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2월 28일은 타이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228사건의 제77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228사건은 1947년에 불법담배매매 검거사태를 발단으로 폭발한 국민정부에 대한 반정부 봉기와 이에 대응해 국민정부에서 비무장 반정부 시민들을 학살한 사건입니다. 228사건 이후 국민당이 계엄령 선포, 언론 통제, 반대파 숙청 등 조치들을 취하면서 타이완은 이른바 백색테러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오늘 멜로디 가든 시간에는 백색테러를 소재로 한 노래 3곡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해 드릴 노래는 타이완 남자 가수이자 배우인 양다정(楊大正)이 부른 <먼 곳으로 항해하는 배(航向遠方的船)>입니다. 양다정은 본명은 양자쥔(楊家濬, 1998.08.24.~)이며, 가오슝 출신 펑크 록밴드 ‘소화기 밴드(滅火器樂團, Fire EX.)’의 메인 보컬입니다. 소화기 밴드는 지난 2014년 타이완에서 벌어진 학생운동인 해바라기 학생운동(太陽花運動)의 주제가 <섬의 여명(島嶼天光Island Sunrise)>의 창작자로 유명하며 이 노래로 2015년에 타이완 음악대상인 금곡장(金曲獎)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양다정은 유명 밴드의 메인 보컬일 뿐만 아니라, 타이완 최고 권위의 방송시상식 금종장(金鐘獎)에서 연기력을 입증받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는 타이완 최초로 사이비 종교를 다룬 드라마 <난 원해요(我願意, The Amazing Grace of Σ)>에서 아내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농아자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며 작년 2023년 금종장 시상식에서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출연했던 드라마는 2015년에 방영된 백색테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찬란한 시절(燦爛時光, The Best of Youth)입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자주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철공장 사장을 연기했으며, 이 드라마를 위해 <찬란한 시절>, <먼 곳으로 항해하는 배> 등 2곡의 OST를 직접 만들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중 <먼 곳으로 항해하는 배>는 그가 30분 안에 가사부터 멜로디까지 모두 완성시킨 노래로 백색테러 시대의 민주 투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유를 향해 계속 나아가겠다는 그의 의지를 담았습니다. 노래의 후렴구 가사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當侯鳥成群地飛過你的身邊 철새들이 떼를 지어 네 곁을 스쳐 지나갈 때
那是冬天的孤獨 그것은 겨울의 외로움이야
當飛魚躍起清晨的海面 날치들이 새벽 수면 위로 뛰어오를 때
那是生命的尊嚴 그것은 생명의 존엄성이야
當寒風一再地吹起你的思念 찬바람이 너의 그리움을 거듭 불어 날려도
頭也不回 넌 뒤돌아보지 않지
你知道自由才是你的終點 넌 자유는 종점이란 걸 알고 있기에
無論它 多麼地遙遠 얼마나 멀리에 있어도”
등 내용입니다.
양다정(楊大正) - <먼 곳으로 항해하는 배(航向遠方的船)>
두번째로 소개해 드릴 백색테러를 다룬 노래는 타이완 여성 가수이자 영화음악 작곡가 레이광샤(雷光夏)의 <명랑 클럽(明朗俱樂部, White Terror)>입니다. 1995년에 데뷔한 레이광샤는 타이완 음악대상 금곡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음악 창작력을 인정받아 온 아티스트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영화음악이든 개인 솔로곡이든 가사부터 선율에 이르기까지 늘 시적인 감성이 넘치며 들을 때마다 머리 속에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음악 시인’이란 별칭을 갖게 됐습니다.
레이광샤의 가장 최근 앨범은 2015년의 ‘잊고 싶지 않은 목소리(不想忘記的聲音)’이며, 이 앨범에 수록된 <명랑 클럽>이란 노래는 그녀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곡입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1950년에 비밀 독서모임 ‘명랑 클럽’의 주재자로 정치범으로 수감돼 총살을 당하며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레이광샤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생전에 가혹한 고문을 당함에도 동료를 팔지 않았으며, 그가 남긴 유서에는 “내 아내와 자식이 자유롭게 살 수 있길”이란 내용을 담았습니다. 백색테러 시기에 희생된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레이광샤는 <명랑 클럽>을 탄생시켰고, 또한 이 노래의 영문 제목을 ‘백색테러’를 뜻하는 ‘White Terror’로 명명했습니다. 노래의 일부 가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他高高站起,翅膀在拍擊 그는 우뚝 서서 날개를 퍼덕이고 있어
臉上是堅決道別的表情 얼굴은 확고한 이별의 표정
早一秒看見,誰又能避開危險?1초 일찍 봤더라도 누가 그 위험을 피할 수 있었을까?
時間的咒語,是否真將一切都改變?시간의 주문은 정말 모든 것을 바꿨는가?
我看著他飛,那昨日青年 난 그가 나는 것을 보고 있어, 어저께의 그 청년
如今霧散去,航線是晴天 이제 안개가 걷히고 항로는 맑아져”
등 내용입니다.
레이광샤(雷光夏) - <명랑 클럽(明朗俱樂部)>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백색테러를 소재로 한 노래는 원주민 가수 이리·가오루(以莉·高露)가 부른 <우아한 여자(優雅的女士)>입니다. 이리·가오루는 화롄 아메이(阿美)족 출신이며, 2012년 첫 솔로 앨범 ‘경쾌한 삶(輕快的生活)’으로 금곡장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상, 최우수 원주민 가수상, 최우수 원주민어 앨범상 등 3관왕을 거머쥐며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4년이 지난 2015년에는 두번째 앨범 ‘아름다운 순간(美好時刻)’을 발표했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우아한 여자>라는 노래는 그가 백색테러 수난자 가오이성(高一生)의 장녀 가오쥐화(高菊花) 여사에게 헌정한 노래입니다.
가오이성은 원주민 저우(鄒)족 출신의 교육가이자, 시인, 정치가, 작곡가이며, 저우족 사전 편찬에 참여했고, 자이현 우펑향(義鳳鄉) 향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백색테러 시기, 국민당 정부가 원주민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그를 꺼려서 반란 혐의로 그를 체포해 총살했습니다. 가오이성 사망 후, 그의 큰 딸 가오쥐화는 집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유학 꿈을 포기하고 ‘파이나나(派娜娜)'라는 예명으로 미군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돈을 벌었습니다. 가오쥐화 여사의 슬픈 과거를 알게 된 이리•가오루는 가오쥐화 여사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로 했고, 그 결과 <우아한 여자>라는 노래가 탄생됐습니다. 여기서 노래의 일부 가사를 번역해서 읽어 드리겠습니다.
“山坡上一棟小矮房 언덕 위의 작은 집에서
一位優雅的女士 한 우아한 여자가
坐在沙發上 等待 소파에 앉아
那遲來的拜訪者 뒤늦은 방문자를 기다리고 있어
世界似乎早遺忘 세상은 잊어버린 지 오래된 것 같지만
她也已經不在乎 그녀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
人們哼唱著安魂曲 사람들은 진혼곡을 흥얼거리는데
她說不要忘記啊 그녀는 잊지 말라고 말해
這是命運的旋律 이것은 운명의 선율이야
自由飛翔 자유롭게 날자
自由飛翔 자유롭게 날자”
등 내용입니다.
<우아한 여자>를 포함하여 오늘은 타이완 백색테러를 다룬 노래 3곡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엔딩곡으로 원주민 가수 이리•가오루가 부른 <우아한 여자>를 띄어 드리면서 방송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옥순이었습니다.
이리·가오루(以莉·高露) - <우아한 여자(優雅的女士)>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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