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최고의 여배우들이 운집하는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影后)>이 지난달 공개되자 넷플릭스 1위에 오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화려한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이 드라마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여배우와 메니저의 인생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얼마 전 막을 내린 한국 드라마 <정년이>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드라마 흥행에 힘입어 동명 웹툰이 지난 20일 공개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사랑을 위해 사업을 포기하는 배우 리신니(黎芯妮), 그리고 무명 배우에서 톱 배우로 탈바꿈한 스아이마(史艾瑪)를 주인공으로 드라마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타이완 만화 열풍이 총통부에도 불고 있습니다. ‘총통부는 전 국민의 총통부’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부터 추진해온 총통부 전시회가 지난 19일 ‘민주의 방주: 지속가능한 타이완의 미래로(民主方舟:臺灣永續前行)’ 상설전시, 그리고 ‘슈퍼 타이완 만화: 만화 속에 타이완의 100가지 모습(超!台!漫—— #漫畫裡的臺灣百味)’ 특별전시회를 시작했습니다. 타이완 만화를 주제로 한 올해 국경일 총통부 라이팅 쇼에 이어 또다시 만화를 선택한 거죠. 만화를 통해 타이완의 역사, 문화, 민속신앙, 랜드마크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타이완 만화의 강한 에너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통부 특별전시회를 참관하고 있는 라이칭더(賴清德, 우) 총통과 샤오메이친(蕭美琴, 좌) 부총통 - 사진: 문화부 페이스북
지난 6일 열린 민진당 중앙위원회에서 타이완 애니메이션 및 만화 진흥협회 수웨이시(蘇微希) 이사장은 장르 확대, 인재 육성, 만화 콘텐츠 개발의 전담기구 설립 등 3가지 의견을 민진당에 제시했습니다. 이에 민진당 당대표인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은 문화가 국가의 영혼인 만큼, 타이완 만화를 진흥하고자 하는 정부의 비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대에 발맞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라이 총통은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타이완 만화가 3명과 만나 타이완 만화 발전에 대해 교류한 바 있는데요. 한 만화가가 라이 총통의 초상화를 선물하자 라이 총통은 “내가 그렇게 멋있냐?”고 장난쳤습니다.
최근 몇 년간 산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추진으로 타이완 만화가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가운데, 문화부 주최의 만화 시상식인 금만장(金漫獎)이 지난 10월 24일 처음으로 타이중(台中) 국립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특별공로상은 시대극 소녀만화로 유명한 유수란(游素蘭) 작가, 대상은 타이완 현대문학의 아버지인 라이허(賴和)의 대표작 《저울 하나(一桿稱仔)》를 원작으로 한 롼광민(阮光民) 작가의 동명 작품이 수상했습니다. 시상자로 나선 리위안(李遠) 문화부 장관은 치사에서 시상식을 준비할 때 타이완 만화를 계속 추진하면 2027년에 타이완에서 아시아 만화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타이완 만화의 발전 과정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위안(李遠, 좌)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2024 금만장 특별공로상을 받은 유수란(游素蘭, 우) 만화가 - 사진: CNA
파란만장한 타이완 만화 역사 🗯️
일본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타이완 만화는 1900년대 전반에 정치 풍자, 시사, 일상생활 등을 주제로 했습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만화가의 작품은 일본 만화잡지가 주최하는 공모대회 외에 주로 <타이완일일신보>, <타이완 예술> 등 신문지나 잡지에 게재되었습니다. 또한 만화가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동호회가 많이 생겼는데, 과거 방송에서 소개된 타이완 원로 히어로 만화 《제갈사랑(諸葛四郎)》 의 작가 예홍자(葉宏甲)는 신주(新竹)를 기반으로 한 ‘신고만화집단(新高漫畫集團)’의 멤버였습니다. 신고만화집단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 물가 폭등, 정부의 부정부패 등 사회의 혼란상을 다룬 풍자만화를 발표해 타이완 만화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후 중화민국 정부의 이전과 함께 중국 전통문화와 타이완 현지특색이 섞이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류싱친(劉興欽)의 코미디 만화(《阿三哥與大嬸婆》)와 예홍자의 《제갈사랑》은 1950-60년대 양대 산맥으로, 타이완 만화의 첫 번째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연합보》 등 신문지에도 일본 시대처럼 시사 만화가 게재되며 만화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타이완의 원로 히어로 만화! 예홍자(葉宏甲) 《제갈사랑(諸葛四郎)》
