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타이완의 소리 RTI공식 앱 내려받기
열기
:::

《82년생 김지영》에서 영감 받은 홍콩 추리소설, 탄젠(譚劍)《사무씨 성을 가진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姓司武的都得死)》

  • 2024.04.29
포르모사 문학관
2024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소설대상을 수상한 홍콩 추리소설 《사무씨 성을 가진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姓司武的都得死)》 - 사진: 보커라이(博客來)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중국 공산당의 통치 아래 정치적 자주성이 박탈되면서 ‘동방의 진주’에서 위험한 도시로 변모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 격인 ‘홍콩 기본법 제23조 입법(香港基本法第二十三條立法)’이 지난 3월 23일 시행됨에 따라 반역죄와 반란죄는 최고 종신형, 간첩활동은 최고 징역 20년에 처하는 등 형량이 대폭 상향되어 홍콩의 자유와 민주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타이완, 미국, 호주 등 나라가 잇달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홍콩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많은 홍콩 언론인과 작가들은 문화, 언어가 유사한 이웃나라 타이완으로 떠났습니다. 베이징 당국에 의해 지정된 금서를 판매하는 서점 주인 린룽지(林榮基)는 타이완에서 다시 서점을 열었고, 홍콩 작가이자 시인 덩샤오화(鄧小樺)는 홍콩 감독 왕자웨이(王家衛, 왕가위)의 영화 <2046>의 이름을 빌려 타이완에서 출판사를 설립했습니다. 타이완 민주화 이전 금서의 천국이었던 홍콩 출판업은 이제 탈중국화를 위해 새로운 출구를 찾고 있습니다. 

2024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문학상의 수상명단을 보면, 소설과 논픽션 부문에서는 홍콩 작품이 각각 1권씩 수상되었습니다. 전자는 홍콩 SF작가 탄젠(譚劍)의 추리소설《사무씨 성을 가진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姓司武的都得死)》, 후자는 홍콩 시사평론가이자 작가인 리이(李怡, 본명 李秉堯 리빙야오)의 자전 《실패자의 회고록(失敗者回憶錄)》입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로 각색된 중국 SF소설 《삼체(三體)》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삼체》의 작가 류츠신(劉慈欣)이 홍콩에서 출판한 첫 단편소설 《떠도는 지구(流浪地球)》에 서문을 쓴 탄젠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024 타이베이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탄졘에게 상을 수여했다. - 사진: 가이야(蓋亞) 출판사 페이스북

탄젠은 학창시절부터 여러 아동문학상을 수상했고 22살 때 ‘타이완 SF소설의 아버지’인 장시궈(張系國)의 추천을 받아 타이완 유스(幼獅)문예 과학소설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후 인터넷, 신문, 잡지에 소설과 평론을 발표하고 1997년 단편집《가상 미래(虛擬未來)》를 통해 정식 등단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타이완 니쾅(倪匡)과학소설상, 차이니즈 네뷸러상(全球華語科幻星雲獎),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소설대상 등을 수상해 점차 타이완에서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SF소설로 데뷔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추리소설과 판타지 소설을 위주로 창작하고 있으며 ‘타이완 추리 소설가 협회(Mystery Writers of Taiwan,簡稱MWT)’의 멤버입니다. 2011년 타이완 남부 타이난(台南)을 방문한 후 유서 깊은 고도의 매력을 느끼고 타이난을 배경으로 미스터리 소설 《속살거리는 고양이(貓語人)》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출판된 《사무씨 성을 가진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는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편 추리소설로, 사무씨 집안에서 발생한 대학살을 통해 불합리하고 진부한 홍콩의 ‘소규모 주택 정책(Small House Policy)’을 묘사했습니다. 이 정책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홍콩의 행정구역과 식민지 역사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홍콩은 홍콩섬(香港島), 가우룽(九龍), 신계(新界, 신제)의 3대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랜드마크로 설명드리자면 란콰이퐁(蘭桂芳), 피크트램 탑승장, 빅토리아 피크, 오션파크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는 대부분 정치와 상업의 중심지인 홍콩섬에 있습니다. 빅토리아 항을 사이에 두고 홍콩섬과 마주하는 곳은 바로 가우룽입니다. 영화 <도둑들>에서 등장한 해변 호텔, 아이돌 그룹 마마무와 갓세븐의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웡곡(旺角) 등 번화가가 모두 가우룽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홍콩섬과 가우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관광객이 비교적 적은 신계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사무씨 집안은 신계에 속한 다위산섬(大嶼山)에 거주하는 명문가입니다. 추가로 디즈니랜드가 바로 다위산섬에 있습니다.

