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홍콩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꼽히는 아그네스 차우(周庭, 저우팅)가 27살 생일을 맞은 지난 3일 SNS를 통해 “현재 캐나다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며 “앞으로 홍콩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19년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리더 역할을 한 차우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021년 6월 석방되었습니다. 그러나 출소 후에도 3개월마다 경찰서에 출두해 ‘여권 압류통지서’에 서명해야 했습니다. 유학길에 오르기 위해 정치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반성문, 그리고 중국 선전(深圳)에서 열린 애국주의 전시회의 관람 소감을 작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마침내 여권을 되찾았습니다.
밤낮없이 감시를 당한 차우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심리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체류한 지 3개월이 된 12월, 홍콩 경찰서에 출두해야 하는 날이 왔습니다. 차우는 SNS에서 “홍콩의 상황, 나의 정신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후 홍콩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고 아마 평생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돌아가면 여권이 다시 압류될 수도 있고, 전처럼 강요받아 중국 본토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의 망명선언이죠.

홍콩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꼽히는 아그네스 차우(周庭, 저우팅) - 사진: AP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게 반환한 후 중국은 2047년까지 50년 동안 홍콩 기존 체제와 고도의 자치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으나,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개입, 범죄인 인도법과 홍콩 국가보안법의 제정 등을 통해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대신 빠른 중국화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한 언론 자유 지수(Press Freedom Index) 보고에 따르면, 홍콩은 2002년 전 세계 18위에서 2023년 140위로 대폭 하락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홍콩에서 열어오던 톈안먼 시위 추모행사도 홍콩 경찰로부터 금지되었습니다. 현재 중화권에서 64항쟁을 합법적, 공개적으로 추모할 수 있는 곳은 타이완밖에 없습니다.
홍콩 행정장관의 직접선거를 쟁취하는 우산혁명이 2014년 9월 시작되었습니다. ‘센트럴 점령 운동(佔領中環, Occupy Central with Love and Peace)’ 발기인 중 하나인 홍콩 작가 천훼이(陳慧)는 올해 타이완 문학상 금전장(金典獎)의 유일한 홍콩 수상자입니다. 우산혁명 당시 많은 홍콩 젊은 세대들이 거리로 나섰는데, 천훼이는 이들을 보고 소설 《남동생(弟弟)》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남동생》은 한 누나와 남동생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홍콩의 파란만장한 30년 세월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저자는 객관적인 필치가 아니라 장난이 심하고 반항심이 강한 누나의 일인칭 시각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읽을 때 전혀 부담이 되지 않고 오히려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스토리의 흐름은 지금 홍콩처럼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지만 인간성의 빛은 결코 꺼지지 않습니다.

현재 국립타이베이예술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홍콩 작가 천훼이(陳慧, 우) - 사진: 문화부
<홍콩 반환 협정>이 발효한 1985년, 탄(譚)씨 집안의 장녀 탄커이(譚可意)가 태어났습니다. 12년 후인 1997년 장남 탄커러(譚可樂)가 출생하자 홍콩은 중국에게 반환되었습니다. 이 12살 차이가 나는 오누이는 홍콩의 커다란 변화와 함께 웃고 울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 아름다운 도시를 수호하고 있습니다.
동생이 태어났던 날은 탄커이가 처음으로 실연을 당한 날이었습니다. 이날 탄커이는 홍콩 가수 왕페이(王菲)의 노래 ‘약속(約定)’을 수록한 앨범을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선물했는데, 남학생은 아무런 반응 없이 받기만 했습니다. 남학생이 좋아하는 사람은 탄커이가 아니라 탄커이의 절친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작도 안된 첫사랑은 끝났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사랑이 싹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탄커이는 같은날 세상에 온 남동생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는 산후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를 대신 동생을 정성껏 돌봤고,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책임지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맛보며 하루빨리 독립해서 동생과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사업을 위해 할머니의 옛집을 팔리는 아버지와 달리, 탄커이는 항상 동생을 데리고 유적지 보존 운동 등 시위현장에 가서 응원했고, 이는 동생 마음속에 혁명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부모가 이혼한 후 탄커이는 아버지와, 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부모와 사이가 안 좋은 탄커이는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로부터 “동생을 맡길 테니 잘 보살펴 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동생은 각종 학생운동과 민주화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생에게 불의에 맞서 싸우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은 바로 탄커이였는데, 그는 동생이 다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고 항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어서 진퇴양난의 경지에 빠졌습니다. 한 시위현장에서 체포될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탄커이는 동생을 보자마자 그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항상 동생 편에 서 있던 누나가 동생을 배신하는 순간부터 탄커이와 탄커러는 가장 익숙한 낯선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2014년 우산혁명과 2019년 민주화운동을 겪어본 홍콩사람들은 모두 심리적으로 크게 다쳤습니다. 아그네스 차우처럼 리더 역할을 맡지 않아도 어느정도의 타격을 받았습니다. 소설에서 동생 탄커러는 “언제부턴가 흥겹게 놀고 웃는 것은 누구에게 손해를 끼친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웃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충격과 슬픔에 빠질 수 없습니다. 홍콩정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 홍콩의 순유출 인구는 1만 1000명에 불과했는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 23만 2000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소설 말미에서 고통에 시달린 동생은 죽음을 통해 무력감에서 해방하기로 했습니다. 동생의 생각을 알게 된 탄커이는 홍콩 가수 셰안치(謝安琪, Kay Tse)의 노래 ‘쟈밍(家明)’을 떠올랐습니다. 이 노래는 톈안먼 사건에서 희생한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한 곡입니다. 쟈밍은 한국의 지훈, 민준처럼 매우 흔한 이름인데, 가사 중 ‘그는 최애를 찾으러 떠났고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他出發找最愛 今天也未回來)’는 말은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모든 사람의 모습입니다.
홍콩 작가 덩샤오화(鄧小樺)는 《남동생》의 서문에서 “그동안 방관자의 시각으로 작성한 홍콩 소설과는 달리, 거리로 나선 천훼이는 실제 경험에 기초해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며 “소설은 청년들을 신격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순박한 내면을 보여주고 문학을 통해 어둠에 파묻혀 있는 상태를 그려냈다”고 언급했습니다. 타고난 반골인 탄커이는 동생의 안전을 위해 어머니의 편에 서게 되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동생과 함께하고 고향을 수호하기로 했습니다. 천훼이는 소설에서 동생의 결말을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사람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홍콩에 영광이 다시오길. 願榮光歸香港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陳慧,《弟弟》。
2. 周庭社群發文,Instagram@chowtingagnes。
3. 「決定棄保流亡不再回港 周庭:打破沉默是邁向自由的重要一步」,德國之聲。
4. 蘇美智,「《記香港:陳慧》時代的說書人:說香港是福地,未免太輕佻」,世界走走。
5. 「反送中後香港『移民潮』3年23萬!憲法擋港人來台處理不易?」,城市學。
6. 新聞自由指數,無國界記者組織。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