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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 400] 당도 100%! 타이난 문학의 맛

  • 2024.09.09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난의 중요한 산업인 설탕과 소금을 주제로 한 문학전시회 '타이난 문학의 맛' - 사진: 안우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남부를 방문한다면 음식의 단맛에 놀랄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타이완의 고도 타이난에서는 대꽂이를 들고 한 바퀴 돌면 솜사탕이 나올 정도로 공기마저 달콤합니다. 물론 농담이죠. 저와 같은 타이난 토박이는 어릴 때부터 쭉 먹어왔기 때문에 보통 타이난 음식의 특별함을 잘 의식하지 못하고, 다른 도시의 친구들이 찾아오거나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살아야 단맛의 존재를 의식하게 됩니다. 음식에 단맛이 없으면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맛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타이난사람들의 부엌에는 설탕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타이난 요리의 단맛은 산업 발전과 타이완 가장 오래된 도시로서의 자부심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청나라의 조사에 따르면, 19세기 말 타이난의 설탕공장은 타이완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지형과 기후 조건이 설탕 재배에 적합해 예로부터 명실상부한 설탕의 도시였습니다. 또한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타이완의 정치와 경제 중심지로서, 한때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설탕을 음식에 넣어 손님에 대한 중시를 보여주며 자신의 지위를 과시했습니다. 이러한 음식 문화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타이난 요리의 핵심이 되었고 타이난인의 ‘초딩 입맛’을 형성시켰습니다.

최근 타이난에 있는 타이완문학관의 문학 산책로를 지나가면 작은 기둥에 당도 100%, 50%가 표기된 문구들을 볼 수 있는데요. 버블티를 주문할 때 당도와 얼음량을 조정할 수 있듯이 문학에도 다양한 맛이 있죠. 근데 자세히 보면 당도 외에 소금의 양을 표시하는 ‘염도(鹽度)’도 있습니다. 소금은 설탕과 함께 타이난의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타이완의 소금 산업은 정씨왕국에 시작되었는데, 당시 청나라의 경제봉쇄에 맞서 정성공의 참모 천융화(陳永華)가 타이난, 가오슝 일대 염전(鹽田)을 개척해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청나라, 일본, 중화민국 정부의 추진으로 타이난은 타이완 최대의 소금 생산지로 자리잡았습니다. 타이난 연해 지역은 토양의 소금 함량이 높아 ‘염분지대(鹽分地帶)’라고 불리는데, 여기서 자란 타이난 문학가들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염분지대’라는 문학단체를 결성해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강인하게 사는 마을사람들, 그리고 이민족의 침입에 대항하는 투쟁 정신을 묘사했습니다.


타이난 음식의 맛을 담은 타이완 문학 - 사진: 안우산

타이완문학관은 타이난인 일상에서 설탕과 소금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착안해 타이난에 관한 32편의 문학작품을 선정하여 ‘설탕과 소금 문학상: 타이난 문학의 맛(糖分與鹽分文學賞——臺南文學滋味)’ 전시회를 선보였습니다. 네덜란드인이 1624년 타이난에 질란드아 요새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타이난 성(城)이 세워진 지 4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해당 전시회는 오는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지속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타이난 400’의 관련 문학 전시회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문학으로 보는 타이난 400년 역사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문학관 밖 문학 산책로가 설탕과 소금으로 가득차 있다면, 문학관 안은 전 세계에서 온 축복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타이난 400 엽서전(Tainan 400 Mail Art─郵遞藝術展)은 ‘타이난 성 건립 400주년’ 시리즈 이벤트의 일환으로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마카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영국, 바티칸, 멕시코 등 18개국의 문화예술 관계자들을 초대해 타이난에 대한 축복을 엽서에 남겼습니다. 


타이완문학관에서 열린 타이난 400 엽서전(Tainan 400 Mail Art─郵遞藝術展) - 사진: 안우산

타이난에서 공부하고 정계에 입문한 라이칭더(賴清德) 총통, 타이난 출신인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황웨이저(黃偉哲) 타이난시장 등 타이난과 깊은 인연이 있는 정부 고위직들도 덕담을 나눴는데요. 라이 총통은 엽서에 “타이난은 타이완의 문화 수도”라며, “1624년 세계는 타이난으로, 2024년 타이난은 세계로 나아간다”고 작성했습니다. 천 전 총통은 “타이난이 없었다면 타이완도 없었을 것”이라며 “나는 타이난인인 것이 자랑스럽고, 타이완 국민인 것이 영광스럽다”고 썼습니다. 

