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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에 대한 회심의 일격! 쉬리우이(許俐葳) 《나에겐 불륜에 관한 작은 문제가 있다》

  • 2023.07.03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작가 쉬리우이(許俐葳)의 최신소설 《나에겐 불륜에 관한 작은 문제가 있다(我有一個關於不倫的,小問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몇 주 전부터 일본 톱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広末 涼子)가 불륜 스캔들에 휩싸였는데요. 관련 보도가 나오자 불륜남녀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거웠습니다. 2018년 한 일본 회사가 20세 이상, 60세 이하 성인남녀 14,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26.5%의 남성과 15.2%의 여성이 ‘연인 또는 배우자 이외 제3자와 성관계를 가진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강한 가부장적 사회 풍토와 기혼 여성의 경제적 자립 능력 상실 등 이유는 남성 외도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면, 최근 들어 여성 직장 진출의 활발로 부부가 각각 불륜을 저지른 ‘더블 불륜’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신조어가 생긴 만큼 이제 일본에서 불륜은 단순한 개인문제에서 벗어나 사회문제, 심지어 사회문화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금붕어 아내(金魚妻)>, <메꽃(昼顔)> 등 불륜 드라마의 흥행은 물론, 기혼여성끼리 서로의 외도를 협조하기 위한 ‘불륜 상조회’에 관한 보도도 나타났습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불륜 드라마하면 타이완의 <서리인처(犀利人妻, 유혹의 미소)>와 한국의 <부부의 세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교사상에 물든 동아시아에서 불륜을 비롯한 금기된 사랑은 언제나 핫한 주제죠.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이완 작가 장이쉬안(張亦絢)에 따르면 1990년대 불륜을 가리키는 ‘제3자의 문학’이 타이완 문단에서 한참 유행했었습니다. 당시의 작품들이 주로 세 가지 경향이 있는데요. 첫번째는 상간녀에 대한 전통적인 선입견을 깨는 것입니다. 구미호와 같이 남자를 잘 호리는 등 일면적인 묘사 외에, 속세에 초연하고 담백한 여성도 있고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혼남성과 미혼여성의 설정은 여전히 대부분이죠. 이어서 두번째와 세번째 경향은 하나로 봐야 합니다. 바로 혼인제도를 비판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법적제도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외도를 완벽하지 않은 혼인제도의 탓으로 돌리지만 이혼 등 실제적인 수단으로 혼인상태를 바꾸지 않는 거죠. 

지난 4월 출판한 타이완 작가 쉬리우이(許俐葳)의 최신소설 《나에겐 불륜에 관한 작은 문제가 있다(我有一個關於不倫的,小問題)》가 앞에 말한 불륜 소설의 3가지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천 서문을 쓴 장이쉬안은 “이 소설은 다른 사람의 혼인에 개입한 제3자를 문학의 주체로 만들어내어 과거 작품보다 더욱 생생한 필치로 보다 깊이 파고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저자는 주인공 ‘나’와 기혼남성의 불륜, 그리고 주인공의 여자 사람 친구와 기혼여성의 불륜을 통해 성별과 무관한 혼인의 문제를 설파했습니다. 책 제목에 “작다”고 했지만 사실은 큰 문제죠.

약 10년 전 쉬리우이는 선샤오펑(神小風)이라는 필명으로 《소녀핵(少女核)》, 《98% 평범한 소녀(百分之九十八的平庸少女)》 등 작품을 출판해 1980년대생의 신생대 작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쉬리우이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하게 “뭘 써야 할지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그때 누구나 명작을 쓰고 싶어했는데, 나는 스스로가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늘 자신을 의심하고 작품 발표조차 두려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그는 잡지사에 입사해 편집자로서 계속 문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잡지사의 경험을 통해 드디어 과도한 경쟁의식에서 해방되어 글쓰기의 초심을 되찾았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살기 위해서”라고 쉬리우이는 토로했습니다.

