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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해학을 다룬 일제시기 한문 간행물 <369 소보(三六九小報)>

  • 2024.02.13
대만주간신보
쇼와 5년(1930)부터 쇼와 10년(1935)까지 타이난에서 발행된 한문 간행물 '369소보(三六九小報)' - 사진: 국립타이완역사박물관

‘신문학(新文學)'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1920년대 식민지 타이완. 일본을 주류로 한 새로운 현대문학의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 타이완 섬에 불어오면서 타이완의 작가들은 일본어와 기존에 사용하던 한문, 그리고 타이완어 등 타이완 본토 사람들이 일제시기에 사용했던 다양한 언어들을 가리지 않고 신문학을 창작하기에 나섰습니다. 한편, 신문학 바람에 맞서 기존의 고전 시문(詩文)을 창작하는 타이완 전통문학 조류도 여전히 있었죠. 일제시기 아무리 일본어가 ‘국어'가 되었다지만, 기존의 명, 청조의 제도 하에 교육을 받고 창작해온 타이완 지식인들에게 한문은 일본어보다 익숙하고 의미있는 언어였습니다. 

일제시기 타이완 문학계에 신문학과 전통문학 조류가 공존하는 가운데 대두된 장르가 있으니 바로 통속문학(通俗文學)입니다. 타이완의 현대 통속문학은 중국의 백화소설, 만청소설, 청말민초 통속소설 풍조의 유서와 영향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통속문학과 1920~30년대 일본대중문예 풍조의 흥성으로 타이완에 유입, 생산된 대중문학을 모두 포괄하는데요. 따라서 타이완의 통속문학은 신/구의 문체와 전통/현대의 문학을 가로지르고, 중국/일본 양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등 그 상황이 꽤나 복잡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대중문예가 아닌 기존 타이완의 전통문학과 중국 통속소설의 영향을 받아 1930년 창간된 간행물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369소보(三六九小報)》입니다. 

369 소보(三六九小報)

《369소보》는 일제시대인 1930년부터 1935년까지 타이난에서 간행된 한문 간행물입니다. 문자는 대부분 한문이었고, 게재된 글의 성격에 따라 문어도 백화문도 모두 있었죠. 간행물에 실린 내용은 주로 시와 산문, 소설 등 문학 작품이었습니다. 심지어 만화도 있었다고 하네요. 오히려 항일, 민족투쟁 등의 정치적 의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오로지 취미와 여가를 지향하는 글만 다뤘다고 합니다. 간행물 제목에 숫자 3, 6, 9가 들어가는 것 자체로도 상당히 독특하다는 느낌을 주는 《369소보》, 일제시기 타이완인이 발행한 간행물임에도 식민지였던 타이완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오히려 해학적인 글들을 주로 다뤘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요. 

창간 의도

일단 왜 이름이 ‘369소보’ 였는지부터 하나씩 파헤쳐 보죠.

쇼와 5년(1930) 9월 9일에 타이난 문인들의 모임인 난사(南社)와 춘앵음사(春鶯音社)의 회원들이 창간한 이 간행물은 매월 3, 6, 9일, 이렇게 한 달에 총 9회 발간되었다 하여 '삼육구(三六九)'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369소보의 창간일이 1930년 9월 9일로 무려 9가 두 번이나 들어가네요. 

일제시기 타이완에는 <타이완일일신보>와 같은 일간지를 비롯해 각종 주간지 등 일본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브로드시트 단위의 간행물들이 이미 산재해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369소보》 창간인들은 일부로 간행물에 ‘소(小)' 자를 넣어 작은 규모의 타블로이드판임을 강조했죠. 이렇듯  369소보는 기존 타이완의 큰 신문들이 우뚝 서 있는 가운데 의도적으로 '작은 것'을 표방하고, 익살스러운 표현을 아끼지 않은 것에 빗대어 자신들을 ‘작은’ 매체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1930년 9월에 출판된 369 소보 창간호에 싱안(幸盦)이 올린 글에는 창간 의도를 다음과 같이 남겼습니다. 