황 타이난시장도 100% 당도의 ‘설탕 폭탄’ 연서를 남겼는데요. “다들 네가 있으면 솜사탕을 그릴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얘기만 나오면 내 입가에 미소가 초승달 같다. 인생은 짧지만 역사 물결의 일부다. 타이난 400년 역사에 새겨진 이름은 나의 그리움과 소망이다. 타이난인으로서 이 감정을 영원토록 소중히 여긴다.” 이 달달한 분위기를 이어서 타이난에 바치는 연가, 셰밍유(謝銘祐)의 ‘연연 다위안(戀戀大員)’을 띄어드립니다. 다위안은 타이난의 옛 이름입니다.


라이칭더 총통, 황웨이저 타이난시장 등 정부 고위직이 타이난에 대한 축복을 엽소에 남겼다. - 사진: 안우산


전 세계에서 온 축복들 - 사진: 안우산

전 세계에서 온 축복을 받은 후 문헌자료를 통해 타이난의 400년 역사를 살펴봅시다. 오는 9월 22일까지 열리는 ‘17세계부터의 초시공 문학여행(文學千層.故事連城:從17世紀開始的超時空之旅)’ 특별전시회는 엽소전과 함께 타이난 400의 중요한 문학 행사인데요. 타이난 지역 원주민 시라야족(西拉雅)의 옛 가요를 시작으로, 타이완인이 외부세력에 맞서는 동시에 세계와 접목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타이완문학관은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교 소장, 정성공의 맏아들이자 정씨왕국의 2대 왕 정경(鄭經)이 1664년 네덜란드인에게 보낸 교섭 서한(〈嗣封世子札致荷蘭出海王〉)의 원본, 그리고 타이난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질란드아 요새의 유화 원작(〈熱蘭遮城晨景圖〉,〈普羅民遮城夕照圖〉)을 빌려 전시하고 있습니다. 

1662년부터 1683년까지 21년 동안 타이완을 다스리는 정경은 타이완을 세계무대에 오르게 하는 관건이었습니다. 정경이 돌아가신 지 2년 후인 1683년, 정씨왕국이 청나라에 항복하면서 타이완은 정식으로 청나라에 병합되었습니다. 당시 대외적으로는 호시탐탐 노리던 네덜란드와 청나라, 대내적으로는 이민자 관리와 군대 식량 문제가 있었는데, 정경은 정성공의 왕국을 이어받아 외교 교섭을 계속해 영토를 지켰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서한을 통해 나라를 잘 다스리겠다는 정경의 다짐, 그리고 강한 적을 마주할 때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는 9월 22일까지 열리는 ‘17세계부터의 초시공 문학여행(文學千層.故事連城:從17世紀開始的超時空之旅)’ 특별전시회 - 사진: 안우산

타이완문학관의 특별전시회와 함께, 근처에 있는 예스타오(葉石濤) 문학관에서도 시리즈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흰색에서 타이완 문학의 풍부한 색채를 되찾다’라는 주제로, 타이난 출신 문학 대가 예스타오의 파란만장한 일생과 창작 과정을 다뤘습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작가들의 정신을 계승한 예스타오는 백색테러를 당해도 포기하지 않고 타이완 문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그의 말씀처럼 “타이난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일을 하고, 연애와 결혼을 하고, 유유히 살아가기에 좋은 곳”입니다. 저에게 타이난은 저를 키워주고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앞으로 400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林婷嫻,「臺南除了食物甜,竟還有一個飛行場」,研之有物。
2. 糖分與鹽分文學賞——臺南文學滋味,臺灣文學館。
3. 探索臺灣鹽業發展四百年,國家發展委員會檔案管理局。
4. 邱祖胤,「『文學千層故事連城』特展開幕 鄭經親筆信現身」,中央社。
5. 張榮祥,「『文學千層』特展 一窺葉石濤創作力及影響力」,中央社。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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