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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강변 다함께 달려요!

  • 2023.04.19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타이베이 지룽허(基隆河) 다지아 강변공원(大佳河濱公園)에서 강변길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러닝하는 사람들과 노을지는 하늘 - 사진: Rti 한국어방송 서승임

달리기. 요즘엔 러닝이라고도 하죠.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아도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게 예사였죠.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달리는 일은 점점 내 삶과 멀어져갑니다. 일과 삶에 균형을 맞춘다는 워라벨을 생각하거나, 자신의 체력을 톡톡히 다지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이지만, 그 운동은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해야하는 또 하나의 소비품이 되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 ‘운동은 장비빨’이라던지, ‘장비도 실력'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자신이 하는 운동에 필요한 각종 용품들을 사는 것도 이제는 운동의 일부가 되었죠. 그런데 달리기, 이 달리기 하나 만큼은 운동 과소비 시대인 요즘에도 번드러진 장비를 사모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화, 러닝화만 있다면요. 그리고 실내 공간이나 야외 코트를 대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집 앞 놀이터나 학교, 집 주변 하천이나 강변, 동네 뒷 산이나,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상업지구도 나의 운동 장소가 될 수 있죠. 

타이베이 동쪽 산맥에서 흘러 내려오는 각종 시냇물들은 작은 하천을 만들어 타이베이를 관통합니다. 타이베이 북쪽에는 지룽허(基隆河)와 쐉시(雙溪)가, 타이베이 남쪽에는 징메이시(景美溪)와 신디엔시(新店溪)가 서쪽으로 흘러 단수이강(淡水江)으로 모입니다. 이렇게 자연이 준 물길을 주변으로 타이베이 시에서는 강변 공원을 조성했고, 타이베이 시민들은 강변 공원에 포장된 트랙 위를 달립니다. 타이베이 시내 남쪽을 관통하는 신디엔시 강변 공원에는 출근도 하기 전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켜 가볍게 옷을 챙겨입고 강변으로 나갑니다. 내 발을 보호해줄 든든한 러닝화 한 쌍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게 없지요. 신디엔시 강변 공원에는 구팅(古亭), 중정(中正), 화중(華中), 쐉위안(雙園) 등의 강변 공원이 있는데, 공원과 공원 사이의 거리는 대략 2 km 정도로 달리기가 처음인 사람들도 공원과 공원 사이를 편도나 왕복으로 달리는 코스로 삼기 딱 적당한 거리입니다. 타이베이 시민들은 출근도 하기 전 이곳 신디엔시 강변 공원에 나와 달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얼마나 뛰는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고 나와 하루를 경쾌하게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보람된 일인걸요. 이른 아침이든 저녁이든 혹은 밤 10시가 넘은 늦은 밤이든 상관없이 타이베이 강변을 달리는 시민들은 늘 활기가 넘칩니다. 

