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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못지않게 맛있는 타이완 음식문학~ 🍽️

  • 2024.10.14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음식문학에 크게 기여해온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 자오퉁(焦桐)이 해마다 출판하는 《음식 문선(飲食文選)》 - 사진: 보커라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의 최종회가 지난 8일 공개되면서 한 달째 이어지는 K-푸드 열풍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 보셨나요? 먹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만큼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음식 콘텐츠에서 눈에 띄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경력에 따라 출연자를 ‘흑수저’와 ‘백수저’를 나눈 <흑백요리사>는 계급이라는 한국인이 가장 민감한 요소를 활용해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2023년 베이징, 뉴욕 등 해외 주요 도시 18개의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식 조사에서, 한식하면 연상되는 메뉴로는 김치, 비빔밥, 한국식 치킨의 순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음식은 현재 타이완에서도 매우 대중적인데, 김치를 좋아하시는 제 부모님을 예로 들어 제 고향집 냉장고에는 항상 김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처갓집, 네네치킨, 교촌치킨에 이어 BHC 타이완 1호점도 오는 10월 말 타이베이 돔에서 오픈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명확한 음식이 있는 한식과 달리, 타이완 음식하면 타이완인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가지 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문화가 어우러진 타이완 음식은 원주민 요리부터, 네덜란드와 스페인 식민 시대에 전해진 서양요리, 정씨왕국과 청나라 시대 중국 한족들이 가져온 푸젠(福建) 요리와 하카(客家) 요리, 일본 식민지 시대의 일식, 중화민국 정부와 함께 온 외성(外省) 요리까지 타이완의 역사적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이 음식들은 타이완에 와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오늘날 우리가 즐겨먹는 타이완 음식이 되었습니다. 한국분들이 좋아하는 우육면(牛肉麵)을 예로 들자면, 중국 스촨(四川)의 마라맛, 상하이(上海)의 간장조리법인 홍사오(紅燒), 광둥(廣東)의 육수, 푸젠의 절인 야채인 쏸차이(酸菜), 타이완의 조미료 등을 융합한 혼혈 요리입니다.


타이완 대표 음식 우육면 - 사진: CNA

타이완 음식의 깊이를 이해하려면 직접 맛보는 것 외에 음식문학이 좋은 수단입니다. <흑백요리사>가 초호화 스케일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타이완 음식문학은 가장 섬세한 필치로 타이완 음식의 맛과 다양성을 충실히 보여줍니다. 음식문학은 단순히 음식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작가의 정감, 경험, 생각을 다루며 삶의 맛을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타이완 음식문학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맛있는 타이완 음식문학 😋

1990년대 이전의 타이완 음식문학은 대부분 짙은 향수를 담고 있으며, 음식을 통해 고향, 고인, 옛 추억을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주제로 한 글쓰기는 문학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잡문’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타이완문학관에 따르면, 1999년은 타이완 음식문학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980년대 계엄령 해제로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문학 장르가 크게 다양화되었습니다. 또한 급속한 경제 발전과 함께 정치·경제·사회 이슈에 치중한 신문지도 문화성, 소비성이 강한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연합보(聯合報)》, 《자유시보(自由時報)》, 《중국시보(中國時報)》 등 타이완 3대 신문은 문화면에 음식문학 특집을 속속 내놓았습니다. 작가 린윈웨(林文月), 한량이(韓良憶), 차이주아(蔡珠兒) 등의 음식문학 작품은 모두 1990년대 후반 신문지에 실렸습니다.

그렇다면 1999년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1999년 5월 21일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 자오퉁(焦桐)이 주최한 ‘음식문학 국제 포럼’이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3대 신문사의 참여는 물론, 《중국시보》의 문화면인 《인간부간(人間副刊)》에 연재된 린윈웨의 《식사찰기(飲膳札記)》, 그리고 레시피 형식으로 창작한 자오퉁의 현대 시집 《남성 정력 강화 완전 레시피(完全壯陽食譜)》도 포럼 개최 전에 출판되어 포럼 참석작들의 연구대상이 되었습니다. 전자는 단아한 필치로 19가지 요리의 레시피와 스토리를 다루며, 후자는 음식의 은유를 통해 정력 강화에 대한 남성의 집단적 불안감을 묘사하는 한편, 민주화 이전 독재체제가 주도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풍자합니다. 포럼이 끝난 후 주최자 자오퉁은 음식문화의 창작, 출판, 편집에 힘써왔고, 2003년부터 매년 그 해의 작품을 엄선하여 《음식 문선(飲食文選)》을 출간하고, 2004년부터는 중화권 최초의 고급음식문화 잡지 《음식(飲食)》을 출판했습니다.