청나라가 19세기 2차례의 아편 전쟁을 거쳐 홍콩섬과 가우룽을 영국에게 할양한 후 영국령 홍콩 시대가 열렸습니다. 서양 열강들이 중국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영국은 세력 확장을 위해 1898년 신계 지역을 99년 간 조차하고 현재 홍콩 전역을 장악했습니다. 영국의 통치 아래 대륙 변방에 위치한 홍콩은 황무지에서 국제항구로 탈바꿈했습니다. 하지만 신계는 홍콩섬이나 가우룽에 비해 덜 발전된 지역이며 1970년대 93%의 주택은 열악한 전통 가옥이었습니다. 홍콩정부는 신계의 환경을 개선하도록 ‘소규모 주택 정책’을 내세워 영국이 다스리기 이전부터 신계에 살던 남성 토박이, 그리고 그들의 남성 직계비족에게 정부에 추가 비용 없이 평생에 3층짜리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는 특권을 부여했습니다. 이 집은 ‘딩우(丁屋, 정옥)’, 이 특권은 ‘딩권(丁權, 정권)’이라고 불리기 때문에 소규모 주택 정책은 딩권정책이라고도 합니다. 일시적인 정책이어야 하지만 아직도 폐지되지 않아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딩권을 누리는 사무씨 집안은 막대한 임대료 수입만으로도 평생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탄젠은 타이완 언론(虛詞)과의 인터뷰에서 “줄곧 딩권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다”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일본 소설가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 그리고 한국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등 여성을 묘사하는 작품을 많이 읽고 나서 딩권을 통해 직계혈족만 중시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유교제도를 다루기로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가 있지만, 한국, 일본, 홍콩, 타이완 모두 비슷한 사회제도를 갖고 있고, 많은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과 사상에 얽매이고 있죠.

소설 첫머리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수 년 간 미뤄왔던 사무씨 집안의 가족모임이 마침내 성사되었지만, 연회가 끝나자 거의 모든 가족 구성원이 식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저자는 이 멸문의 사건을 통해 딩권제도의 부조리를 그려내며, 어둠 속에 감춰진 가족의 비밀을 차근차근 들추어내어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부각시켰습니다. 주요 서술자는 십여 년 전부터 가족들과 관계를 끊은 남성 구성원으로, 혐의를 벗기 위해 경찰과 함께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의 심사위원은 탄젠은 식민지 역사에서 비롯된 딩권제도를 통해 홍콩만의 추리소설을 창작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탄젠은 문학이 아닌 오락으로만 여긴 홍콩 추리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21세기 홍콩 추리소설의 목록을 정리하고 있는데요. 그는 유교제도에 대한 성찰은 서양 작품이 담을 수 없는 내용인 만큼, 작품은 현지화할수록 세계 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홍콩 추리소설은 홍콩 영화처럼 홍콩인이 바라보는 홍콩을 글로벌 독자들에게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타이완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홍콩의 딩권제도를 알게 되었다는 탄젠의 말씀처럼,  타이완과 홍콩은 언어적, 문화적, 역사적 유사한 좋은 친구로서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번체자 문화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딩권제도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를 주제로 한 홍콩 영화 <절청풍운3(竊聽風雲3)>을 시청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譚劍,《姓司武的都得死》。
2. 李紹基,「求同存異,兩地文學人為時代尋找新出路:記『融合理性與感性,交換美好與感傷——香港作品在台灣出版』座談會」,虛詞。
3. 淳音,「港作家鄧小樺在台立『二○四六』出版社為港出版界『開一扇窗』」,自由亞洲電台。
4. 王瀚樑,「在推理之中看見香港——訪譚劍談《姓司武的都得死》」,虛詞。
5. 林欣誼,「人物》與空間交會,迸出靈感火花:專訪臺灣文學基地駐村創作者」,OPENBOOK閱讀誌。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