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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타이베이는 '태풍 휴가' 중

  • 2024.07.24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24일 오전 9시 17분 기준 진먼현을 제외한 타이완의 모든 시와 현이 24일 하루 '태풍 휴가'를 갖는다. 정부가 발표한 '태풍 휴가' 기간에는 출근과 등교를 하지 않는다. - 사진: 행정원 인사행정총처

화요일인 어제 23일 저녁 7시 50분.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혹은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일제히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저녁 8시가 되면 24일 임시 휴가 여부를 발표하기 때문입니다. 23일자 ‘대만주간신보’를 들으셨거나 Rti 한국어 방송의 뉴스레터를 통해 소식을 접하신 청취자님들께서는 짐작가시리라 생각됩니다. 필리핀 동부 해상을 거쳐 타이완 섬으로 북상 중인 태풍 ‘개미’ 때문입니다. 

어제 밤 8시가 되자, 타이베이 시를 비롯해 신타이베이시, 지룽 시, 타오위안 시 등 타이완 북부의 네 시는 모두 ‘태풍 휴가’가 결정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停班停課’라고 하는데요. 학교 수업과 회사 업무를 모두 멈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등교와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임시 휴무일로 지정이 된 것이죠. 

태풍으로 인한 임시 휴무 소식을 확인한 타이베이 시민들은 다음으로 식량 준비에 나섭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형 마트로 몰려 비상 식량을 구입하기에 돌입하는데요. 어제 저녁 타이완의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시내 각종 마트에서 재고가 동이 난 진열대의 사진이 속속들이 올라왔습니다.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야채나 과일 류보다도 고기가 가장 먼저 팔리는 풍경인데요. 태풍이 불어 쌀쌀하고 비가 쏟아지는 날 타이완 사람들은 집에서 훠궈(火鍋)를 먹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트의 재고가 순식간에 팔리는 만큼 계산대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어 심지어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는데요. 

비상 식량을 준비하는 무리들이 있는 가 하면, 한편으로는 유흥을 즐기러 가는 무리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어제 저녁 타이베이 지역의 일부 노래방과 영화관이 매진되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저녁 8시 반부터 1시간도 채 안돼 객실이 만석이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죠. 다행히도 23일 밤 12시 전까지 타이베이 시내 태풍의 영향은 비교적 적었습니다. 

그러나 24일 새벽부터는 타이베이 시내에도 장대비가 대차게 쏟아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비바람 소리로 새벽잠을 설치는 시민람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짐작이 가는데요. 

중앙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오전 6시 경 태풍은 북위 23.1도, 동경 123.3도, 타이완 동북부 지역인 이란(宜蘭)의 남동쪽 약 240km 지점에서 시속 16km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태풍은 24일 오전 내내 이란 남동쪽 해상에서 북서쪽, 즉 타이베이와 신베이, 지룽, 타오위안이 있는 방향으로 북서진 하고 있는 중인데요. 그에 따라 타이완 북부 지역은  물론 타이중과 자이 등 타이완 중남부 지역에도 비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중앙기상청은 24일 오전, 타이중시, 난터우현, 윈린현, 자이현, 타이난시, 가오슝시, 핑둥현, 이란현 산간지방에도 국지성 호우 또는 초대형 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호우특보를 추가 발표한 상황입니다.

기상청은 태풍 개미의 폭풍권이 이미 타이완 섬 동쪽 절반을 덮고 있으며, 24일(오늘) 밤 태풍 개미가 본격적으로 상륙해 타이완 섬 북쪽 끝 육지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하며, 오늘 밤부터 내일 낮까지 비바람이 가장 강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남부 산간에는 많게는 1800mm, 평지인 난터우 현에도 최대 1100mm 까지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죠.
결국, 태풍 ‘개미’의 북상으로 타이완 섬 전체가 육상경계구역에 포함되면서, 타이완 북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22개 시와 현 가운데, 진먼 현을 제외한 나머지 21개 현과 시는 모두 24일 오늘 하루 ‘태풍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에 비해 태풍이 잦은 타이완에서는 타이완 정부가 임시로 ‘태풍 휴가’를 지정할 수 있는데요. ‘자연재해에 따른 업무 및 수업 정지 작업 방법(天然災害停止辦公及上課作業辦法)' 제4조에 따라, 태풍의 바람 반경이 4시간 이내에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 해당 태풍의 평균 풍력이 7급(13.9~17.1m/s)  이상이거나 돌풍이 10급(24.5~28.4m/s)  이상일 때 업무 및 수업을 중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기상 변화로 인해 해당 결정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기준으로 하죠. 중앙부처인 행정원 인사행정총국은 지방자치단체의 실시간 결정을 수렴해 공표합니다.  

 

타이베이 시도 오늘 ‘태풍 휴가’에 들어간 가운데, 타이베이 지하철공사도 태풍으로 인한 지하철 운행 변동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태풍의 풍속에 따라 근무 간격을 조정할 예정인데요. 모든 지하철 노선이 약 15분의 간격을 두고 지하철을 운영하며, 실제 순간 풍속이 10급 이상에 도달하거나 10분 이내에 평균 풍속이 7급에 도달할 경우, 고가 및 평면 구간 모두 표준 운영 절차에 따라 지하철 운영을 중단합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지하철을 이용할 예정인 타이베이 시민들은 타이베이 지하철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를 통해 운행 현황 및 열차 도착 정보 등을 상시로 확인해야겠습니다. 

 

다행히 26일(금)이면 태풍은 타이완 섬에서 멀어진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저녁이 되면 또 다시 25일 ‘태풍 휴가’ 여부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일테죠. ‘태풍 휴가’라는 제도를 통해 집 안이나 실내에서 무사히 보낼 수 있는 만큼, 부디 인명 피해 없이 태풍이 무사히 타이완 섬을 통과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엔딩곡으로는 2008년 결성한 퓨전 재즈 그룹인 무한융합밴드(無限融合樂團, TFP Timeless Fusion Party)의 ‘태풍이 분다(颳颱風)’을 들려드립니다. 기억하기 쉬운 짧은 모티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때로는 강했다가, 때로는 약했다 하며 태풍이 상륙하는 과정을 묘사한 이 곡은 타이완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태풍을 퓨전 재즈라는 음악 언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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