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타이완의 소리 RTI공식 앱 내려받기
열기
:::

도시원주민의 생명력! 정빈어항(正濱漁港)과 바츠먼(八尺門)취락

  • 2023.04.19
랜드마크 원정대
이탈리아 베네치아 부라노(Burano)섬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다운 지룽(基隆) 정빈어항(正濱漁港) - 사진: 지룽시 관광국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이번주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북부 최대 항구도시 지룽(基隆) 정빈(正濱)어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바로 이 항구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정빈어항’하면 아마 많은 한국분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알록달록한 건물들이죠. 이탈리아 베네치아 부라노(Burano)섬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다운 정빈어항은 지룽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다루며 도시로 이주한 타이완 원주민 아메이족(阿美族)의 피, 땀, 눈물을 담아냅니다. 

다우한 지룽은 비의 도시, 우도(雨都)나 비의 항구, 우항(雨港)이라고 불리는데 작년 1월부터 2월말까지 52일 동안 단 하루만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 영화 <신과 함께(與神同行)>를 모티브로 하고 같은 중국어 발음을 지닌 유행어 ‘비의 신과 함께(雨神同行)’가 한참 유행했었어요. 망망하고 뿌연 안개비에 휩싸이는 지룽은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감돕니다.

타이완 북부의 현관만큼 중요한 지리적 위치를 차지하는 지룽은 17세기부터 스페인인, 네덜란드인, 정씨왕국, 청나라 등 세력이나 정권의 거점이 되었고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들의 압력으로 1863년 정식으로 개항되었습니다. 일치시기에 들어 일본과 가까운 이유로 지룽은 타이완과 일본을 연결해준 중요한 대외 무역 거점으로 여겨졌으며 인프라건설과 항구의 현대화건설이 신속히 추진되었습니다. 당시 지룽은 타이베이, 타이난, 가오슝에 이어 타이완 4번째로 큰 도시, 세계 7번째로 큰 컨테이너 항만였고 1934년 준공된 정빈어항은 타이완 북부 최대 항구로 타이완 어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후 6.25 전쟁의 폭발로 타이완은 반공주의의 파트너로 미국의 원조를 받게 되었는데 타이완해협에 파견된 미 제7함대가 정기적으로 지룽과 타이완 남부 최대 항구도시 가오슝에서 정박해 정비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지룽에 머물렀던 미군을 위한 술집, 식당, 호텔 등도 많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타이완 작가 탕푸뤠이(唐福睿)는 소설 《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에서 ‘1950-60년대의 지룽에는 술집, 음반 판매점, 외래품을 파는 웨이퉈항(委託行)이 즐비했고 여행객과 선원으로 북적거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눈부신 네온사인. 귀에 들어가는 것은 재즈음악. 몸에 착용하는 것은 해외의 최신 유행. 지룽은 마치 세계의 중심 같았다’고 묘사했습니다.  

지룽에 온 사람은 미군 뿐만 아니였습니다. 1960년대 크게 발전한 지룽의 어업은 노동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타이완 동부지역에 거주하던 일부 아메이족들은 중개업자를 통해 정빈어항 근처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향을 떠난 아메이족들은 정빈어항 맞은편에 있는 허핑섬(和平島)과 정빈어항 옆에 있는 언덕에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전자는 아라바오완(阿拉寶灣)이라 불리며 아메이족어로 방향을 잃기 쉬운 곳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바츠먼(八尺門)이라 불리며 청나라시기 때 이미 존재한 명칭으로 물길의 너비가 8척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에 따라 도시계획 보호지역 및 항구 용지인 바츠먼에는 사유 건물이 금지되어 아메이족들이 지은 집은 불법 건축으로 판단되어 많이 철거되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도시로 이주한 이른바 ‘도시원주민'들은 지금까지도 대중들이 보이지 않는 음울한 도시 구석에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원주민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진가 관샤오룽(關曉榮)은 1984년 10월부터 1985년 5월까지 직접 바츠먼에 가서 월세 600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2만 6000원, 2023/4/10 기준)의 작은 방에서 현장조사를 했고 ‘바츠먼보고’를 발표했습니다. 1996년과 2011년 다시 바츠먼에 간 관샤오룽은 새로운 자료를 수집해 2013년 사진집《바츠먼: 2%의 희망과 분투에 대한 재현(八尺門:再現2%的希望與奮鬥)》을 출판했습니다. 2%는 원주민족이 타이완 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그는 서문에서 바츠먼 주민 아춴(阿春)의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원주민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진가 관샤오룽(關曉榮)이 2013년 출판한 사진집《바츠먼: 2%의 희망과 분투에 대한 재현(八尺門:再現2%的希望與奮鬥)》 - 사진: Eslite