“대보도 아니고 소보라 칭한 것은 왜일까?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 타이완 언론계에는 세 개의 일간신문 외에도 월간, 순간, 주간 등을 발행하는 많은 큰 신문사들이 도처에 난립해 있다. 그 내용을 보건대, 하나같이 의론이 화려하고 훌륭하며, 체재가 당당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에 반해 본보로 말하자면, 한마디로 그들 사이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 갓 태어났을 때는 진용도 미처 정비되지 못했고, 말도 어눌하고 유치했다. 이른바 큰 무당이 앞에 있으면 작은 무당은 기가 꺾이기 마련인 것처럼, 감히 세인들을 따라서 함부로 존대하지도 못하고 그저 스스로 소를 표방한 채, 해학적인 말 속에 뜻을 기탁하고 황당한 말에 의지해 풍자하는 데에만 온 힘을 기울였을 따름이다.” (2012:94 재인용)

쇼와 10년(1935) 9월 6일《369소보》가 폐간되기까지 5년간 총 479호를 발행했습니다. 대부분 타이난 지역의 전통 문인들이 주를 이룬 369소보의 저자들은 일본어가 아닌 한문을 사용해 고전 한시, 문학, 소설을 중심으로 실었고, 간행물의 한 코너에는 외국 소식도 보도하며, 스포츠, 레저, 괴짜, 유머 등의 오락 레저 뉴스와 음식, 개그, 상식 등 생활 상식과 오락적 성격의 단문들을 게재했습니다. 특히 ‘작은 것(小)’를 표방하여 익살스러운 말에 힘을 실어주고, 황당무계한 언사를 사용해 풍자하는 데 힘썼죠. 그럴듯한 장황한 서술이 주를 이루거나 당시 식민지인 타이완이 처한 곤경으로 인해 수심에 잠기는 글 따위는 스스로 거절했습니다. 

369소보의 웃음과 해학의 묘미를 간파한 학자 마오원팡(毛文芳)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소보는 여유롭고 한가로운 생활, 소비의 수단, 감각적 쾌락 등을 해학적인 언사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문화적 장식문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오락과 유희에 대한 ‘향유’ 그리고 욕망의 ‘소비’와 같은 동호회 성격을 확립했다. 이렇듯 《369소보》는 해학적 담론의 공공공간을 창조하고, 정욕과 감각적 향락에 대한 엿보기를 통해, 타이완 도회지의 소소한 일상적 삶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통적인 주류담론에 대한 회의와 해체 나아가 파괴와 소멸을 시도했다. 이는 또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도, 30년대 타이완의 현대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가 되었다.” (마오원팡, 2012: 92 재인용)

369소보의 현대성, '해학'와 '전복'

《369소보》의 탄생은 식민지 타이완의 중심지였던 타이난, 푸청(府城)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간행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다시금 문단에 개입하고자 한 최초의 실험으로 평가됩니다. (2012:141) 이들이 5년간 간행물을 발행하며 자신들의 문예의 장을 펼칠 수 있었던 데에는 1930년대 타이완의 문예시장과 독서시장이 여전히 한문문예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369소보》는 자신들이 보유한 문화자원과 독자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타이완의 문화상황과 문예시장의 수요에서 자신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잘 채택한 일종의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일본어가 주류가 된 식민지 타이완 사회에서 《369소보》와 같은 한문 통속문예의 장은 식민지 동화정책과 신구문학의 상호 자극 및 경쟁 하에서 형성된 산물입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져가는 문학 시장 속에서《369소보》 문인들은 한문 통속문예 잡지 발행을 통해 스스로의 발전 공간을 찾았고, 타이완 본토 문화계에 분산되어 있던 통속문화자원이 점차 정합해가면서 타이완을 나아가 중국 지역의 문예자원과도 연계하면서 새로운 문학의 장을 출현시킨 것이죠. 이렇게《369소보》(1930-1935)는 1930년대 전반 타이완에서 처음이자 가장 큰 한문 정기 간행물로, 이후 1938년에 창간된 《풍월보》와 함께 일제시기 한문 문예 창작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간행물입니다.

일본에서 넘어온 신문화 충격과 일제 당국의 통제 아래 타이난 지역의 옛 문인들이 탄생시킨 특색 있는 간행물, 369소보. 그 내용은 비록 아주 사소하고 우스꽝스러운, 어찌보면 자질구레한 글일 수 있지만, 그들의 웃음과 해학이 그 당시에 주는 의미가 남다르며, 1930년대 기존의 한문 문화를 고수했던 타이완의 옛 문인들의 생활실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369소보》의 창간은 곧 일제시기 타이난 문인들의 해학적인 문학장이자 논술의 장(場)이었습니다.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작은 신문’을 편집하여 타이난 서민의 생활상을 묘사하면서, 식민지 배경에서 기종늬 전통 한문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선조들의 역사가 흐려지는 현실의 딜레마에 어떻게 직면했는지 우리는 《369소보》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류수친 저, 송승석 역, 식민지문학의 생태계: 이중어체제 하의 타이완 문학, 2012, 서울: 역락.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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