈(楊双子) 《꽃 필 무렵》


쌍둥이 작가 👯‍♀

사실 양솽즈는 한 사람이 아닙니다. 솽즈(双子)란 쌍둥이의 일본어 ‘ふたご(futago)’의 한자어로, 창작을 맡은 언니 양뤄츠(楊若慈)와 역사 연구 및 일본어 번역을 맡은 동생 양뤄훼이(楊若暉)의 공동 필명입니다. 하지만 동생 양뤄훼이가 지난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언니 양뤄츠는 이 필명을 유지하여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타이완 만유록》은 언니가 동생에게 바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타이완 만유록》은 일본인 여성 아오야마 치즈코(青山千鶴子)와 타이완인 여성 왕치엔허(王千鶴)의 우의,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타이완 철도 여행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읽기 쉬운 가벼운 소설 같지만, 작가 이름에는 양솽즈뿐만 아니라 주인공 아오야마 치즈코도 있는데요. 얼핏 보면 일본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집필하고 양솽즈가 번역한 역사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죠. 그러나 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허구적인 이야기입니다.

소설에서 일본인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타이완총독부의 초청으로 1년간 타이완에 거주하면서 타이완인 통역인 왕치엔허와 함께 여기저기 다니며 강연했습니다. 눈치가 빠르고 일처리가 깔끔한 왕치엔허의 도움으로 음식에 열광하는 치즈코는 철도 여행에서 타이완 미식을 마음껏 맛보고 도시마다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타이완에서 보고 듣는 것들을 여행기로 써서 ‘타이완 만유록’이라는 제목으로 신문과 잡지에 게재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간 후 자서전적 소설로 다시 작성해 1954년 동명소설 《타이완 만유록》을 출판했습니다. 타이완 음식을 챕터 제목으로 한 이 소설은 치즈코와 왕치엔허의 우정에 중점을 둡니다. 치즈코 별세 후 소설은 그의 딸을 통해 왕치엔허에게 전달되었고, 왕치엔허가 직접 중국어로 번역해 1990년 타이완에서 출판했습니다. 다만 당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치즈코와 왕치엔허 사이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 묘사는 모두 삭제되었는데요. 타이완 독자들이 온전한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양솽즈의 동생 양뤄훼이가 다시 번역해 2020년 신번역판을 출판했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타이완 만유록》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위의 이야기는 모두 언니 양뤄츠가 만든 허구적인 내용입니다. 아오야마 치즈코도 왕치엔허도 실존 인물이 아닌 캐릭터 뿐이고, 동생 양뤄훼이의 이름으로 쓴 후기도 언니 양뤄츠가 작성한 겁니다. 이는 《타이완 만유록》이 단순한 소설이 아닌 이유입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면 숨 좀 돌리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실 텐데, 일본 식민지 시대의 타이완어 노래 ‘비내리는 밤의 꽃(雨夜花)’을 띄워드립니다.


식민지배 아래의 타이완인과 일본인 🇯🇵

소설의 두 주인공은 같은 한자 이름(양솽즈가 타이완 첫 여성 기자인 양치엔허(楊千鶴) 여사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성격이 극과 극입니다. 키가 큰 치즈코는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는 불 같은 사람인 반면, 키가 작은 왕치엔허는 너그럽고 온유한 물 같은 사람입니다. 첫 만남에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금방 친해지고 1년간 함께 기차 여행을 떠나면서 타이완 구석구석을 탐방했습니다. 타향에서 소울메이트를 만난 치즈코는 왕치엔허에게 결혼하지 말고 같이 일본으로 가자고 제의했지만, 왕치엔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결국 통역의 일을 그만뒀습니다. 치즈코의 눈에 두 사람이 친구처럼 지내지만, 왕치엔허에게 일본인과 타이완인은 결코 대등한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치즈코는 일본 정부가 전쟁을 위해 추진한 정책을 하찮게 생각하면서도 타이완의 건설은 일본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출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왕치엔허를 위해 수 차례 나섰지만, 왕치엔허에게 보호가 필요한지를 물은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왕치엔허는 치즈코가 좋아하는 왕치엔허는 진정한 왕치엔허가 아닌 환상적인 왕치엔허라고 말했습니다.

식민지배를 가하는 일본인과 지배당하는 타이완인. 《타이완 만유록》은 대등하지 않은 권력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식민모국과 식민지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가족·직장의 상하관계까지 모두 양솽즈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입니다. 권력이 가장 무서운 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착취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치즈코와 왕치엔허는 끝까지도 친구가 될 수 없는 거죠. 치즈코 귀국 후 여행기를 소설로 다시 쓴 이유는 자신의 오만을 반성하고 왕치엔허에게 사과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타이완에 현대화를 가져왔지만, 전통문화 파괴와 정체성 혼란 등 깊은 상처도 간과할 수 없다는 말이죠.

그런데 《타이완 만유록》은 왜 언니 양뤄츠가 돌아가신 동생 양뤄훼이에게 바치는 소설인가요? 치즈코가 언니 양뤄츠라면, 왕치엔허는 동생 양뤄훼이입니다. 한 사람이 창작, 다른 사람이 번역을 맡는 것 외에 작가 주요우쉰(朱宥勳)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소설에서 두 주인공을 갈라놓는 것이 시국과 신분의 차이라면, 현실세계에서 쌍둥이 작가를 갈라놓는 것은 삶과 죽음이다. 식민지의 이야기는 《타이완 만유록》의 포장일 뿐, 진정한 주제는 죽음이다. 번역은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수단이지만,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벽은 번역으로 깨뜨릴 수 없다. 따라서 언니 양뤄츠는 허구적인 이야기를 통해 동생 양뤄훼이를 살렸다.”고 말했습니다.

내셔널 북 어워드의 수상으로 《타이완 만유록》 한국어판의 출판은 확정된 상태입니다. 타이완과 같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당한 한국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좌로부터는 《타이완 만유록》 일본어판, 중국어판, 영어판 - 사진: 보커라이

 

▲참고자료:
1. 楊双子,《臺灣漫遊錄》。
2. 鍾佑貞,「臺灣漫遊錄獲美國國家圖書獎 楊双子:我書寫是為了回答台灣人是什麼人」,中央社。
3. 黃淑芳,「楊双子窮得只剩小說夢《臺灣漫遊錄》從在地走向國際」,中央社。
4. 邱祖胤,「楊双子受學運衝擊扎根本土認同 書寫台灣女性故事向國際發聲【專訪】」,中央社。
5. 楊若慈,「得獎感言」,Facebook。
6. 楊若慈,「2020年春彼岸於永和住處」,Facebook。
7. 朱宥勳,「『託名虛構』的文學意義:青山千鶴子.楊双子《臺灣漫遊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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