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인 11월 26일 일요일 저녁 5시, 타이베이 국부기념관. 해가 일찍 져 벌써 어두컴컴해진 국부기념관 광장에는 산책 하는 사람들 외엔 비교적 여유로운 여느때와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바로 올해 금마장 시상식이 타이베이 국부기념관에서 열린 것인데요. 기념관 건물 앞에는 레드카펫이 깔리고, 타이완을 넘어 전세계 화교계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특히 올해 금마장은 무려 60회라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맞이한 만큼, 중화계의 영화를 대표하는 유명한 인물들이 이곳 타이베이 국부기념관을 찾았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 등을 수상한 타이완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리안(李安), 그리고 한국에서는 ‘임청하’로 잘 알려져있는 80~90년대 타이완 대표 여배우 린칭샤(林靑霞)까지. 한국의 영화계가 지금과 같이 성장하지 않았던 80~90년대 한국의 많은 영화 감독들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영화로 당시 타이완과 홍콩의 영화를 꼽곤 하죠. 그만큼 이 때 타이완이 영화계에 불었던 바람은 상당했습니다.
한편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계가 급성장하면서 한국영화는 오히려 타이완이나 홍콩에 수출되는 컨텐츠가 되었죠.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중화권 영화를 소비하는 시장이 줄어든 것이 사실인데요. 금마장 60주년을 맞아 오늘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는 올해 금마장 시상식에서 인상깊었던 영화 두 편과 그 영화의 주제곡을 함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남우주연상에 타이완의 국민 배우 우캉런(吳慷仁)이 수상. 우캉런 올해 출연한 작품은 <부도청년>(富都青年, 말레이시아어 Abang Adik)으로 말레이시아 화교 감독 왕리린(王禮霖)이 연출 감독한 말레이시아 영화. 올해 제 60회 금마장에서 신인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 후보로 오르는 기록을 보임. 말레이시이 무국적노동자의 슬픔을 담은 영화 <부도청년>은 주민등록증이 없이 말레이시아에 체류하는 아방과 아딕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푸두의 한 동네에서 비천하게 사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무국적 노동자로서 일반적인 국민들이 누리는 복지는 물론이고 여권이나 은행계좌도 개설할 수 없이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살아가야만 했다. 벙어리로 태어나 말을 할 수 없는 형 아방.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이곳에서 조용히 남은 여생을 살려고 하는 형과 달리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불법적으로라도 문서를 위조해 위조문서를 팔아 돈을 벌어 형과 함께 이곳을 떠나고 싶은 동행 아딕. 두 형제의 눈물겨운 무국적 노동자의 삶을 다루는 <부도청년>은 12월 1일, 이번주 금요일에 개봉합니다. 주연 ‘아방’(阿邦) 역을 맡은 우캉런은 현지 생활 체험을 위해 미리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현지 여행은 물론 태닝과 무려 8킬로그램의 체중 감량을 했다고.
영화 <부도청년>의 주제곡인 '一路以來'를 부른 료타 카타야마(RYOTA片山涼太) 일본인 아버지, 말레이시아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4살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살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엄마와 호주에 가서 살기도 했는데요. 끊임없이 국적의 경계를 넘나들여 자신의 안식처를 찾아온 료타는 일본, 말레이시아, 호주 등 서로 다른 문화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또 충돌하는 가운데 자신의 음악 양식과 색깔을 만들어 왔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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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마장의 개막작인 <오월의 눈>(五月雪, Snow in Midsummer)은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작품입니다. 흥미롭게도 <오월의 눈> 역시 말레이시아 영화이죠. 말레이시아 출신 장지안(張吉安, Chong Keat Aun) 감독의 영화 <오월의 눈>은 올해 열린 제80회 베니스 영화제에 선정되어 세계 최초로 상영되기도 했는데요. 제60회 금마장에서는 최우수 극영화, 감독, 여우조연상, 각색각색, 촬영, 조형디자인, 최우수 오리지널 영화음악, 최우수 오리지널 영화노래 및 최우수 음향효과 등 무려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이번 금마장에서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1969년과 2018년에 걸쳐 있다. 1969년 말레이시아에서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를 피로 물들였던 5.13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행방을 잃었습니다. 5. 13사건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어난 대규모 학살 사건으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말레이시아 내 말레이인과 중국인 간의 갈등이 불러일으킨 참극입니다. 69년 선거에서 이긴 중국계 당선자가 쿠알라룸프르에서 축하 행진을 하던 중 말레이계와 충돌이 일어난데서 시작해, 공식적인 사망자수는 2백명이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2천명에까지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장 감독이 2009년 5. 13 사건으로 불시에 목숨을 잃은 가족들의 묘소가 있는 쿠알라룸푸르의 한 병원 뒷산에 찾아가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타이완의 국민 가수 완팡(萬芳)이 주연으로 출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완팡은 제60회 금마장에서 <오월의 눈> 주제곡인 ‘오월의 사람들(五月的人)’을 불러 금마장 현장을 감동의 물결로 가득 채웠습니다. 완팡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애처로운 목소리에 오랜 관록으로 목소리의 완급을 조절하는 완팡의 기교는 이 날 그 어떤 금마장 무대 보다 빛났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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