2023년 올해, 타이완 전국에서는 무려 300여개의 마라톤/러닝 대회가 개최됩니다. 그 중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러닝 대회는 주로 강변 공원에서 열립니다. 지난 주 주말인 4월 15일 토요일, 지하철 갈색선 다즈역(大直)에서 10분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지룽허의 다지아(大佳) 강변 공원에는 저녁에 러닝하는 나이트 런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마라톤 풀코스인 42.195 km의 절반인 하프 코스 21.6 km와 러닝 초보자도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는 10 km, 이렇게 두 가지 코스가 있는 이 대회에 각각 약 2,000명과 4,000명의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형광빛을 띄는 노랑색과 주황색, 그리고 보라색 이렇게 세 가지 옷 중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선택해 입은 사람들은 모두 다지아 강변 공원에 모여 저마다 몸을 풀며 달릴 준비를 합니다. 오전부터 적지 않게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자 기적처럼 그쳤고, 달려야 하는 길도 거의 말라 뛰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21.6 km인 하프 마라톤 코스와 10 km 코스는 각각 180분과 100분 안에 들어와야하는 제한 시간이 있습니다만, 그 시간이 결코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주고 받는 시너지라는 게 있어서 혼자 러닝할 때와는 다른 흥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함께 달리기 20분 전 다함께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면 출발 지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작년 이 맘 때까지만 해도 몇 천 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활동은 그 장소가 야외여도 열릴 수 없었으니까요. 오랜만이여서 였을까요? 출발선에 사람들이 함께 촘촘히 모여 서서 서로의 숨소리와 말소리를 듣는 것이 어색하면서도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엔데믹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 6시 10분. 5, 4, 3, 2, 1 소리와 함께 10 km 코스를 뛰는 사람들이 출발합니다. 도로 폭이 넓지 않은 강변 도로 특성 상 수 백 명의 사람들은 속도를 조절해 가며 도로 폭에 맞춰 무리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도로 옆으로는 지룽 하천이 흐르고 하늘을 비추는 태양은 점차 지기 시작합니다. 6시 20분 경이면 일몰을 시작하는 타이베이 4월의 하늘이 서서히 노랗고 붉게 물들어갑니다. 달리면서 하늘의 멋진 노을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나이트 런의 장점이죠. 지룽허 강변의 주변 풍경을 돌아보며 러닝을 시작하는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다지아 강변 공원에서 강변 길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뜁니다. 한 10분즘 달렸을까요. 오른쪽 강 건너 편에는 원산대반점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청더교(承德橋)라는 다리가 보입니다. 청더교를 지나 10분 정도 더 달리자 태양은 거의 지고 타이베이는 밤이 되고 있었습니다. 지룽허 양 옆으로 세워진 타이베이의 높은 건물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서울의 한강변을 달릴 때와 유사한 기분을 선사하더군요. 해가 지자 건물과 가로등의 전등이 타이베이 도시 야경을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서쪽을 향해 강변 길을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덧 스린취의 바이링교(百齡橋) 까지 왔습니다. 바이링교를 반환점 삼아 아까 출발했던 다지아 강변 공원 방향으로 되돌아갑니다. 5~6 km까지 뛰면 고비가 옵니다. 숨이 차고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으며, 팔과 다리가 뻗뻗해지는 느낌도 들어 여기서 그만 멈추고 싶다는 유혹이 샘솟습니다.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땅만 보던 고개를 들어 타이베이 시내 야경을 보기 시작합니다. 강변 주변의 건물에서부터 최대한 멀리있는 시내 뷰 까지요.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힘듦을 잠시 잊습니다. 팔 다리가 슬슬 저려오는데 도저히 종점은 눈에 보이지 않아 힘듦이 극에 닿을 때 즘 한 가지 표시가 저의 피를 다시 끓어오르게 합니다. 그것은 바로 “Last 1 KM” 였습니다. 마지막 1 미터라는 표시가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10 km를 완주합니다. 사람들은 완주 후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쁨의 세리모니를 선보입니다. 결승선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완주 후 받은 메달과 함께 이쁨의 순간을 남기기도 합니다.    

달리기의 매력은 훌륭한 장비나 공간이 없더라도 두 발로 어느 곳에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이란 점에 있습니다. 게다가 타이베이 지룽허의 강변 공원과 같은 좋은 도시 풍경이 함께 있다면 뛰는 재미가 배가 되죠. 몇 키로든 혹은 몇 미터든 자신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까지 뛰어 보는 것. 가빠져오는 숨을 호흡으로 가라앉히고 다시 한 번 뛰어 보는 것. 그렇게 나의 한계를 조금씩 조금씩 넘어가는 것. 이것이 달리기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엔딩곡은 우주인(宇宙人)의 ‘같이 뛰러 가자’(一起去跑步)입니다. 강변에서 이어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그린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이곳이 바로 지룽허가 흐르는 다자 강변 공원입니다. 뮤직비디오도 감상하시면서 타이베이 강변 공원의 활기참을 느껴보시죠!

-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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