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라이칭더(賴清德) 제16대 중화민국 총통은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는다”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양안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베이징 당국은 타이완독립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23일부터 24일까지 타이완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아래 중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타이완 연예인들이 웨이보(Weibo)를 통해 중국 관영 CCTV의 성명을 공유하며 양안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 대표 록 밴드 메이데이(Mayday, 五月天)의 보컬 아신(阿信), 그리고 타이완 대표 여가수 차이이린(蔡依林, 채의림 Jolin Tsai) 등 S급 연예인도 중국 콘서트에서 “우리 중국인”, “우리 중국”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중화민국 문화부는 25일 연예인들이 부득이한 상황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이해를 표하면서 “타이완은 민주국가로서 누구에게도 입장 표명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이 입장을 밝히지 않는 타이완 연예인 리스트를 정리해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타이완 연예인들은 “남의 처마 밑에 있으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人在屋簷下,不得不低頭)”는 속담처럼 중국인을 자처하며 중국 편을 들었습니다. 이처럼 타이완 연예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닌데, 10월 1일 중국 국경절을 경축하지 않거나, 티베트, 신장, 홍콩, 타이완 주권 이슈가 제기되었을 때 “중국은 점 하나도 뺄 수 없다(中國一點都不能少)”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으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저격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득이한’ 주장은 타이완인들에게 먹히지 않고 오히려 친중국 연예인에 대한 팔로우 취소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메이데이 보컬 아신의 페이스북에서는 ‘탈덕(특정 분야로부터 애정과 관심을 끊는 행위)’을 선언하는 팬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이 정리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타이완 연예인 리스트 - 사진: 웨이보
최근 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되면서 타이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홍콩의 중국화 가속에 따라 타이완은 천안문 6.4 항쟁, 홍콩 시위 등 민주화운동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양안 간 유일한 곳이 되었습니다. 많은 홍콩인들이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는 타이완으로 건너와 새출발을 했습니다. 중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친중 입장을 밝힌 연예계와는 반대로, 최근 타이완 문단에는 타이완의 이야기를 세계로 알리고 국제 무대에서 빛나는 작가와 작품들이 많은데요. 국제도서전 또는 국제포럼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외국 독자들의 큰 호평을 받고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타이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타이완 문화콘텐츠진흥원(TAICCA)이 올해 타이베이국제도서전 기간에 총 18개국에서 30명의 출판업 관계자들을 타이완으로 초청한 바 있는데요. 당시 한 미국 출판업 관계자는 타이완 문학은 다양한 가치를 보여주면서도 전통문화를 잘 담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 작품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타이완 작품도 잠재력이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스 출판업 관계자는 타이완 문학은 아시아 문화를 다루는 동시에 서양과 비슷한 면을 갖고 있어 유럽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국 출판업 관계자는 이번 교류를 통해 타이완 작가들이 작품을 외국에 알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긍정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도서전 기간에 외국 출판사의 관심을 끄는 작품으로는 성폭력을 다룬 고 린이한(林奕含)의 소설《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房思琪的初戀樂園)》, 타이완 민주화 이전 여성 동성애자를 묘사한 츄먀오진(邱妙津)의 자전적 소설 《악어 노트(鱷魚筆記)》, 고향과 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문학으로 풀어낸 천쓰홍(陳思宏)의 소설 《귀신들의 땅(鬼地方)》, 뜻을 이루지 못한 피아노 조율사를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을 묘사한 궈챵성(郭強生)의 소설 《피아노를 찾는 사람(尋琴者)》 등이 있습니다. 눈치 채신 청취자들도 계시겠죠. 모두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작품이라는 점!
우선 2017년 타이완에서 출판되자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은 학원강사가 권위를 이용해 여학생들을 성폭행하고 이를 정당한 관계로 주장하며 학생들을 세뇌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성, 권력,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설파하는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묘사해 2018년 타이완 미투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저자가 작품이 출판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자살했기 때문에 소설은 저자 스스로의 이야기가 아니냐는 추측이 많고 성폭행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불어일으켰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 한국, 태국, 러시아, 폴란드에 이어 지난 21일 미국에서 출판되었으며, 뉴욕,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보스턴 등 도시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아마존 북스는 최근 10년 간 가장 중요한 타이완 작품 중 하나로 이 책을 꼽으며 “여성의 아픔과 힘을 이해시키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타이완 정부와 출판사의 노력을 통해 이제 팡쓰치의 이야기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영어권 독자들에게까지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어 지난 3월 핀란드에서 출판된《괴상한 곳》으로 현지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 천쓰홍은 지난 24일, 25일 헬싱키 도서전(Helsinki Lit)에 초청되어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는 좌담회에서 “시골에서 태어난 남성 동성애자로서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을 느꼈다”며, “동성애자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1970-80년대에 나는 귀신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그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타이베이, 베를린으로 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결국 이 소설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를 풀었습니다. 도서전 주최 측은 가족 이야기, 귀신 이야기, 미스터리를 융합한 이 소설은 전통과 현대 사이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몸부림을 그려냈으며, 핀란드 독자에게는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한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작품에 관한 내용 외에, 천쓰홍도 이 자리에서 최근 몇 년 간 타이완의 위상 변화와 현저히 높아진 국가인지도를 긍정했습니다.
마지막 반가운 소식은 일본에서 전해졌습니다. 타이완 작가 양솽즈(楊双子)의 음식소설 《타이완 만유록(臺灣漫遊錄)》의 일본어판이 제10회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했는데, 타이완 작품을 수상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타이완 일본 식민지 시대의 음식문화는 물론 타이완인과 일본인 간의 우의와 갈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타이완 만유록》의 성공으로 일본 출판사는 양솽즈의 최신작, 여자 기숙사 이야기를 다룬《쓰웨이졔 1번지(四維街一號)》를 출판하기로 했습니다. 양솽즈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어판의 번역자와 일본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에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제10회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한 타이완 음식소설 《타이완 만유록(臺灣漫遊錄)》일본어판 - 사진: 양솽즈 페이스북
타이완은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타이완의 이야기를 세계로 알리고 있습니다. 오는 6월 말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다양한 타이완 작품들이 한국 독자들과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엔딩곡으로 독서할 때 듣기 좋은 곡, 타이완 인디밴드 The Fur.의 ‘Messi’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趙靜瑜,「藝人『不得已』表態反台獨 文化部:不會發生在台灣」,中央社。
2. 邱祖胤,國際出版買家看台灣作品 驚豔房思琪、鬼地方,中央社。
3. 邱祖胤,「房思琪的初戀樂園英文版 美國4城接力巡迴發表」,中央社。
4. 辜泳秝,「陳思宏登赫爾辛基文學節 談台灣國際地位與戒嚴歷史」,中央社。
5. 戴雅真、王寶兒,「『臺灣漫遊錄』日文版譯作獲日本翻譯大賞 台灣文學作品首次」,中央社。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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