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작품은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소설《하얀 초상화(白色畫像)》와 함께 2023년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입니다. 해당 소설은 2022년 타이완 문학상 신인상, 중화민국 문화부가 주최하는 금정장(金鼎獎) 문학도서상과 징문학(鏡文學) 소설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변호사 출신 감독이자 작가인 탕푸뤠이(唐福睿)입니다. 이 스펙만 봐도 매우 특이하죠. 어떻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변호사에서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영상과 글을 다루는 스토리텔러가 된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엔지니어 아버지와 공무원 어미니를 둔 저자는 안정적인 학창시절을 지냈고 법대에 입학해 의외로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으며 영상 세계 속으로 빠졌습니다. 영상 관련 대학원 시험에 떨어져 계속 법학 쪽으로 진학하게 되었는데요. 평생 법조인으로서 살아갈 줄 알았던 저자는 같은 법조인인 아내가 인테리어 디자인 국비 유학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듣고 인생에서 가장 모험적인 선택을 했죠.
미국에서 유학했던 동안 저자는 영화 데뷔작 <동화의 세계(童話‧世界)>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 타이완에 돌아와 촬영을 마무리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영화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관객의 피드백을 갈망한 그는 개봉날을 기다리면서 다른 예술 형식을 지닌 소설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동화의 세계>는 동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화에 대한 어른의 재해석입니다. 변호사의 관점에서 권위를 이용한 성폭행을 다루며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팡쓰치의 첫사랑 낙원(房思琪的初戀樂園)》을 재조명하게 했습니다.

변호사의 관점에서 권위를 이용한 성폭행을 다루는 영화 <동화의 세계(童話‧世界)> - 사진: 동화의 세계 페이스북
저자의 작품들은 결코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소설을 쓰려면 가장 논쟁적인 것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폭행 이슈에 이어 사형제 존폐를 선택했습니다. 저자는 로스앤젤레스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무호적 외국인 근로자 자녀에 관한 이슈를 접하게 되어 외국인 근로자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주제로 전개된《바츠먼의 변호인》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료를 수집한 과정에서 저자는 현재 타이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동남아 근로자의 처지가 과거 타이완 원주민 아메이족(阿美族)과 매우 비슷한 점을 발견했는데, 1986년 고용주를 살해한 원주민 탕잉선(湯英伸)의 이야기를 참고해 아메이족 출신인 국선변호인과 사형선고를 받은 동남아 근로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습니다.

1986년 고용주를 살해해 다음해 사형되었던 원주민 소년 탕잉선(湯英伸) - 사진: 안우산
1960년대 타이완 북부 최대 항구도시 지룽(基隆)의 정빈(正濱)어항에서 어업이 매우 발달했는데 많은 인력중개업자는 타이완 동부지역에 거주한 아메이족을 모집해 지룽 바츠먼(八尺門)으로 끌어들였고 주인공 퉁바오쥐(佟寶駒)의 아버지가 바로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착취당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해 결국 그의 아버지는 수산회사 임원을 칼로 공격했습니다. 아버지의 행동은 괴롭힌 마을사람에게 작은 위로를 가져왔지만 그는 이 작은 어촌에서 영영 출세하지 못하는 현실을 확실히 압니다. 그래서 고학을 통해 공무원인 국선변호인이 되어 고향을 떠났습니다.
30년 동안 순조롭게 보내던 퉁바오쥐는 정년퇴직이 코앞에 있는 시점에서 타이완 원주민인 선장 일가족 3명을 살해했고 제일심에 사형선고를 받은 동남아 근로자의 변호사로 지정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선장의 2살 딸까지 살해했기 때문에 당시 대부분 타이완 국민과 언론들이 사형판결을 지지했습니다. 게다가 퉁바오쥐가 정년퇴직 후 근무하기로 하는 법률사무소는 피해자가 소속한 수산회사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퉁바오쥐는 가해자의 처지가 과거 아버지와 비슷한 점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대해서 더 깊이 조사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보장되는 노후생활과 사명감의 딜레마 속에서 그는 전자를 선택했죠.