그러나 1966년 ‘타이완 만화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만화 편집·인쇄 지도 방법(編印連環圖畫輔導辦法)>이 시행되면서 타이완 만화계는 가장 어두운 시절에 빠졌습니다. 불합리한 검열 제도 때문에 많은 만화가들이 창작을 멈추거나 아예 직장을 바꿨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 경제의 비약과 함께 타이완 만화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복사기의 보급으로 일본 만화의 해적판을 판매하는 출판사가 대거 생겼고, 만화방도 사람들의 오락장으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엄격한 검열제도에 통과하기 위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 많았는데, 이 중 1983년부터 연재된 아오유샹(敖幼祥)의 4컷 무협만화 《우롱원(烏龍院)》은 재미있는 스토리텔링과 생생한 캐릭터로 큰 인기를 얻었고, 심지어 일본 만화잡지 《Morning》에도 연재될 정도였습니다. 이후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보드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이어 1980년대 타이완 만화의 두 번째 전성기를 소개하기 전에 팡원린(方文琳)의 ‘꿈을 그린다(畫一個夢)’를 띄워드립니다.

아오유샹(敖幼祥)의 4컷 무협만화 《우롱원(烏龍院)》 - 사진: 청핀서점
타이완 만화의 새로운 챕터 🖌️
1987년 타이완 민주화에 따라 만화 검열제도도 폐지되었습니다. 이 때 올해 금만장 특별공로상을 수상한 유수란은 탐미적인 화풍과 독보적인 스토리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심지어 타이완 만화계 최초의 여성향 남성 동성애인 ‘보이즈 러브(Boys' Love)’ 작품까지 선보여 만화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또한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타이완 출판사는 1992년 일본 측의 허가를 받아 일본 만화를 합법적으로 출판하고 타이완 만화박람회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완 만화가들도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무대에 대거 진출했습니다. 이 중 수묵화로 유명한 정원(鄭問)은 일본만화가협회의 우수상을 수상받아 ‘아시아의 지보(至寶)’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디지털 매체의 발전으로 만화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건전한 산업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 타이완 만화는 또다시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산업의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만화가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화를 연재하며 새로운 기회를 탐색했습니다. 이 외에 2009년 타이완 정부가 설립한 인터넷 웹툰 플랫폼 ‘CCC(Creative Comic Collection)’도 만화가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타이완 현지 역사, 문화, 민속을 주제로 한 작품을 장려한 이 플랫폼은 신예 만화가들을 많이 육성하고 타이완 만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올해 금만장 대상을 수상한 롼광민도 CCC에 작품을 연재한 바 있습니다.

타이완 웹툰 플랫폼 CCC에 연재 중인 작품들 - 사진: CCC 캡처
수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지금은 타이완 만화의 세 번째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갈수록 많은 타이완 만화의 해외 출판과 수상은 물론, 작품 장르도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완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죠. 그럼 다음주는 계속해서 올해 금만장의 수상작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王寶兒,「影后改編漫畫及小說 一探黎芯妮、史艾瑪番外篇」,中央社。
2. 葉素萍,「賴清德:文化是國家靈魂 支持台漫政策不會改變」,中央社。
3. 郝雪卿,「金漫獎游素蘭獲最佳貢獻獎盼續為台漫努力 阮光民『一桿秤仔』奪年度大獎」,中央社。
4. 蘇俐穎,「台灣漫畫新浪潮」,光華雜誌。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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