과거 쉬리우이의 작품들은 대부분 ‘소녀’라는 키워드에서 출판해 사춘기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는 “소녀란 미완성의 상태이고 이러한 애매모호한 상태가 매우 매력적이다”며, “어렸을 때 스스로를 싫어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소녀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미완성 상태에 처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 자신의 부족함과 평범함을 보다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쉬리우이는 글쓰기를 통해 감정의 출구를 만들어내어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을 거쳐 곧 40대가 된 쉬리우이는 본명으로 재출발했습니다. 《나에겐 불륜에 관한 작은 문제가 있다》에서 소녀를 전혀 언급하지 않으나 미완성 상태에 대한 묘사는 일맥상통입니다. 불륜의 주인공은 30대 미혼여성과 40대 기혼남성입니다. 일반 기준으로 보면 성숙한 어른에 속해야 하는 두 사람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과도 상태에 처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불륜이라는 선을 넘지 않도록 스킨십 없이 정신적인 교감만 유지했고, 첫사랑에 빠진 풋풋한 청소년처럼 손조차 잡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친구가 했던 “신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금방 육체적인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쉬리우이의 또래 작가 주요우쉰(朱宥勳)은 책을 읽는 내내 격투기가 생각난다고 말했습니다. 얼핏 보기엔 해당 관계 속에서 주인공은 감정 기복이 심한 쪽이고 항상 날카로운 말로 상대방을 해칩니다. 다만 안정적인 가정과 인간관계를 갖지 않은 주인공은 줄곧 피동적인 형세에 처해 있습니다. 만남의 시간, 장소, 데이트 내용 모두 상대방에 의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결정권이 없는 상태에서 열세를 우세로 바꾸려면 상대의 약점을 노리고 회심의 일격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지 상대방이 확실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당연히 상처를 받는 거죠.

주인공 친구의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자상한 남편과 행복한 하루하루를 지내는 친구는 레즈비언인 회사 상사와 불륜관계를 맺었습니다. 친구는 주인공의 불륜 대상처럼 이혼할 생각이 없고 남편과 함께 집을 구입했습니다. 이야기 후반부에 주인공은 친구와 싸우다가 홧김에 친구의 불륜 대상에게 친구가 남편과 같이 새로운 집을 샀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주인공의 예상과 달리, 친구는 이혼하지도 않고 불륜 관계를 끝내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들 모두 현황에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혼인에 대해 언제 가장 많이 생각하나요?"
"바람을 피울 때."

책에서 등장한 이 철학적인 질문은 바로 가장 좋은 답변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주인공은 불륜 대상을 확실히 무너뜨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불륜 관계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기차에서 우연히 불륜 대상과 재회한 주인공은 몇 백 번 물었던 질문을 다시 물었습니다. “왜 나를 좋아해? 왜 나를 선택했어?” 상대방은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까” 말을 듣자 주인공은 울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있었던 응어리가 드디어 풀어졌습니다. 주인공은 단지 사랑을 받고 싶어할 뿐입니다. 기차가 역에 도착하기 전에 주인공은 상대방의 집에 가서 책 한 권을 가져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앞으로 이 관계는 불륜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보통 친구 사이로 이어갈지는 독자들에게 맡겨둡니다.

쉬리우이(許俐葳)는 소설 앞에 프랑스 작가 레옹 블루아(Léon Bloy)의 문구를 인용했는데요.

“사람들의 마음에는 원래 없던 곳이 있다. 고통을 겪은 후에야 나타나게 된다.”

사랑은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許俐葳,《我有一個關於不倫的,小問題》。

2. 李珮妘,〈為偷情組「不倫互助隊」 日本地方媽媽認了:必要的邪惡〉,中時新聞網。
3. ニッポンのセックス 2018年版 - 相模ゴム工業。
4. 李屏瑤,〈神小風:我願意忍耐平庸的自己,等她慢慢長大〉,博客來OKAPI。
5. 蔣亞妮,〈用許俐葳這個名字,是想和過去的神小風告別:《我有一個關於不倫的,小問題》〉,博客來OK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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