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타이완의 소리 RTI공식 앱 내려받기
열기
:::

타이베이 맥주공장의 행방은? 문화유적 VS 학교캠퍼스

  • 2024.04.17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타이베이 맥주공장의 심벌. - 사진: Beer Taipei @建國啤酒廠產業活保存 페이스북

타이베이시의 중심에 위치해있는 중산구(中山區)에는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많이 모여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저희 Rti 방송국도 중산구에 있고요.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호텔, 원산대반점(圓山大飯店)과 한국의 현충원과 같은 충렬사, 그리고 용산사와 함께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절, 행천궁(行天宮)도 중산구에 있습니다. 타이베이시립미술관과 타이베이 엑스포도 중산구에 있죠. 그리고 중산구의 남단, 즉 다안구(大安區)와 인접해있는 곳에는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문화유적 중 하나인 타이베이 맥주공장이 있습니다. 

4월 말을 향해하는 요즘, 저녁에도 집안 기온은 28도에 육박해 에어컨을 잠시 켜 열기를 식혀야 할 정도로  타이베이의 날씨가 점점 후덥지근해지고 있는데요. 여름이 다가올수록 생각나는 건 바로 시원한 맥주 한 잔일 겁니다. 밖에서 운동하고 땀을 쏙 빼고 와서 한 잔 하는 시원한 맥주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나는 타이베이의 한 여름에도 맥주는 우리의 열기를 잠시 식혀주는 에어컨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타이베이 중산구에 위치한 타이베이 맥주공장(台北啤酒工場, Taipei Brewery)은 맥주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꼭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18일 동안만 유통 보관한다는 타이완 맥주 18일(18天)이나 시중 마트에서는 구매하기 힘든 밀맥주(weissbier) 버전의 타이완 맥주도 이곳 타이베이 맥주공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관은 비교적 허름한 편이지만, 요즘 같이 햇볕이 따가운 날 야외에 조성된 테이블에 앉아 갓 따라낸 생맥주를 한 잔 마시면 더위도 스트레스도 단번에 날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 맥주공장의 외관이 허름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역사가 그만큼 오래되었기 때문이죠. 무려 일제강점기인 1919년에 설립되었죠. 당시 타이완의 유일한 맥주 제조 공장이었습니다. 일본 정부에 의해 설립된 맥주 공장은 이후 국민당 정부에서 인수한 후 1960년대부터 증축하고 장비를 추가해 생산량이 역대 최고량에 이르렀고, 타이완 맥주는 본격적으로 국제 시장에서도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일제시기 타이완 맥주공장의 모습 - 사진: Beer Taipei @建國啤酒廠產業活保存 페이스북

물론 과거의 공장 장비나 기계들의 사용은 이미 중단되었지만, 양조장의 산업 역사를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타이베이시는 2000년 이 맥주공장을 타이완의 국가문화자산으로 지정하기 이릅니다. 단순히 역사가 오래된 공장을 넘어, 1910년대 설립된 타이완의 유일한 맥주 공장으로서 타이완의 맥주 산업 발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일뿐만 아니라, 건축양식 역시 시대성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 

그런데 최근 타이베이 맥주공장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맥주공장 맞은편에 위치한 대학교, 국립타이베이과학기술대학(國立臺北科技大學) 캠퍼스의 일부로 합병시키기로 합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문화자산 관련 단체와 몇몇 입법위원들은 어제(16일) 맥주공장이 타이베이과기대 캠퍼스로 용도변경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이들은 국토관리서 정문 앞에 모여 당초 예정되었던 맥주공장의 문화단지 계획을 백지화한 채 학교 캠퍼스로 바꿔서는 안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반대편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바로 타이베이과기대 동문들인데요. 이들은 최근 학교의 학생 수가 1만 3천 명에 달해 학교 확장이 필요하며, 우려하는 문화단지도 캠퍼스 안에서 잘 보존할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타이베이시 문화자산인 타이베이 맥주공장은 당초 6년 전 문화단지로 변경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타이베이과기대의 부지로 변경돼 최근 내무부 도시계획 심의까지  받게 된 것이죠.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느냐에 따라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타이베이 맥주공장의 캠퍼스 부지 변경을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비준 절차가 결코 정의롭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애초에 문화단지로 변경될 예정이었던 맥주공장의 부지가 한 대학의 캠퍼스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현 정원찬(鄭文燦) 행정원 부원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자오밍위안(趙明元) 전 대만맥주문화협회 회장은 "(민간단체들은) 중앙정부의 부당한 변경 절차를 여러 차례 문제 제기해 왔다"며 "이번 토지 변경은 '중대공공건설(重大公共建設)'의 긴급성, 필요성 등의 법령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정원찬 사무실은 타이베이 맥주공장의 토지 개발과 타이베이과기대의 토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찾아야한다며 행정원이 지속적으로 각계의 의견을 고려해 처리할 것이라고 일축했고, 장징선(張景森) 행정원 정무위원은 맥주공장의 보존 논의가 수십 년 째 진척되지 않는데다가 이 땅의 15%는 국유재산이므로 국유지를 우선 사용해 인근 캠퍼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맥주공장의 보존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변경 절차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캠퍼스 확장보다는 맥주공장의 문화재 보존의 필요성을 높이사는 반면, 캠퍼스 확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서도 캠퍼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상부상조의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타이베이과기대 동문들은 모교의 학생 수가 1만 3천 명에 달하면서 학생당 사용가능한 토지 면적이 7 평방미터에 불과해, 전국인 평균 46 평방미터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타이베이과기대 총장은 어제(16일) 성명을 통해 맥주공장의 복원 및 재사용에 5억 3천만 뉴타이완달러의 추정예산이 필요한데 대학은 문화 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전문성 및 팀을 보유하고 있다며, 해당 부지를 학교에서 관리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타이베이과기대의 기존 캠퍼스는 맥주공장으로부터 약 200m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교내 연결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총장은 맥주공장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기존 공장 부지를 단순히 캠퍼스를 위한 건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아닌 역사적 건축물과 고적 보존 계획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1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타이베이 맥주공장. 문화유적이자 문화자산의 가치를 더욱 살려 타이베이시에서 관리하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보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수요가 부족한 인근 대학 캠퍼스 부지로 이전해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맞을까요? 타이베이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맥주공장의 새로운 행방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엔딩곡으로는 장전위에(張震嶽)의 명곡 ‘날 사랑해줘 가지마’(愛我別走)를 띄워드립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