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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은 감소, 산후조리 비용은 증가?!

  • 2024.07.17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타이완의 대표 여성 매거진 우먼스 헬스(Women's Health)에 올해 6월 소개된 타이베이 산후조리원 소개 사진. 출산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추세 속에 산모 돌봄을 위한 타이베이 산후조리원의 시설은 화려해지고, 그 비용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 사진: Women's Health Taiwan

“한국 최대의 적은 북핵이 아니라 인구감소이다. (South Korea's Most Dangerous Enemy: Demographics)”  -브룩 라머, 뉴욕타임스 2018년 2월

“(한국 출산율 0.7명을 가리키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 (...a depopulation exceeding what the Black Death delivered to Europe in the 14th century.)”  - 로스 다우서트, 뉴욕타임스 2023년 12월 

출산율 전세계 최저 국가인 한국. 2023년 한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출생 및 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죠. 이는 OECD 38개 회원국 중 최저로 OECD 평균의 절반도 못미치는 실정입니다. 출산율을 전국 단위로 나누어 분석해보면 서울이 0.55명로 17개 시도 가운데 최저이고, 부산이 0.66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출산율이 가장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뒤를 이어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나라는 바로 타이완입니다. OECD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타이완의 지난해 출산율은 0.87명으로, 한국에 이어 최저 출산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화민국 내무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타이완 인구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현재 타이완 인구는 2341만 2899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3만 9616명이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올 상반기 출생아 수는 6만 3874명으로,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 13만 557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 상반기 출생아 수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죠. 타이완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 출생아 수 감소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 한국과 타이완.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한국과 타이완 외에 다른 주변 국가 역시 합계 출산율 1명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더합니다. 이웃 도시국가인 홍콩은 0.77명, 싱가포르는 0.87명인데요. 여기에 최근 태국 마저 0.95로 떨어져 반드시 선진국이 저출산율을 보인다는 공식마저 깨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과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태국은 모두 동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현재 20~40대인 한국인, 타이완인에게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타이완 내정부의 2022년 발표에 따르면, 타이완의 20~44세 성인의 과반수가 미혼이라고 하죠. 미혼 남성은 63.1%, 미혼 여성은 52.3%로 남녀 모두 과반수를 훌쩍 넘었습니다. 혼외 출산을 금기시하는 동아시아의 유교 문화권 국가에서 출산율은 혼인율과 직결됩니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은 “출산율 1.6명이 넘는 나라 중 혼외출산율이 30%미만인 나라는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죠.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는 저출산의 원인을 경제성장과 번영에 따른 결과라고 보았는데요.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 국가의 중산층이 성장하고, 이들이 자녀를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양육비 논란입니다. 2022년 기준 한국 1인당 GDP 3만 2423달러(약 4300만원)이라고 보았을 때, 아이 한 명을 양육하는 데에는 무려 3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통계가 나왔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숫자입니다. 1인당 GDP의 7.8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비용이죠. 

한편, 타이완은 어떨까요? 타이완의 작년 한 보도에 따르면, 한 아이가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는 22세까지 약 624만 뉴타이완달러(약 2억 6400만원)의 양육비가 든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출산 후 산후조리원, 취학 전 보육원 및 유치원 비용, 그리고 공립 및 사립학교, 약간의 과외 비용이 포함되죠. 물론 산모가 산후조리원에 머물지 않고, 양육을 가족들에게 맡겨 취학 전 양육 비용도 최소화하고, 학교는 무조건 공립학교로만 보낸다면, 약 203만 뉴타이완달러(약 8600만원)에도 양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도시에 사는 가정의 입장에서 거의 실현불가능한 비용이라고 말하죠. 어쩌면 먼저 제시한 624만 뉴타이완달러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자녀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학업에 도움이 되는 과외를 시킨다거나, 자녀가 타이완 국내 국립대학이 아닌 외국 대학에 입학하게 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말이죠. 이렇게 비교적 안정된 양육을 원한다면, 그 비용은 이미 1000만 뉴타이완달러(약 4억 2300만원)을 초과한다고 분석합니다. 

타이완과 한국의 20~40대에 “출산은 곧 돈”입니다. 토드 부크홀츠의 분석처럼 출산은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이죠. 출산과 자녀양육의 기회비용이 나의 이해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즉 수입 대비 손실이 크다고 여긴다면 굳이 단행할 필요가 없는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가 되버린지 오래입니다. 

타이완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디카드(Dcard)에 작년 3월 올라온 글이 눈길을 끕니다. 타이베이에서 산후조리원을 경험한 한 여성은 자신이 둘째를 낳는다면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그녀는 자신은 결혼 전 반지를 사지 않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으며, 웨딩사진도 찍지 않고 혼인신고만 했었다며, 대신 그 비용을 모두 산후조리원에 사용하기로 약속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방의 크기, 반복되는 식단 등을 고려할 때 비용 대비 실용 가치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했죠. 그러면서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만 있다면 자신은 산후조리원에는 다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타이완도 한국 못지않게 산후조리원에 상당한 비용을 소비하는 곳입니다. 타이베이에 소재한 산후조리원의 공개된 최저 비용을 갖고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7667 뉴타이완달러(약 32만 5천원)를 지출해야 합니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가량 머문다고 했을 때, 총비용은 한화로 454만 5천원에서 많게는 974만원에까지 이르죠. 과연 이러한 큰 비용을 감수할 만큼 산후조리원이 필요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양육비의 첫 출발이라고 하는 산후조리 비용 조차 이렇게 경쟁적인 시장 구도 속에서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으니, 십 여 년째 월급이 동결되어있는 타이완에 사는 청년들이 출산을 자신의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피부로 와닿을 거라 생각됩니다.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두 나라, 타이완과 한국에 사는 20~40대 청년들에게 출산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경이롭고 숭고한 인류의 보편적인 활동이 아닌, 입시, 취업, 취업 후 임금 문제 등을 위해 지금껏 경쟁적으로 달려온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반복해내야 하는,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기회비용을 주고 더욱 막막한 미래의 진흙밭을 꾸역꾸역 헤쳐나가야 하는 부담이 되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외 출산을 금기시하는 유교문화, 더욱 치열해지는 교육열와 높아져만 가는 양육비, 서울이나 타이베이와 같은 대도시로 모든 것이 집중되어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청년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엔딩곡으로는 1989년에 발표된 치친(齊秦)의 ‘미래의 아이에게(給未來的孩子)’를 들려드립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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