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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산업에 힘입어 ‘박사촌’이 된 하카 마을, 가오슝(高雄) 메이농(美濃)

  • 2024.05.01
랜드마크 원정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메이농(美濃) 담배 지도소(美濃菸葉輔導站) - 사진: CNA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화롄 4.3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 23일 새벽 여러 차례의 유감지진이 일어나자 화롄 시내에서 폐건물 2채가 기울여졌고, 화롄현정부는 휴업령과 휴교령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지난 27일 새벽 2시 21분 리히터 규모 6.1, 2시 49분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또 발생했습니다. 타이완 중앙기상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지진은 4.3지진의 여진이라며, 27일 새벽 3시 경까지 총 1,300차례의 여진이 발생했고, 9.21대지진의 경험으로 볼 때 앞으로 3개월 동안 여진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며칠간 꿈에서 깬 타이완 사람들,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진으로는 2016년 규모 6.6의 가오슝(高雄) 메이농(美濃) 지진과 2018년 규모 6.2의 화롄 지진 등이 있는데, 전자는 117명 사망, 551명 부상, 후자는 17명 사망, 291명 부상의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지진은 같은 날인 2월 6일에 발생했습니다. 

메이농 2.6지진의 진앙은 가오슝에 위치하나 인근 타이난(台南)에서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했는데, 타이난 융캉구(永康區)에 있는 17층짜리 오피스텔이 무너져 115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는 타이완 역사상 단일 건물의 붕괴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재해입니다. 섣달그믐날 전날의 새벽에 발생한 사고여서 대부분 주민들은 잠든 사이에 벽돌에 파묻혔습니다. 수도관 파열과 한파로 인해 초기 구조에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지진 발생 180시간 만에 모든 주민이 구조되었습니다. 생존자는 175명, 사망자는 115명으로 3분의 1은 12세 미만이었습니다. 당시 타이난시시정이었던 라이칭더(賴清德) 부총통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구조작업을 언급하면서 구조와 복구에 협조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습니다. 6년 간의 재건을 거쳐 무너진 빌딩은 2022년 새로운 이름으로 완공되었습니다.


2016년 메이농 2.6지진에서 무너진 타이난 융캉구(永康區)에 있는 17층짜리 오피스텔 - 사진: 위키백과

진앙지 가오슝이 타이난보다 적은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일부 학자들은 지진이 발생한 지 4초 후 타이난에서 또 한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고, 전자가 후자를 촉발시켜 타이난에 보다 큰 피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으나, 중앙기상서는 불과 4초 간격으로 두 차례의 지진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중앙연구원 리셴중(李憲忠) 부연구원은 지리적 조건의 차이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진이 일상인 만큼 위급한 순간에 냉정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 실천, 건축물 내진설계 강화, 지진가방 마련 등 사전작업이 착실히 이루어져야 재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어 진앙지인 가오슝 메이농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가오슝 중부의 구릉지대에 위치한 메이농은 타이완 남부 가장 대표적인 하카(客家) 마을로, 하카인은 전체 인구의 9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청나라 정부가 18세기 초기 메이농 지역의 개간 금지령을 해제하자 중국 광둥성 출신인 하카인들은 메이농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농토가 비옥해 쌀, 무, 토마토, 파파야, 팥, 등이 많이 생산됩니다. 메이농에는 타이완에서 가장 대표적인 하카문화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혼수품 또는 성인식 대표물로 쓰이는 종이우산(油紙傘), 푸른색 친환경 전통의상인 ‘남삼(藍衫 란산)’, 녹차와 견과류를 갈아서 만든 차인 ‘뇌차(擂茶 레이차)’, 쌀국수와 비슷한 하카요리 ‘반탸요(粄條)’ 등 향토색이 짙은 하카문화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하카문화 외에 메이농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담배산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담배산업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독점사업으로 타이완총독부의 허가를 받아야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농산물보다 가격이 안정적이었습니다. 린언궤이(林恩貴) 전 메이농진진장(鎮長)이 1936년 타이완 최남단 핑둥(屏東)에서 담배를 도입했고, 3년 후 정부의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담배산업을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은 늦었지만 뛰어난 지리와 기후 조건을 가진 메이농은 1960년대부터 타이중, 난터우, 자이, 핑둥 등을 제치고 생산 면적이 타이완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최대 생산지가 되었습니다. 당시 메이농 곳곳에서 담뱃잎을 건조시키는 ‘담배 건조실(菸樓)’을 볼 수 있었고, 1층은 작업실, 다락방은 건조된 담뱃잎을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담배 건조실(菸樓) - 사진: TLife 林韋言 https://tlife.thsrc.com.tw/tw/article/1234

노동집약적인 담배 농사는 가을에만 하지만 봄여름의 벼농사를 합치면 연중무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 가족이 총동원한 것은 물론 서너 살 때부터 농사일을 한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근면하고 검손한 하카정신은 담배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메이농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동시에, 현지인들에게 토지와 가족에 대한 강한 귀속감을 심어줬습니다. 담배로 번 돈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박사촌(博士村)’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담배는 농민들에게 인생을 바꿀 기회를 주었지만, 많은 부담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메이농 출신인 하카계 작가 중리허(鍾理和)는 1958년 발표한 소설 〈담배 건조실〉에서 운 좋게 당첨되어 재배 허가증을 받았지만 이에 따른 비용과 노동력 부담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며 힘들게 버티는 농민의 이야기를 묘사했습니다. 8월에 파종,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수확,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담뱃잎을 말립니다. 기초 작업이 완료되면 선별, 포장, 저장 등을 거쳐야 정부에 제품을 넘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200일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메이농 출신, 집안에서 3대가 담배를 재배했던 구진숭(古錦松) 중산대학교 교수는 자유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농사일을 하기 시작해 담배에 대해 나쁜 추억이 많았지만, 경제작물인 담배의 수익은 쌀의 10배 이상으로, 1985년 1헥타르의 담뱃밭 수확은 대학교 교수의 연봉과 같았다며, 따라서 담배에 대해서는 애증이 엇갈린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세계화와 무역자유화의 물결 속에서 타이완은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담배의 독점제도를 폐지함으로써 80년 동안 메이농의 경제를 지탱해온 담배산업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페스트 담배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민들은 경제적 가치가 높은 과일과 야채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 식감이 좋고 수분이 많은 ‘백옥무(白玉蘿蔔)'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메이농의 발전을 지켜본 담배 건조실도 도자기공방이나 예술박물관으로 탈바꿈해 메이농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역사적 의미가 큰 담배산업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 가나가와 하다노 담배축제를 참조하여 대형 축제를 개최할 것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담배 축제는 어려워 보이지만 하카박물관  만큼 전문적인 담배박물관은 현지문화를 보존하는 데 불가결한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메이농을 방문하게 된다면, 하카 요리를 체험하는 것 외에 담배에 관한 랜드마크도 놓치지 마세요.

엔딩곡으로 메이농 출신 음악인 린성샹(林生祥)이 작곡, 시인 중융펑(鍾永豐)이 작사한 하카어 노래 ‘강호 카프카(江湖卡夫卡)’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余曉涵,「花蓮地震不斷最大規模6.1震度4級 氣象署:403地震餘震」,CNA。
2. 歐柏昇,「震央在高雄的美濃地震,為什麼台南災情最嚴重?問問超級電腦吧」,研之有物。
3.  <農業發展史>,美濃區農會。
4. 蘇福男,「菸葉帶來可觀財富 培育出近400位美濃博士」,自由時報。
5. 鍾怡彥,「導讀鍾理和、鍾鐵民:土地之愛,生活之愛」,Verse。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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