《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 동명 드라마에서 주인공 퉁바오쥐(佟寶駒)을 맡은 배우 리밍순(李銘順) - 사진: 《바츠먼의 변호인》 페이스북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고 타이완 어업의 부정부패와 연관되는 중대 사건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퉁바오쥐는 가해자가 자폐증 증상이 있고 선장으로부터 장기적으로 학대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어 제일심 판결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종되었던 가해자의 동료를 통해 가해자가 선장과 부선장이 국제기구를 대표한 미국 조사원를 바다에 밀어넣어 살해한 과정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가해자가 2살 아이를 물 속에 누른 행동은 아이가 잠시 울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고 이렇게 하면 아이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도 항상 이렇게 당하기 때문입니다. 원주민은 착취당했던 피해자에서 아이러니하게 외국인 근로자를 괴롭히는 가해자로 되었습니다. 다만 퉁바오쥐의 결정을 바꾸는 것은 사건의 진상이 아닌 수산회사에게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정빈어항에서 거주하는 아메이족들의 밥그릇은 거의 모두 해당 수산회사에 달려 있는데요. 미국 조사원 사망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까봐 수산회사 임원은 퉁바오쥐의 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아버지는 고향 사람의 생계을 위해 아들에게 그만 조사하라고 권하고 심지어 수산회사 임원과 같이 재판을 방청했습니다. 저자는 "그날 밤 손이 피투성이가 된 아버지는 얼마나 거대해 보였는가. 아버지는 마치 몸 속에 무언가가 소진되듯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퉁바오쥐는 단 하루도 이점에 대해 슬퍼한 적이 없다. 원래 사람은 계속 사는 방식을 바꿔야 계속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사람의 존재가 보잘것없을 때, 외친 소리가 메아리로 울려 퍼지지 않을 때.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고 퉁바오쥐는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쪽은 어부, 없는 쪽은 물고기다. 퉁바오쥐는 비로소 자신이 비천함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작성했고 퉁바오쥐의 내면을 묘사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어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 동명 드라마에서의 퉁바오쥐(佟寶駒) 부자 - 사진: 《바츠먼의 변호인》 페이스북
소설에 주인공 부자와 대조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퉁바오쥐 사무실에서 군복무를 하는 체대역(替代役, 타이완의 대체복무제) 롄진핑(連晉平)입니다. 법대 출신, 판사 아버지 아래 자란 그는 아버지의 뜻대로 판사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는데 퉁바오쥐와 함께 일하는 동안 아버지에 반항하는 필요성을 깨닫게 되어 더 이상 아버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전혀 다른 출신 배경을 갖는 두 사람은 아버지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선 아버지에 대한 환멸을 느낀 다음에 성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큰 주목을 받은 해당 사건은 결국 정치인들의 게임이 되어버렸고 앞으로 판사가 되려는 롄진핑이 피해를 입을까봐 퉁바오쥐는 그에게 회피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니가 바꾸고 싶은 것은 이 체제 안에 있어. 반항이란 협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야.’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혈연 관계가 없는 부자처럼 서로와 부딪치면서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을 확정했습니다.

《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 동명 드라마에서의 주인공 퉁바오쥐(佟寶駒)와 롄진핑(連晉平) - 사진: 《바츠먼의 변호인》 페이스북
사회계급에 대한 성찰은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퉁바오쥐가 마지막 심판에서 했던 말은 매우 와 닿습니다. ‘저는 항상 제가 이 세상에서 운이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츠먼에서 태어나 갑판을 문으로 하고 수백 명의 사람들과 화장실을 함께 쓰고 아버지는 범죄자였고 어머니는 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대학에 가고 법원에서 일하고 어부, 청소원, 건설노동자가 되지 않을 수 있어서 참 운좋다”고 말했는데, 저는 단지 그에게 “약자만 운에 희망을 걸고 나는 노력에 의지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근데 저는 몇번이나 중개업자에게 속아 배를 탈 뻔했습니다. 어항에서 도살되는 것은 꼭 물고기가 아니라는 아버지의 말이 아니었다면 오늘 피고인석에 앉는 사람은 접니다. 맞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바다에서 강제적인 초과근무, 잔인한 학대와 협박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낯선 나라에서 모르는 언어로 심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얼마나 운이 좋아야 여러분처럼 편한 자리에 앉아 자신이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범죄자에게 무조건 잔인하게 대할 수 있습니까?’

《바츠먼의 변호인》 작가이자 동명 드라마의 감독 탕푸뤠이(唐福睿, 가운데)와 배우들이 지룽(基隆) 정빈어항(正濱漁港)에서 찍은 사진
- 사진: 《바츠먼의 변호인》 페이스북
오랜 노력 끝에 제삼심에서 여전히 사형판결을 내렸습니다. 다가오는 총통대선 때문에 사형은 판결이 내린 20일 후 바로 집행되었습니다. 따라서 사건 뒤에 숨어있는 진실은 가해자가 사망한 후에 되어야 밝혀졌습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법은 가장 느리게 변하는 것인데 법이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늘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실제 발생한 사건들조차 사회를 바꾸지 못한다면 영상이나 글을 통해 말해야 합니다. 완벽한 제도가 없듯이 법은 원래 한계가 있습니다. 법의 극한점은 바로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자에게 변호사와 스토리텔러는 충돌하지 않는 직업입니다.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많이 접해야 이 세상의 진실을 알 수 있고 계속 이야기를 말해야 이 세상의 부족과 아름다움을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츠먼의 변호인》의 동명 드라마가 올해 중으로 방영할 예정인데요. 한국어 자막이 있으면 시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올해 중으로 방영 예정인 《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 동명 드라마 - 사진: 바츠먼의 변호인 페이스북
▲참고자료:
1. 唐福睿,《八尺門的辯護人》。
2. 鄭淳予,〈他寫狀紙也寫小說拿百萬大獎、還被翻拍 乖乖牌律師唐福睿的破框冒險。〉,商周雜誌。
3. 一頁華爾滋Kristin,法律的極限就是故事的起點——專訪《童話.世界》導演唐福睿、主演江宜蓉〉,Verse。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