9살 때 바츠먼으로 이주한 아춴은 16살 때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출어한 후 선원부터 부선장, 선장까지 바다에서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중국 푸젠(福建), 산둥(山東), 한반도, 동남아,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지구의 절반을 건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랑에 빠졌고 더 이상 재회할 수 없는 아이를 남겼습니다. 《바츠먼의 변호인》에서 등장한 아메이족과 외국인 근로자처럼 바다에서 작업하다 외손 중지가 잘렸고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남긴 아춴은 여전히 담담하게 과거를 털어놓었습니다. 견인불발의 의지를 갖고 있는 아춴을 보면서 관샤오룽은 아메이족들의 분투사와 웅장하고 아름다운 불굴의 생명력에 탄복했습니다. 

1980년대 관샤오룽을 비롯한 언론인들이 바츠먼 아메이족 관련 이슈를 보도하기 시작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988년 리덩후이(李登輝) 전 중화민국 총통이 지룽을 순시한 후 지룽시청은 본격적으로 바츠먼 지역의 도시 재개발 계획을 실시했습니다. 바츠먼 주민들은 1995년 준공된 하이빈(海濱) 국유주택으로 이주했고 항만을 의미하는 아메이족어 ‘치하오(奇浩)’는 바츠먼이라는 명칭을 대체했습니다.  

드디어 든든한 콘크리트 건물에서 안착하게 되었으나 손으로 직접 구축한 바츠먼취락은 아메이족에 있어서 여전히 대체 불가한 중요한 존재입니다. 1984년 관샤오룽이 바츠먼에 도착했을 때부터 경찰들은 이미 불법 건축을 단속하기 시작했는데 온 동네사람들이 매일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모여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철거되면 내일 더 일찍 와서 공사할 정도로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권한을 부여받은 경찰들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메이족들은 건축의 기본적인 구조, 창문, 문 등 중요한 부분에 번호를 매기고 경찰의 출동 소식을 받자 바로 철거하는 척하며 경찰들은 현장에 도착해도 어쩔 수 없이 철수해야 했습니다. 완강하게 버티면서 스스로의 집을 지키는 정신은 아메이족의 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관샤오룽은 ‘집이란 노동을 통해 가족을 수호하는 공간이고 이는 금전 거래가 가득차는 현대 건물과 전혀 다르다’고 작성했습니다. 아메이족들은 현대사회에 살더라도 결코 근본을 잊지 않을 겁니다.

1990년대에 들어 대형선이 정박하기에 수심이 너무 얕은 정빈어항은 점차 몰락되었습니다. 또한 중국 동남지역 항구의 경쟁으로 지형 조건이 비교적 불리한 지룽은 발전이 침체되어 과거 선원이 붐볐던 장면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지룽시청은 수심이 깊은 부두를 건설하고 관광산업의 발전을 적극 촉진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개최한 지룽예술축제(基隆潮藝術)가 정빈어항에 정박한 낡은 어선들을 해상미술관으로 만들어 다양한 예술작품을 선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마블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는 배우 크리스 에반스(Christopher Evans)가 정빈어항 근처에 있는 아건나조선소(阿根納造船廠遺構)에서 광고를 촬영한 후 지룽은 다시 큰 주목을 얻게 되었습니다. 현재 지룽은 1950-60년대의 전성기만큼 발전되지 않지만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2년 지룽예술축제(基隆潮藝術)에서 전실된 작품 - 사진: 지룽시 문화국


정빈어항 근처에 있는 핫한 광고 촬영지 아건나조선소(阿根納造船廠遺構) - 사진: 지룽시 관광국

청취자 여러분, 다음에 정빈어항에 오시면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건물 앞에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아메이족들의 동네 바츠먼에서 산책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唐福睿,《八尺門的辯護人》。
2. 關曉榮,《八尺門:再現2%的希望與奮鬥》。
3. 郭力昕,紀實攝影典範的昨日與今日──關曉榮《八尺門-再現2%的希望與奮鬥》。
4. 莊淯琛,「家的物質性:都市、國宅,與阿美族人的家」,原住民族文獻。
5. 港灣記憶,國家發展委員會檔案管理局。
6. 正濱漁港,基隆旅遊網。
7. 基隆潮藝術。
8. 阿根納造船廠,基隆旅遊網。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