음식의 은유를 통해 정력 강화에 대한 남성의 집단적 불안감을 묘사하는 자오퉁의 《남성 정력 강화 완전 레시피(完全壯陽食譜)》 - 사진: 청핀서점

중국문화대학교 역사학과 대학원 샤오이(蕭屹)의 석사논문에 따르면, 1999년 포럼부터 지금까지 ‘음식문학’의 정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1999년 포럼에서 발표된 연구는 모두 문학을 주체로 하고 음식은 단지 문학창작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그 후 음식문학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역사, 정치, 성별, 권력 등 주제와 접목한 작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음식은 더 이상 문학의 종속물이 아닌 주체가 되었습니다. 자오퉁이 출판한 음식 잡지와 문선을 보면 비슷한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문학성이 강한 작품만 게재하다가 음식 리뷰부터 식당 평론까지 보다 다양한 글을 선정했습니다. 물론 독자 취향에 맞추는 고려도 있지만, 이로써 음식문학은 편협한 정의에서 벗어나 백화제방의 전성기에 들어섰습니다.

타이완 음식문학 발전에 대한 소개는 여기서 잠지 멈추고, 듣기만 해도 식욕을 돋우는 노래, 타이완에서 활동하는 말레이시아 가수 리자환(李家歡)의 ‘먹고 싶은 거 다 먹어(想吃什麼就吃)’를 띄워드립니다. 


군침 돌게 하는 요즘의 음식문학 🍲

최근 많은 타이완 신세대 작가들이 음식문학 창작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홍아이주(洪愛珠) 작가는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요리, 그리고 삶의 태도를 에세이집 《올드걸의 쇼핑 코스(老派少女購物路線)》 로 형상화하여 타이완 문단을 놀라게 한 바 있습니다. 2022년 《생선 장수 위장 안내서(偽魚販指南)》를 통해 등단한 20년차 생선 장수 린카이룬(林楷倫)도 지난 9월 새로운 에세이집 《주방 안의 가짜 생선 장수(廚房裡的偽魚販)》를 출판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생선요리에 관한 음식문학인 줄 알았는데, 실은 린카이룬이 고급 레스토랑에 생선을 공급하는 이야기입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협력해온 그는 ‘미쉐린 생선 장수’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고, 화려한 음식 뒤에 숨겨진 적나라한 현실과 인생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1999년의 정의로 볼 때 이 작품은 결코 음식문학으로 분류될 수 없죠. 그러나 창작의 다양화와 함께 이제 음식문학은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인생의 맛은 곧 어머니의 손맛” 홍아이주(洪愛珠) 《올드걸의 쇼핑 코스(老派少女購物路線)》
린카이룬(林楷倫)의 인생 철학 《생선 장수 위장 안내서(偽魚販指南)》

타이완 출판사 뉴클래식(新經典文化)의 창립자 예메이야오(葉美瑤)는 오늘날 음식문화은 음식을 넘어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음식 뒤에 있는 셰프의 내공과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흑백요리사>처럼 음식문학도 삶의 맛을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를 다 보고 아숴워했다면 방송 못지않게 맛있는 타이완 음식문학을 맛보는 게 어떠신가요?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조동환, 외국인들에게 ‘한식’하면 연상되는 메뉴는 뭘까?, 헬스컨슈머
2. 〈舌尖上的嘉年華──飲食文學〉,台灣文學館。
3. 李怡芸 ,「挖掘故事 飲食文學成顯學」,中時新聞網。
4. 蕭屹,〈關於食物,我們談論的是?:臺灣飲食書寫的文化 (1996~2012)〉。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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