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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을 위반하면 오로지 사형에 처한다." ... 백색테러 영화 <슈퍼 국민="" 코="">

  • 2024.02.29
연예계 소식
‘백색테러’를 다룬 타이완 영화 ‘슈퍼 국민 코(超級大國民, SUPER CITIZEN KO)’ 포스터 – 사진: 사진: 국가 영화 및 시청각 문화센터(國家電影及視聽文化中心) 제공

어제 2월 28일은 타이완 228사건 77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228사건이란 1947년 담배단속으로 야기된 반정부 봉기를 당시 집권당이던 국민당 정부가 폭력으로 진압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 이후 국민당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타이완은 소위 ‘백색테러’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언론과 사상의 자유가 크게 억압받았습니다. 국민당 정권을 부정하는 말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좌파 사상을 나타내는 행동을 하면 ‘반정부 인사’로 낙인되어 정치적 박해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희생되었던 타이완의 암흑기였습니다. 타이완 역사의 중대한 일부일 만큼 백색테러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소재로 다뤄지는데, 오늘은 백색테러를 다룬 영화 <슈퍼 국민 코(超級大國民, SUPER CITIZEN KO)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슈퍼 국민 코>는 1994년에 개봉한 영화로, 이 영화는 1980년대 타이완 뉴웨이브 영화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완런(萬仁)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완런은 현대의 정치와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던 감독이며, 그의 대표작은 <슈퍼 시민(超級市民)>, <슈퍼 국민 코>, <슈퍼 공민(超級公民)> 등 3개 작품으로 이루어진 ‘슈퍼 3부작’입니다. <슈퍼 국민 코>는 ‘슈퍼’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며, 개봉 이듬해인 1995년에 중화권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타이완 금마장(金馬獎) 시상식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최우수 음악상 등 2관왕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영화는 백색테러 시기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코는 1950년대에 독서모임으로 인해 정치범으로 수감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는 가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동료 천의 이름을 털어놓았는데, 이로 투옥된 천은 주범이라고 자백하고 사형당하고 맙니다. 천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코는 16년 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후에도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고 18년 동안 요양원에서 홀로 외롭게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심장마비를 겪고 천을 꿈꾸는 그는 죽기 전에 천의 무덤을 찾아 그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요양원을 떠나고 옛 동료들과 마주하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공식 포스터는 수갑이 채워진 채로 왼손은 숫자2, 오른손은 숫자 1을 가리키는 인간의 두 손과 그 밑에 주인공 코가 캐리어를 들고 바닷가에서 걷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2와 1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계엄령 시기 반란분자 즉 공산당과 동조자를 처벌하기 위한 징치반란조례(懲治叛亂條例)의 제2조 제1항 - 국가반동죄를 의미합니다. 당시 이 조항을 위반하면 다른 형벌의 종류 없이 오로지 사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이 조항은 백색테러 시기에 영화 포스터 속의 커다란 손처럼 그 밑의 주인공과 같은 수많은 타이완인들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2와 1을 내타내는 손짓은 역시 주인공의 동료 천이 사형을 받으러 군인에게 끌려가면서 마지막으로 감방에 있던 동료들에게 알리는 유언이자 정치 박해에 대한 침묵의 항의로 영화 속 가장 가슴을 움직이는 장면으로 꼽힙니다.  

영화 주인공의 동료 천이 사형장으로 끌려가며 징치반란조례(懲治叛亂條例)의 제2조 제1항을 의미하는 ‘21’ 손동작을 하는 모습은 영화 속 가장 가슴을 움직이는 장면으로 꼽힌다. – 사진: 2020 프리덤 필름 페스티벌(Freedom Film Festival) 제공

30여년 간 사회와 단절하던 주인공은 요양원을 떠나고 동료의 무덤을 찾는 과정에서도 정치 현실의 커다란 변화를 체감하게 됩니다. 자유와 인권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었던 1950년대와 달리 1990년대의 타이완 정치는 이상이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한 싸움이 돼 버렸습니다. 1990년대는 계엄령이 해제되고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이행돼 타이완들이 완전한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게 된 시대이지만, 폭력과 관력의 유착관계인 ‘흑금(검은 돈 黑金)정치’라는 잘못된 정치구조가 점차 형성해 가던 시점이기도 합니다. 완런 감독은 1950년대의 이상주의 정치범을 이용해 1990년대의 부패한 정치인과 가슴 아픈 대조를 보여줬습니다.

정치적 폭력은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남겨줬습니다. 정치범들이 정신적과 신체적으로 얼머나 상처를 받았는지에 집중하게 묘사하는 다른 백색테러 주제의 작품들과 달리 <슈퍼 국민 코>는 정치범 가족들의 심리적 충격과 삶의 변화에도 주목했습니다. 영화에서 감옥에 갇힌 주인공은 아내와 딸을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아내와 이혼을 했는데, 이별의 아픔을 견디지 못한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에 홀로 남겨진 딸은 학교에서 고립을 당할 뿐만 아니라, 친척들로부터도 거부를 당하며 그들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자라게 됩니다. 이처럼 당시의 정치범 가족들은 반동자 가족이란 낙인이 찍히고 집단 따돌림과 같은 사회적 배척을 당할 수밖에 없는, 소외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역사의 안개가 걷혀 드디어 만물이 선명하게 보이게 되는데, 그러나 왜 모두 눈물을 머금고 있는 걸까?(*영화 포스터 문구)”… 그 원인은 백색테러 시대는 끝난 지 근 30년이 되었으나, 이로 인한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 는 말이 있듯이 잔인하고 가슴이 아픈 과거이지만, 다시는 백색테러와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그 과거를 직면하고 배우고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슈퍼 국민 코> 디지털 복원판 영화티저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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